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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Aug 09. 2024

글 어디에서 써야 할까

작가님 어디서 글 쓰세요? 작업하는 방 있으시지요?          

    

책을 출간하고 많이들 묻는다. 아마도 sns에서 말하는 엄마의 자리, 자기만의 방을 생각하면서 글 쓸 공간과 시간 여유가 있어서 가능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따로 작업하는 방은 없지만 내 자리라고 할 공간정도는 생겼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주방 식탁에 앉아서 조금씩 적었다. 노트북을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 방 책상에서 글을 쓰기도 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온전하게 혼자 있는 공간이 없었다. 어디서나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찾아 들어간 곳이 아이 방이다. 거실은 남편이 누워서 쉬고 텔레비전을 보는 안방 같은 공간이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큰방을 사용했고  비어 있는 작은 방 책상에서 하나씩 글을 써갔다.      

    

대전에서 진천으로 이사를 하고 아이들이 각자 방이 생기고 작은 방 책상을 버릴까 했지만 그대로 가져왔었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깨끗했다. 특별하지 않은 일반 책상을 나는 왜 챙겨 왔을까? 아이 방에는 새 가구를 넣고 안방 한쪽에 그 책상을 놓고 참 뿌듯했다. 익숙해서인지 그 책상에서 글이 잘 써졌다.      


남편은 일이 일정하지 않지만 집에 있는 시간보다 주로 없는 시간이 더 많아서 이사하고는 헤매지 않겠지 했다. 글쓰기의 시작이 식탁이라 그런지 빈집에서 혼자 식탁에 자리를 펴고 쓰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줌 미팅은 안방 책상에서 했는데 나만 너무 어두웠던지라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지만 넓은 거실에 내 책상이 하나 있으면 했다. 거실 창가에 원형 테이블을 놓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영상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떠돌아다니고 있다. 본질적으로 한 곳에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닌 것 같다.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참 좋겠지. 조용한 나만의 공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누구에게나 보여줄 작업실, 하지만 지금도 좋다. 모두 없는 시간 혼자서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도 중요하지만 내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먼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처음에는 글쓰기 책이나 강의에서 알려주는 방법들로 글쓰기 연습, 글 근육을 키우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사실 나는 커피숍에서는 작업이 안된다. 그 안에서 책을 읽을 수는 있었는데 글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찾은 곳은 도서관이다.      


조용한 열람실보다 서가가 있는 자료실이 나에게 맞다. 글을 쓰면서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다른 책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소리도 도움이 된다. 너무 조용한 곳이라면 내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부담으로 느껴지니까. 무엇보다 대화가 없는 일상의 소리라 신경이 곤두서지 않는다. 스터디 카페도 많이들 가는데 나는 도서관을 추천한다. 무료로 누리는 스터디카페다.  글쓰기 장소를 고심하면 집 근처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보길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다시 도서관으로 출근할까 고민이다. 한 가지 단점은 쓰기를 내려놓고 독서를 하기도 하니까 절제를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영상만 중독이 아니라 책도 읽다 보면 중간에 멈추기 어렵다. 그런 날은 하루를 공쳤다 생각했다가 자료수집 열심히 했다고 마음을 다시 잡는다.    

 

글 쓰는 시간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것은 없다. 유명한 소설가@ 북토크에서 글 쓰는 시간을 직접 물어봤다. 대답은 매일 규칙적으로 쓰지 못한다고 그렇게 루틴을 만들어 쓰는 작가가 있는 반면에 본인은 한 번에 몰아서 쓴다고. 나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말하고 글쓰기 책에서 본 내용 중 하루 몇 시간은 쓴다, 매일 작업량을 정해둔다 등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에 대답은 전업작가도 사실 힘들다며 지금 쓰고 있다면 괜찮다는 응원을 주셨다.      


내가 처음 글을 쓸 때는 새벽 4시에도 일어났다. 그러다 5시, 6시 시간을 변경해 봤고 밤에는 10시부터 쓰기 시작해서 가족들이 잠든 후 조용한 1~2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렇게 작업시간을 테스트했다.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다르다. 사실 나는 올빼미형으로 새벽은 힘들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처음 글을 쓸 때는 새벽에 많이 쓰기도 했다. 혼자는 아니었고 함께 하는 모임에 소속되어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혼자 글쓰기가 어려우면 함께 쓰는 사람을 찾아도 좋다. 지금도 같이 쓰시는 분들이 있지만 예전처럼 모두 같이 모여서 쓰지는 않는다. 글을 쓰고 발행하고 서로의 글에 짧은 댓글 하나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생각에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것 같다. 혼자도 좋지만 함께의 힘을 나는 믿는다.                  

지금 내 책상, 내 시간이 없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어디서나 두 손으로 쓰기만 하면 된다. 글을 쓰는 지금 거실의 햇볕이 뜨거워 식탁으로 노트북을 들고 움직였다. 잠시 움직였더니 또 새로운 느낌, 언제 어디서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오늘도 쓴다. 글쓰기는 어디서나 할 수 있다.


[글 쓰는 마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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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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