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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Aug 02. 2024

첫 책은 에세이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매일 1편은 쓰기로 나와 약속했다. 처음부터 매번 약속을 지킨 건 아니다. 혼자라면 중간에 포기했겠지만 글쓰기 모임에서 참여하고 함께 하니 억지로라도 적었다. 막말로 정말 쥐어 짜내었다. 나는 쓰기로 마음먹으면 술술 적어낼 것 같았다. 대부분 처음 글 쓰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안 써서 그렇지 맘만 먹으면..


매일 사는 일상에 글쓰기가 추가되었고 가끔은 이벤트도 있다. 잘 쓰건 못 쓰건 말이 되든 안되든, 하루 1편을 의무적으로 꼭 적었다. 어쩌면 이런 무식한 방법이 있어야 나는 아니 사람들은 움직이게 된다. 가족여행을 가서는 짧게 몇 줄이라도 쓰고, 엄마가 아파서 내 정신이 아닐 때도 그날을 기록으로 남겼다.


처음 책을 계획했을 때 쉽게 쓸 수 있는 장르가 에세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호기롭게, 그때부터 에세이에 관심을 가졌다. 어렵지 않게 간결한 느낌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내가 생각하는 에세이는 비교적 짧은 길이의 글로 작가의 경험에서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이었다. 이런 하나의 특성만 생각하고 첫 책을 쓰는 저자들은 개인적인 주제나 경험을 다루는 내용으로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다. 자기 경험을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며, 독자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내 이야기다. 에세이를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쉽게 생각하기에 첫 책을 쓰는 저자들은 자신의 글쓰기 기술을 익히며 출판계에 발을 들이기도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출간을 준비하면서 정식으로 에세이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았다. 매일 1편씩 쓴 글이 <당신의 일상은 무슨 맛인가요>로 출간했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아 내 이야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함께 글을 쓰던 모임의 멤버분은 ‘연서 님 글이 어떻게 책이 될까?’ 궁금했다 한다. 사실 그때까지도 에세이를 쓰고 있다 생각했지만 일기였다. 우선은 쓴다는 생각으로 그냥 써 내려가기만 했다. 글을 쓰면서 누가 내 글을 읽을까?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단순한 일기라 생각하니 자신감이 없었다.  


일기와 에세이는 한 끗 차이다. 에세이는 넓게 보면 우리가 아는 모든 산문을 통틀어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일기와 에세이 차이점을 정리한다면 일기는 그 순간의 감정과 일을 기록한다. 다시 펼쳐 보지 않고 묻어둔다. 일기 쓰고 나서 다음 날 다시 읽어 보고 수정하는 사람 있나?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나의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일기다. 그에 반해 에세이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고 고치고 또 읽고 쓴다. 글(일기)을 쓴 내가 주인공이던 글에서 읽는 독자가 생기며 글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 안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내용이 담긴다. 보통 공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에세이는 쓸수록 글이 깊어진다. 기행문, 서평, 평론 등도 에세이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대부분 어릴 때 일기 검사를 받아 자연스럽게 에세이를 쉽게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에세이를 쓰다 보면 끝이 없는 길을 걷는 것 같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경험과 감정을 정리한다. 다만, 감정 과잉은 곤란하고 무미건조해도 안 된다.


나름의 이유로 글쓰기를 하지만 요즘처럼 혼란스러울 수가 없다. 그저 글을 쓰고 책 한 권 내기가 목표이던 나지만 지금은 좋아서 에세이를 쓴다.  화려하거나 빛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나를 만나는 시간이니까. 일상 에세이 제일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에세이를 쓰고 가르친다.


에세이 쉬운 장르가 아닌데 글쓰기 초보들은 그래도 쓰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한다. 시작은 가볍지만 깊이 들어간다면 에세이만큼 어려운 장르가 또 있을까?     


[글 쓰는 마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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