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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Nov 24. 2023

4. 민초단 vs 반민초단

오후에 기말과제를 제출하고 긴장이 풀렸는지 소파에 앉아서 쪽잠을 잤다. 깨어나서는 아이들과 먹을 저녁을 준비하는데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한 문장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아이스크림은 당이 떨어졌나? 여성적인 날이 다가와 호르몬의 장난인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칼질을 조심해서 하자. 며칠 전 저녁을 준비하던 남편이 칼을 갈아주고 그 칼에 본인이 베어 병원을 다녀왔었다. 다행히 꿰매지는 않았다. 그날 봤던 선홍색으로 붉은 피, 남편의 엄지 손가락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


오늘 저녁은 야채 김밥 3줄, 소고기 김밥 1줄 말았다. 어제 먹고 남은 불고기를 넣었는데 햄보다 맛이 괜찮았다. 저녁은 딸과 둘만 먹었다. 4줄의 김밥을 다 먹지도 못했다. 라면에 컵라면이라는 딸은 컵라면에 물을 부었고 나는 그냥 맨 김밥만 먹었다. 불고기를 한 줄에 몰아넣었더니 파는 것만큼 통통해졌다. 그냥 두 줄로 나누어 말 걸 그랬나 잠시 생각했으나 김밥이나 쌈은 입이 터져라 먹어도 맛있으니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 밥 먹고 산책 나갈까?”

“산책 좋아요. 어디로 가요?”

“분리수거하고 동네 한 바퀴, 오늘 많이 추웠니?”

“좀 춥던데. 왜요?”

“추우면 담에~”

“이 정도 추위는 괜찮아요. 저는 학교도 걸어가고 학원도 가는데요.”

“아이스크림 먹기에는 춥겠지?”

“아이스크림은 먹어도 괜찮아요. 아이스크림 할인점 가실 거예요?”

“아니, 베스킨에 갈까?  편의점도 생각했는데 금액이 거기서 거기더라. “

“맞아요. 금액이 다 많이 올랐어요.”

“그럼 우리 밥 먹고 가자. “




밤바람은 차다. 분리수거를 하고 아이와 걷는데 아이는 나보다 씩씩하다. 나는 롱패딩을 걸쳐 입고 나왔는데 아이는 숏패딩을 입고 있었다.

추우면 들어가자고 했는데 아이스크림 좋아한다며 같이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딸은 엄마는 외계인 블라스트. 나는 체리쥬빌레와 민트초코칩 중에서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아이스크림, 새로 등장하는 것들도 맛있지만 익숙한 맛에 더 끌린다. 나는 오늘 민트초코칩을 골랐다. 민초는 호불호가 많이 있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화한 이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화한 맛이 좋다. 거기에 쌉쌀 달달한 초코칩이 씹히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집 네 식구 중에 나와 아들은 민초단, 남편과 딸은 반민초단이다. 반민초단은 말한다.

“치약맛 나는 그게 뭐가 맛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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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알고 싶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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