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공화국 꿈삶글 0018
그런데 너는 왜 수많은 고통으로 돌아가는가?/무엇 때문에 모든 기쁨의 원천이요/시작인 저 환희의 산에 오르지 않는가?"//"그러면 당신은 베르길리우스, 그 넓은/언어의 강물을 흘려보낸 샘물이십니까?"/나는 겸손한 얼굴로 대답하였다//"오, 다른 시인들의 영광이자 등불이시여,/높은 학식과 커다란 사랑은 유익했으니/나는 당신의 책을 열심히 읽었지요 ―『신곡(神曲)』9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윤동주 24세)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보았던 윤동주 시인은 죽어서 드디어 별이 되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던 윤동주 시인은 죽어서도 바로 눕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죽어서도 땅만 보고
엎어져 있는 사람들을 부른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 나도 이제는 그 아득한 길을 걸어간다 예수 그리스도와 석가모니 부처님과 서복 선생님과 설문대할망과 마고할미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살다가, 윤동주 시인과 나는 함께 이어도를 떠나 순례길에 나섰다 설문대할망의 고향으로 간다 마고할미의 고향으로 간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으로 간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한라산으로 간다 지리산으로 간다 백두산으로 간다
또다시 처음부터 세상을 다시 읽으며 멀고도 긴 순례를 떠난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 문장을 외국어로 번역할 때,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렇게 번역하기도 한다 죽어가는 것은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살아있는 것, 죽은 것, 죽을 것, 죽어가는 것, 죽어가고 있는 것……, 어떻게 다를까?
내가 윤동주 시인과 함께 순례를 시작하는 것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바로 이 문장 때문이다 이 문장은 잘 알다시피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 「서시(序詩)」에 들어있는 문장이다 나와 윤동주 시인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모든 죽어있는 것들도 사랑한다 특히, 억울하게 죽은 것들을 더욱 사랑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먼저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부터 찾아간다
윤동주 시인에 관한 자료들은 대부분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에 실려있다 윤동주 시인이 남긴 자필원고 대부분이 사진자료와 해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윤동주 시인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반드시 이 책을 소장할 수 있기를 추천한다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전집』에는 영원한 민족의 청년시인 윤동주의 시와 산문 전집, 윤동주 시인이 남긴 모든 자료가 육필원고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 <사진판 자필 메모, 소장서 자필 서명>, <시고 본문 및 주>로 나눠 총 219편의 시와 메모, 산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윤동주 시인은 생전에 자신이 직접 쓴 3권의 자필 시집을 남겼다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창(窓)』,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렇게 3권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에 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잘 알고 있다 초기에 쓴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와 『창(窓)』은 원고지 노트에 쓴 작품들이고, 연희전문학교 졸업 기념으로 만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400자 원고지에 쓴 다음, 반으로 접어서 책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보통 사진 자료에는 접었던 부분을 다시 펴서 촬영한 이미지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