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Jul 14. 2024

길을 잃어야 길을 찾는다


길을 잃어야 길을 찾는다



시인의 재산은 슬픔이고

시의 양식은 아픔과 고독


성공한 시인은 언제나

눈물을 아껴서 흘린다


그리하여 시인은 자꾸

가난하고 배가 고프다


배가 부른 돼지들은 늘

시인으로 살 수는 없다


나는 앞으로 시인의 삶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늘은 언제나 배가 고프고

고향은 언제나 나를 부른다


*  연대포구에서 낚시꾼들을 싣고 바다로 출항하는 배를 본다. 요즘에는 한치철임에도 불구하고 한치가 많이 잡히지 않아서 직접 한치를 잡는 전문 어부들보다, 낚시꾼들에게 선비(뱃삯)를 받고 출항하는 배가 수입이 더 많다고 한다. 사무장도 따로 있어야 하고 세금도 더 많이 내야 하고 보험료도 더 많이 내야 하지만 영세업자인 5톤 미만의 자신보다 수입이 더 많다고 한다. 

 

선비 6만 원

장비 1만 원

채비 1만 원


책 속에서 길을 잘 찾는 사람들이 있다. 장석주 시인은 책 속에서 길을 잘 찾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서 길을 잘 찾지 못한다. 책 보다 오히려 나의 꿈속에서 가끔 길을 찾는 경우가 더 많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 나는 무조건 길로 나간다. 문을 열고 나가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 보면 나의 마음이 보인다. 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오히려 나의 마음속을 더 잘 읽어준다. 우리들의 마음은 어쩌면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밖에서 보는 것들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은 기대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잃어버린 나의 마음을 찾아서 밖으로 나간다. 장마철에도 우산 하나 있으면 안심이 된다. 아니, 비가 오면 즐거운 마음으로 비를 맞으면서 걸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걸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옥상에 올라가 빙 한 바퀴 둘러본다. 구름과 함께 살아가는 한라산과 하늘과 앞바다를 보면 어쩐지 길이 보일 것만 같다. 가볍게 몸을 풀고 길을 나선다. 요즘에는 옥상 텃밭을 가꾸지 못한다. 방수공사를 위해서 옥상의 흙과 돌들을 다 치우기로 하였다. 얼마 전에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작물과 풀을 다 제거했는데 다시 풀이 자라고 작물이 자라고 꽃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방수공사는 아마도 장마가 끝나면 할 모양이다. 흙 속에는 많은 씨앗들이 숨어있다. 적당한 물과 적당한 온도만 있으면 언제든지 새싹이 돋아난다.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수많은 풀과 수많은 꽃과 수많은 작물들의 씨앗이 숨어 있을 것이다. 적당한 물과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햇빛만 있으면 언제라도 사랑의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전생의 가족들은 모두 밖으로 나갔다. 지금까지 나는 네 식구들을 먹여 살렸다. 나 혼자 벌어서 네 식구가 먹고살았다. 가장 건강이 좋지 못한 내가 먹여 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활 전선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나의 가족에 대한 임무는 여기 까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나는 잘 살지 못했다. 내가 가장 잘 못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돈 버는 기계였는지도 모른다. 지금껏 돈을 벌지 않았던 다른 식구들이 오히려 더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가족들은 친구들도 많고 놀기도 참 잘한다. 나는 지금껏 친구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만 같다.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의 아버지 때문에 나는 어쩌면 내가 스스로 너무 많은 짐을 짊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홀로 절물공원을 지나 월대천으로 간다. 비는 오지 않지만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다. 아니다. 구름이 흐리다. 구름이 흐릴 뿐이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쏟아질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저 구름 뒤에는 오늘도 맑고 투명한 하늘이 빛나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대부분 맑고 투명한 바탕을 보지 못하고 구름의 그림자 안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아무리 슬프고 아픈 사연이 많아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니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충분히 있다.


여름이면 월대천에도 수상 안전 요원들이 배치된다. 다른 해수욕장들보다 일거리가 없다. 월대천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예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버렸다. 징검다리도 건너지 못하도록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렸다. 작년의 장마철 트라우마 때문에 올해는 과잉반응을 보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늘의 월대천은 물도 맑고 수위도 낮아서 물놀이 허용을 해도 안전할 것 같은데 윤석열 대통령의 한 줄짜리 지시사항 공문 때문에 오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의 장마에 떠내려간 채해병이 어쩌면 이 정권의 거짓을 붙잡고 벗겨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징검다리를 통제하면 좀 더 아래 있는 외도교 다리로 건너가면 된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참는다. 내도동으로 가지 않고 연대포구 쪽으로 산책을 간다. 월대천을 경계로 내도동(內都洞)과 외도동(外都洞)으로 나누어진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내도동도 외도동에 속한다. 외도동(外都洞)은 법정동(法定洞)인 외도1동, 외도2동, 내도동, 도평동을 관할한다. 많은 사람들은 '외도'라고 하면 남해안에 있는 섬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경상남도 거제시 일운면에 위치한 섬 외도를 생각할 것이다. 외도 보타니아를 떠올릴 것이다. 바다 위의 식물의 낙원, 바다 위의 파라다이스 외도 보타니아를 쉽게 떠올릴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한자를 보아야만 한다. 보타니아의 외도는 섬도(島) 자를 쓴다. 그리고 제주도의 외도는 도시도(都) 자를 쓴다.  외도(外島)와 외도(外都)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거제도에도 외도(外島)와 내도(內島)가 있다.


제주도의 외도와 내도는 도심과 가까운 쪽이 내도이고 도심과 먼 바깥쪽이 외도이다. 옛날에는 제주성이 있었던 구도심이 제주도의 중심이었다. 제주성과 관덕정이 있는 곳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제주 쪽으로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중이다. 옛날에는 촌것이라고 잘 놀아주지도 않았던 신제주에 지금은 가장 높은 드림타워도 세워져 있다. 이렇게 세상은 늘 바뀌고 중심도 세월에 따라서 옮겨지는 경우가 많다. 


===== 아, 쓸 이야기가 많아서 내일 이어서 써야만 하겠다 ===  대원암과 해수관음상, 연대포구와 한치잡이배와 갤러리 빌레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









이전 28화 시인의 월급은 얼마나 된다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