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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Sep 03. 2021

관광객과 여행가의 차이

당신이 여행을 하는 방식


알랭드 보통의 소설에는 여행에 관한 재미있는 예시가 있다.

보통 여행을 하는 사람을 두가지 부류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관광객과 여행가이다.

관광객은 촘촘하게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여행을 하며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루트 외의 모험을 경계한다.

반면 여행가는 길에서 얻는 즉흥성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길 밖으로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쩌면 창의성이란 건 바로 이런 시각이 아닐까?

길 밖으로 벗어나는 것.

남들이 정한, 사회가 정한 그 한계와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는 것.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도 창의성이 회자가 되기 시작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마치 사지선다형의 정답을 고르듯 창의성마저도 공식화 되어버린 것만 같다.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책을 읽고 이런 저런 연습을 해야한다는 가이드가 제시되고 있다.

마치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여행을 하는 것처럼 그러한 의존적 방식이 오히려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뇌는 어떤 관념을 사전에 심어주느냐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행동이 통제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의 세계를 인지할 수도 경험할 수도 없다.

반대로 인지 심리학은 우리의 모든 사고와 행동의 설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의 초기화를 우리는 두려워한다.

온라인 주문을 통해 상품을 선택할 때도 구매자 리뷰는 필수이며 영화를 보려고 할 때도 타인들의 별점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친다.

가고싶은 까페는 인스타를 통해 식당 찾기 또한 블로그를 통해 철저히 사전 검열한다.


른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식당에서 메뉴를 정하는 것 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화가 다른 외국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내에서도 이는 별반 다르지 않다.

 ‘뭐가 맛있나요’를 묻기도 하고 ‘아무거나’를 외치며 선택 장애에 시달린다.

사소한 결정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눈치 보 듯 훔쳐볼 때 나만의 고유한 사고 프로세스는 멈추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창의력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들먹이는 것에 저항감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창의력이란 특별한 프로그램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사고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그 과정에 들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기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여행자와 닮아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지도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동서남북의 방향감각도 상실된다. 그저 직진, 좌회전, 우회전 등의 일방적인 지시만이 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거기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오히려 자기 중심의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목적지 근방에서 오히려 헤매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기계에 의존하다 보니 지금 골목의 길이 어떻게 다른 골목과 이어지는지 알아내지 못한다.

지도를 찾아가며 여행하던 시절에는 각자의 머리 속에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떻게 보면 길치이다.

길치란 길을 잘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지만 길을 잃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한다.

한 번 쯤 길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길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의 방향에 있어도 길치임에 틀림없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도 종종 방향을 틀고 다른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럴때마다 나는 자신을 책망하는 대신 새로운 길의 인연을 받아들이고 의미를 만들어간다.

어쩌면 인생은 목적지에 빨리 다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큼 많은 경험을 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The journey is the reward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다.

막다른 길이 나오면 나는 당황하지 않고 바로 좌향좌이든 우향우이든 방향을 틀어본다.

알고 가는 길은 아니지만 어떤 길이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 줄 것임을 믿어본다.

세상에 발자국을 찍듯 수많은 점들을 불규칙적으로 찍었지만

언젠가는 그 점들이 이어져 실선이 되어 의미를 만들어 낼 것으로 믿어본다.


티브 잡스는 자신의 강연에서

그것을  " connecting the dots " 라고 표현하였다.

자신이 만든 회사, 애플에서 쫓겨나 생각지도 않은 픽사로 실패하 듯이 들어간다.

사실 픽사는 처음에 의료나 군사 목적으로 3D프로그램과 컴퓨터를 팔기 위해 투자한 회사였다.

그러나 사업은 부진했고 궁여지책으로 소프트웨어를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본 것이다.

그런대 여기서 대박이 나고 생각지도 않게 오스카 상을 거머쥐고 수십 억대의 광고비를 수주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먼 길을 우회하여 애플로 돌아오게 된 그의 역경은 경력이 되었다.

 

한 부분에서 전문적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융햡 사회에 필요한 멀티형 인재가 필요할 것이다.

창의력이란 결국 이질적인 것을 새롭게 결합하는 연결성을 뜻한다.

나는 그것을 이렇게 공식화하여 표현한다.

A+B =C

고정된 A와 전혀 다른 B의 특성을 연결할때 C라는 Creativity 가 생겨난다.

스티브잡스는 전화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스마트폰을 만들어내었다.

현대의 발명품들은 결국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유와 유의 결합에서 새로운 유가 탄생되는 것이다.

 

창의성은 이러한 매일의 일상 속에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내는 과정일 것이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과 판단에 의해 사고하는 습관은 중요하다.

한 두 번 길을 잃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접근방법을 통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남이 정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는 여행길이다.

사지선다형의 정답 찾기가 아닌 독창적인 오답 노트에 나만의 비밀과 노하우가 쌓일 것이다.

가이드를 따르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는 여행가가 되어 새로운 여정을 떠나보자.

한 번도 실패해보지 않은 것은 자랑이 아니다. 그만큼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에 불과하다.

에디슨은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을 이야기 한다.

반대로 1%의 빛을 발견하지 못하면 99%의 노력이 결과 맺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 그 영광의 빛을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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