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 출발 15화

13. 파도타기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by 강산

산책 / 강산


산책은 살아있는 책이다


산책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책이다


내가 산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여러 번

정독하는 책은 자연이다


산책은 자연이다

자연은 산책이다


산책은

자연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 일이다


산책은 시간을 주고 산다


시간으로 산 책

그리하여 산책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길이다



내도 알작지에서 이호동까지 해안도로가 뚫렸다. 요즘도 공사중이다. 아직 자동차는 다닐 수 없고 걸어서만 다닐 수 있다. 길 확장공사 때문에 알작지의 몽돌들이 많이 묻혔다. 해안선 또한 단조롭게 변했다. 언제까지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으리라. 이 길이 뚫리기 전에는 주위에 있는 마을에 비하여 많이 낙후된 것이 사실이었다. 길이 좁아서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니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나는 옛날 모습이 더 좋았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도 있으리라. 무엇보다도 세월에 따른 변화와 조화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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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옛날 것들이 더 좋다. 천성이 촌스러워서 현대적인 것들보다 옛스러운 것들이 좋은 촌놈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모든 것들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나의 길을 조요히 만들어 갈 뿐이다. 물론 자연은 훼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 제주도 자연이 많이 파괴되었다. 유입 인구의 급증으로 제주시는 거의 서울을 닮아간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다고 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다. 비무장지대의 자연보전을 위하여 통일을 하지 말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밝은 눈이 필요하고 현명한 정책들이 요구된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하여 내 몸까지 뜯어고친 사람이다. 심장에 칼을 들이대고 급기야 심장 안에 금속까지 설치한 기계인간이다. 이런 내가 어찌 무작정 개발을 반대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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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도 요즘에는 세월이 변해서 쥐를 잘 잡지 않는다. 아니, 쥐를 잡고 싶어도 예전처럼 쥐가 많지 않다. 사람들과 친해지거나 사람들이 버린 음식으로 연명하는 고양이들이 많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바뀌고 가옥 구조가 바뀌면서 쥐가 없어지므로 어쩔 수 없이 생존전략을 바꾼 것이리라. 짐승들도 그러는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당연히 변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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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가 뚫려서 가장 좋은 점은 이호해수욕장과 도두항까지 산책하기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호해수욕장은 특히 겨울에도 파도타기 좋은 곳이다. 시내에서 가장 가까울 뿐만 아니라 파도타기에 적당한 파도가 언제나 일렁이고 있다. 나는 아직 회복이 덜 되어서 직접 타지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 시원하고 속까지 다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파도를 탄다는 것은 세상을 탄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바다가 있어야만 한다. 바다와 파도는 어떤 관계일까? 파도는 바다의 호흡이다. 파도는 바다의 숨소리다. 바다가 얼마나 열심히 호흡을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 바다는 살기 위해서 한 시도 호흡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쓰레기를 토해내고 빚나는 햇빛을 빨아들인다. 요즘은 주체하지 못하게 많아진 괭생이모자반까지 토해내느라 참 바쁘다. 제주도의 유명한 음식인 몸국 재료인 모자반과 비슷한데 괭생이모자반은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또한 하루 빨리 좋은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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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모래를 안아주기도 하고 쓰다듬어주기도 한다. 파도는 모래를 때리기도 하고 눈물 나게도 한다. 뺨을 후려치기도 하고 등을 두드리며 달래주기도 한다. 먼 훗날 저 모래들은 오늘의 손길을 기억하리라. 더욱 야위어 날개를 달고 먼지가 되기도 하리라. 눈물이 마르면 그리움의 집을 짓거나 세월의 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을 것이다. 그 다리 위에는 여전히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별이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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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동과 도두동 사이에 붉은왕돌할망당이 있다. 본향당에는 팽나무와 보리수 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오색천이 바람에 흔들리며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는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제주의 맨 얼굴일 것이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신들의 땅이 아니었겠는가? 지금도 1만 8천 신들이 거주하는 거대한 신전이 아니겠는가? 이 아름다운 신화의 땅에서 우리들이 가야할 길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신과 인간이 함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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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대천변을 걸을때마다 나는 저 초승달 모양의 달월( ) 글씨가 마음에 든다. 저 글씨 같은 사람이 생각난다. 그 좋은 사람은 어쩌면 나의 씨앗일 것이다. 언젠가 내 마음 속에서 새싹으로 돋아날 것이다. 그리하여 끝끝내 죽어서라도 나란히 서서 자라는 나무가 되리라. 바람이 불면 손도 잡아보는 나무가 되리라. 그렇게 손을 잡다보면 뿌리부터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 오늘도 나는 월대천에서 출발하여 알작지를 지나 이호해수욕장을 지나 도두동 도두항 요트 선착장까지 다녀오며 자연과 신과 인간에 대하여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보리밭에서 한라산과 바다를 보면서 한라산 같은 사람을 생각한다. 바다 같은 사람을 생각한다. 그리고 보리밭 같은 푸른 가슴을 생각한다. 또한 아직은 잘 알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은 이 브런치 쓰기에 대하여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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