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A4 1장은 쓰자
매일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줌회의에 접속했다. 먼저 접속한 그녀들을 보며 나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하얀 A4를 눈뜨고 처음 만났다. 손을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인다. 처음부터 쓰는 습관을 잡기는 어려웠지만 억지로 쓰려고 노력했다. 최소한의 분량 하루 1장을 위해서.. 새벽 지정한 시간 글쓰기를 시작으로 오전에도 쓰고 오후에도 썼다. 쉽게 본 하루 1장은 어려웠다.
글쓰기에서 뭐가 문제일까? 계속 확인하는 나 자신이 문제였다. 쓰는 중간 마음의 소리를 듣다 보니 쓰지도 못하고 계속 제자리만 지킨다. 빠르게 써 나가야 한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전부 다 쓴다. 이때 쓰는 글을 초고라고 한다. 초고를 쓰면서 이건 되고 저건 안되고 검사를 하다 보면 글을 쓸 수 없다. 보통 작은 단행본도 최소 A4 60-70페이지의 원고가 필요하다. 한 문장, 한 문단 쓰면서 검열을 한다면 너무나 어렵고 지루하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마음에 떠 오른 글귀를 모두 놓치지 않고 노트북 화면에 담는다.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화면 가득 활자들이 넘쳐나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멈추지 말고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백스페이를 누르지 않는다. 오타나 그런 부분은 고쳐도 되지만 그냥 빨리 써본다. 앞 문장이 이상해서 하나를 고치다 그 앞 문장으로 그 앞으로... 그렇게 30분 동안 빈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쓰시는 게 좋다. 지우고 고치고 하면 글이 더 안 써진다. 사실 써 본 적이 없어서 생각을 글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쓰고 읽고를 반복했다. 남들보다 속도가 느렸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온라인에서 30분 쓰고 휴식, 30분 쓰고 휴식하며 글 쓰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함께 쓰는 분 중에 나보다 몇 배로 많이 쓰시는 분을 보고 질문을 드렸다.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쓴다. 머리로 이해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분이 주신 팁은 트위터(지금은 X지만) 시절에 짧은 기록을 많이 남긴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글은 많이 써 본 사람이 잘 쓰고 빨리 쓴다. 글쓰기도 운동처럼 꾸준하게 해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 원고지 20장, 김호연 작가는 a4 용지 3페이지, 작가분들의 원고 분량이 정해져 있다. 김호연 작가님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고 하루 3장은 써보기로 나 스스로 약속한 적이 있다.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었다. 하루에 1장을 쓰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3일 치를 하루 만에 쓰려니 속도는 나지 않고 죽을 맛이었다.
며칠을 끙끙거리다 다시 하루에 1장은 꼭 쓰자로 바꿨다. 부담 없이 1장 쓰기를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설프게 작가 흉내를 내느라 3장씩 쓰겠다고,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날은 1장 쓰기도 어렵다. 반 페이지를 못 넘기는 날이 있고, 2장째 쓰면서 오늘은 괜찮네. 일희일비를 하기도 한다.
글쓰기를 어떻게 하냐고 묻는 다면 나는 하루 분량을 정해서 쓰라고 말한다. 시간이나 작업량을 최소한의 목표로 잡고 간다. 만약에 오늘은 내가 30분만 써야지 하면 그 시간 안에 어느 정도의 분량을 쓸 수 있을지 내가 정한다. 30분 동안 한 줄 쓸 수도 있고 두 줄 쓸 수도 있다. 최소한 30분간 10줄, 30분에 반 페이지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시간만 정해 두면 어느 순간에 “아직도 여기” 깜짝 놀란다. 손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머리로 생각하다 보니 그 시간이 훌쩍 지나기도 한다. 나는 하루 최소 분량이 A4 1장이다. 처음 참여한 글쓰기 모임 때부터 최소 분량이니 이젠 조금 늘려야 하지 않을까?
[글 쓰는 마음] 금요일 연재
*좋아요&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 구매링크
*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