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의 꿈을 비웃더라도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꿈같은 일’을 꿈꾸지 말라고 해도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꿈같은 일’이라 치부된다 해도, 우리가 바라는 일들과 원하는 일들은 모두 결국 꿈으로부터 시작되니까요.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김상현-
글을 쓰면서 살면 좋겠다는 오랜 꿈. 우연한 시기에 책이 출간되고 인세를 정산받고 꿈 비슷하게 다가가고 있다. 글 쓰는 꿈을 꾸었기에 가능하다. 돌아보면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 용기를 조금 빨리 냈다면 좋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글은 누가 써야 할까? 원하는 누구나 쓴다. 책을 많이 안 읽었는데 쓸 수 있을까? 시작하면 쓸 수 있다. 쓰면서 책도 읽는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타인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책과 글을 더 많이 봤다. 물론 영상이나 다른 창작물도 많이 보게 된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할 수 있다. 책은 문자로 이루어졌고 읽고 쓰는 반복되는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나는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더 다양하게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는 마음도 생기고 무작정 쓰고 싶어지기도 한다. 혼자 쓰기도 하고 글 쓰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하고, 다양한 사람만큼 순서는 다르지만 쓰기를 시작한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블로그였고, 계정이 크진 않았지만 각종 SNS에 기록을 하길 좋아했다. 책을 읽다 보니 이제 나도 한 권 정도는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겼고, 물론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정신력이 약해 혼자 못한다고 결론 내리기 바빴다. 물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처럼 혼자 속으로 고민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시작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실행하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노트에 펜을 들고 지금의 기분을 한 문장, 한 단어로 적는 것부터. 그렇게 기록하면 어느 날은 2줄, 3줄 양이 늘어난다. 일기를 쓰고, SNS에 내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처음부터 칼럼 하나, 책 한 권이 아니다. 혼자 조금씩 쓰다 보면 정말 글을 쓰고 싶은지 잠시 스치는 것인지 안다. 사람은 가보지 못한 길이 더 아쉽고 낚시에서도 놓친 물고기가 더 큰 법 시작하고 그만둬도 괜찮다.
내 블로그 첫 글은 공식적으로 2009년 5월 23일이다.
2008년생인 첫 아이 육아 일기였지만, 아이가 공개되는 게 싫었고 내사 작성한 글들이 나와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판단해서 대부분 삭제했다. 비공개로 전환했어도 되는데 아쉽다. 10년 넘게 쌓인 기록들이 글쓰기로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이, 신념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나는 깊은 생각 없이 삶을 심플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그냥이라면 책임이 없어 보이지만 솔직히 회피하면서 살았다. 그러디 보니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악착같이 한번 더 해보자 하는 의지보다 해보고 안되면 그렇지 내 일이 아니다. 하면서 시간이 키우는 대로 살아왔다. 이런 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항상 한정적이었다.
무언가를 해보자 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작도 어렵고 시작해도 무얼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 내가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본다. 아무것도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세상에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내가 경험한 일, 내가 주인공인 사건들이 생각보다 많다. 작은 하나를 찾아보면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씩 뒤이어 나타난다. 그렇게 쓰는 것 같다. 오늘 나의 하루, 나의 한 시간을 적어 보는 것부터 글쓰기의 시작이다. 그것들이 메모로, 일기로, 에세이로 세상에 등장한다.
많은 에세이 작가들 모두 같은 듯 다른 자기만의 이야기를 말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일정 부분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뇌수술을 받은 나, 사기를 당한 우리, 시험에 떨어진 나, 회사원이던 나, 영업을 하던 나, 당일알바를 갔던 나, 무수한 내가 내속에 있다. 말하지 않고 꺼내지 않았을 뿐이다. 그냥 나라고 퉁쳐서 생각했지만 조금 자세히 알고 싶고 정리해보고 싶은 순간에 나를 조금 더 관심 있게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에 뇌수술을 했고, 아이들과 매일 삼시 세끼를 먹다 보니 그런 보통의 하루를 기록하기로 했다. 먹는 음식, 만드는 음식, 주부인 나는 음식에 둘러 쌓여있었다. 다양한 음식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내 옆에 있었다. 음식마다 하나씩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 각각의 음식이 나에게는 다양한 감정의 경험이었다. 어느 하나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너무 익숙해서 가치를 두지 않고 귀한 줄도 몰랐다. 할머니 국수, 엄마의 식탁, 아이 이유식 등 오랜 시간 다양한 음식을 접하면서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반복되는 단조로움에 흘러 보냈다.
에세이를 쓰면서 삶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일이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내 길을 묵묵히 가는 것 그게 삶이고 엄마고 아내고 나 자신이다. 특별함을 위해서만 살지 말자.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해보면 어떨까?
내가 오늘 하루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창가에 앉아 나를 남겨 보는 일, 아이를 위해 양파튀김을 땀 흘리며 해주는 일, 눅눅한 과자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살짝 바삭해진 것에 아이처럼 기뻐하며 입에 넣는 일, 욕실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소설책을 소파에서 읽는 것,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등.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하지만 기억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오늘 사는 하루는 온전한 나의 하루고 삶이다. 우리는 가끔 거창한 것보다 소소함을 꿈꾼다. 지금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하는 일을 찾아보고 기억하고 적어보자. 그 기록이 모여서 개성이고 취향으로 발전한다. 크고 빛나는 것보다 작고 단단한 것이 더 눈이 갈 때 나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글을 쓰고 엄청난 작가가 되는 것보다 내 글을 조금씩 읽고 함께 생각해 줄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쓰면서 살고 싶다. 내가 즐기는 일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매일 만나는 하루가 매일 다정하게 다가오니까 반복되는 일상을 쓰지만 그 안에는 매일 다른 하루가 남는다.
[글 쓰는 마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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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