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써야 하지?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고는 무얼 써야 할지 몰랐다. 무모하게 시작된 글쓰기는 방향을 잃고 헤매는 작은 배 같았다. 이것저것 쓰다 보니 이건 정말 봐줄 수가 없다. 너 정말 글 쓰고 싶은 거 맞아? 하는 고민을 혼자 하기 시작했고 그냥 쓴다고 다 글이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당시 나는 글로 사람들에게 특별한 무엇인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고 전문직도 아닌, 그냥 평범한 내가 쓸 수 있는 분야가 없다고 생각되니 한없이 작아졌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글을 배우지는 않았고 내가 아는 보통의 경험들은 누구나 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쓸 이야기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그저 글을 쓰겠다는 생각만 했다.
김 편하게 자르는 법, 냉동 밥 새로 한 것처럼 보관하는 법, 미니멀하게 사는 법 등등 어느 날부터 내가 보던 SNS에서 올라오는 내용들이 신기했다. 이런 걸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이미 나는 저렇게 하고 있는데…. 저 김 자르는 방법은 초등학생 때 고모가 알려준 건데….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는 것 같았다. 거창한 게 아니구나. 짧은 SNS였다고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생각을 다르게 하기로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다. 모두가 알 수 없고, 같은 것을 좋아할 수도 없다. 내가 알지만 타인을 모르거나 나는 모르지만, 타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거나.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서로 돕고 살아가는 것.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사는 것.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 내 이야기를 하며 나름의 쾌락을 느낀다. 지금은 글로 정리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냥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나만 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처음에는 퇴사하던 순간부터 뇌수술을 받은 나의 일상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일기 같기도 하고 민망했다. 그렇게 몇 편을 쓰고 그 안에서 내용들을 챙겨 부크크에서 책을 만들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이제는 브런치 작가라는 캐스트를 통과하고는 조금 짜임새 있는 글을 써야지 했지만 그냥 낙서들이었다. 누군가 보겠지만 새로 만든 계정이니 내 마음대로 그냥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글 하나가 갑자기 엄청난 조회수를 보였다. 브런치 알람이 계속 울렸다. 특별한 내용 있거나 메시지가 있는 글이 아니었지만 글 쓸 용기가 생겼고 무엇을 써야 할지 알았다. 나는 그날부터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하나씩 적기로 했다. 단적인 하루는 힘이 없지만 그 하루들이 모여 일상이 되는 순간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내 하루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면 일상을 기록하자.
가벼운 일기를 써도 좋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책 중에 병원 상담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책도 있지 않나? 그냥 흘려보낼 시간도 중요하지 않은 기록도 없다. 기록은 기억을 이기고 그 하루들이 빛나는 순간이 된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글로 남겨보자. 사실 어렵다는 걸 안다.
평범하다 못해 평균 아래에 있는 보통 사람이라 나는 일상을 쓴다. 나 같은 사람도 하루에 작은 의미를 느끼고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잘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거창할 것 없이 사는 보통의 우리를 기억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기록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나를 기록하기로 했다!!
[글 쓰는 마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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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핀터레스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