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이라고 하지만 '연애는 필수'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연애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했고 나를 생각해주고 헌신하는 사람이 주는 사랑을 느끼지 못했으니 필요성을 알리가 있나. 하지만 사랑이란 건 마약과 같다. 사랑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면 혼자라는 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진득한 사랑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은 사랑에 중독되어 시간이 지나도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마약과 같은 사랑이란 감정이 필수라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나도 솔로인 기간이 있었고 연애를 해본 시간도 있었다. 누구는 이별이 어려워서 노래까지 만들어내지만 나는 '만남'이 어렵다. 이별보다 훨씬 더 어렵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게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외모가 출중하고 재력이 좋다면 만남은 쉬울 것이다. 평범하고 재력도 없는 데다 특별한 재능까지 없는 나 같은 보통 사람은 만남이 어렵다. 하지만 신기하게 다들 어디서 연애를 시작하는지 내 앞에서 까르르거리는데 *퍼지 데이였다면 다들 내 앞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퍼지 데이 : "지금부터 12시간, 살인은 물론 어떤 범죄도 허용됩니다." 12시간 동안 범죄가 난무하는 영화 <더 퍼지(The Purge)>의 내용
같이 일을 했던 사람 중에 어느 날부터인가 카톡 배경 사진에 D-day를 설정해놓았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사람인데 내가 알기로 이 분은 이성을 만날 곳이 일터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 학교나 다른 모임을 따로 하지 않고 일과 집을 반복하는 사람이었는데 연애를 시작했다니 궁금했다. 도대체 어디서 만났는지 궁금한 마음에 물어봤다.
"혹시 남자 친구분을 어디서 만났어요?"
게임에서 만났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롤(LOL)에서 말이다. 온라인상에서 이성을 만난 적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내 주변에 있을 줄 몰랐다. 얼굴도, 과거도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낯설 테고 걱정이 되지 않을까?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만 확률로 따졌을 때 진지한 연애를 할 수 없는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서로 좋다고 하는데 굳이 내 생각을 말해봤자 꼰대밖에 되지 않으니 침묵을 지켜야지.
그 후로 일 년이 지났는데도 그 둘은 아직까지 행복하게 연애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보면 만남이 쉬워 보인다. 썸을 타고 연애를 시작하는 게 어렵지 않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연애 감정이 더욱더 짙어진다. 지난날들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마인드였는데 이젠 하질 않으면 불안하다. 이러다 늙어서 혼자 살아가다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만남이 어려운 걸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나. 이별이 어렵고 만남이 쉬운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