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 출발 13화

11. 기생충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by 강산

기생충을 생각하면

나는 회충이 보인다

기생충을 떠올리면

나는 채변봉투가

먼저 떠서 흐른다


내가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서는 회충약을 나눠주곤 하였다. 회충약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 길고 하얀 회충들이 똥 줄기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죽어서 나온 회충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어떻게 햇빛도 없는 배속에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의문 속에서 회충들의 시체 수를 헤아리며 내 뱃속에 남아있을 회충들을 생각하곤 하였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생들마다 뱃속에서 나온 회충의 숫자를 기록하여 제출하곤 하였다. 또한 우리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채변봉투를 제출하곤 하였다. 자신의 똥에서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고 똥을 수집하기도 하였다. 작은 비닐봉투에 성냥개비나 나뭇가지로 성냥골만한 똥을 찍어 넣어 가곤 했다. 겉봉투는 주로 노랗고 얇은 종이로 된 봉투였는데 겉에서도 똥이 보일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까지 똥이 나오지 않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 똥을 몰래 담아서 제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기생충을 생각하면 봉준호감독이 먼저 떠오를 것만 같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가 먼저 생각 날 것만 같다.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왜 영화 제목이 기생충일까? 매우 궁금했다. 영화포스터에 등장하는 사람마다 기생충 같은 검은 선과 흰 선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기생충이라는 글씨에도 기생충을 떠올릴 수 있는 문양으로 처리한 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기생충 영화가 많은 상을 받았다. 많은 상을 받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너무나 유명해지는 바람에 영화를 직접 보지 않고도 내용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기저기 언론마다 기생충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정작 영화 내용보다도 ‘상’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였다. 과연 상이란 무엇일까? 상을 받는 사람과 상을 주는 사람의 입장은 어떻게 다를까? 상의 정치성과 상의 기능성 그리고 상의 상업성과 상의 효용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상을 받은 작품과 상을 받지 못하는 작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러면서 나는 영화뿐만 아니라 문학상과 노벨상까지 많은 상들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하였다. 또한 생전에 문학상을 한 번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상 이름의 주인공이 된, 소월 윤동주 이육사 백석 등도 함께 생각하였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란 영화로 너무 많은 상을 받았다. 내가 보아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저택의 지하 설정은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반지하방생활자와 대저택생활자의 대비로만 끝났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중반까지 전개되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재미있다는 생각만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 갑자기 찾아온 옛날 가정부의 출현으로, 대저택 아래 지하에서 홀로 살고 있는 옛날 가정부 남편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내가 처음 기생충이란 영화를 알게 된 것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때문이었다. 나는 그 ‘기생충’이라는 말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란 작품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나는 기생충이라는 그 단어에 꽂히고 말았다. 그렇다. 세상에 기생충 아닌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세상에는 어쩌면 사람만큼 잔인한 기생충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이 되었다고 하였다.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한 경사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덕분에 나는 기생충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네 발로 걸어 다니는 사람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밤이었다. 이렇게 또 하루의 끝에서 잠이 들었다.


잠 속에서도 나는 기생충을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은 참 재미있게 잘 쓴 시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부터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많은 상징과 뛰어난 비유들이 숨어있다.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장치는 바로 지하실 풍경에 있을 것이다. 반 지하실과 지상의 삶은 쉽게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지하실에서 몰래 숨어 사는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서 이 작품의 완결성을 높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을 인간의 계급투쟁 측면에서 해석하는 듯하다. 어쩌면 감독도 그런 측면에서 만들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서 단순한 계급투쟁에 머물지 않고 그 의미를 더 확장해서 생각하고 있다.


신과 인간과 짐승들의 관계로 확장해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상을 준 사람과 상을 받은 사람 그리고 상을 받은 작품에만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더 많은 생각을 한다. 신과 인간 중에 누가 기생충이고 누가 숙주일까?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 또한 신을 만들었다. 신이 없어지면 인간이 없어질 것이고 인간이 없어지면 신 또한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사람과 짐승의 관계는 또한 어떤 관계일까? 그리고 나는 또한 상과 권력과 돈에 대하여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다. 인간은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반 지하에서 태어나 지상에서 잠시 머물다가 지하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또한 권혁웅 시인의 <신경(身經) ― 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벌거벗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아담과 이브에 대한 많은 상상력이 담겨 있었다. “ ……, 인간의 눈은 숭고를 볼 수 없으며, 다만 자신의 눈이 가리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둘은 ‘눈이 밝아져야’ 했다. 이 인간적인 미의식의 표현이 부끄러움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 글을 마치며 그 아래 아담과 이브의 그림을 나란히 배치하고 의미 있는 설명을 달아놓았다. “뒤러의 <아담과 이브>. 둘이 들고 있는 과일은 지식의 나무 열매로 알려진 사과다. 그들은 자신들이 벗은 것을 알게 해준 나무의 잎으로 자신들의 몸을 가린다. 이 이중성(벗은 것을 알다 + 벗은 것을 가리다)에 아름다움의 비밀이 숨어 있다. 아름다움(벗은 몸)은 껍질(그 몸을 가림)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권혁웅 시인의 글에서 “이브의 다른 이름인 하와가 바로 뱀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알았고 성모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다. 마리아를 예수의 어머니인 동시에 예수의 연인으로 해석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또한 옛날 사람들의 상상력 부분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도 바다가 있었다고 상상했다는 것이다. “고대인들에게 하늘은 궁륭(둥근 돔)으로 상상되었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그런 상상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아마도, 비가 오는 현상 때문에 그런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비가 오는 현상을 옛날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만든 둥근 지붕에서 몰이 새는 것으로 상상했을 것이다. 그래야 하늘을 떠받친 서까래 모양의, 아담의 갈비뼈를 뽑아서 이브를 만들었다는 상징도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우주를 설명하는 상징이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빗방울 소리에 깨어 잠 밖으로 나와 불을 켠다. 어둠 속에서 편히 나와 지내던 바퀴벌레가 황급히 숨을 곳을 찾아 헤맨다. 꼭 영화 기생충 주인공들이 다급하게 숨을 곳을 찾아 헤매는 모습과 겹친다. 또한 주인공 송강호가 손가락으로 튕겨버리는 꼽등이와도 함께 겹친다. 그런데 저 검은 바퀴벌레는 벌거벗은 몸인가? 아니면 갑옷을 입은 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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