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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히키코모리

by 하루

히키코모리라고 하면 컴컴한 방 안에서 게임이나 라면이나 먹으면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어쩌면 일반 사람들이 볼 때는 히키코모리는 아니라고 보일 것이다. 직장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고, 연애도 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교회도 착실히 나간다. 사회 활동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누가 히키코모리라고 생각이나 했으려나.


하루는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던 저자가 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공감'이었다. 처음에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히키코모리는 어떤 삶을 살까 싶어 읽었는데 어쩐지 내 모습이 겹쳐 보였고, 저자의 생각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그의 삶과 생각, 태도가 사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히키코모리는 우선 방에 암막 커튼을 치고 산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밖은 대낮이더라도 방안에서는 조명을 켜지 않으면 어두워서 물건을 찾기도 어려운 정도이다. 조명이라고 함은 불도 환한 불을 키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조명 정도만 키는 것으로 최소한의 밝기이다.


방은 어두워야만 한다. 방이 밝으면 사회생활을 하는 것 마냥 피로가 몰려온다. 그리고 방이 밝으면 방 안에서의 내 모습과 직면해야 한다. 방에는 어지러운 책들과 옷 가지, 걸레질을 하지 않아 쌓인 먼지들이 눈 안에 들어온다. 사실 그러면 깨끗하게 청소하면 될 텐데 마음의 힘이 남아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모습을 보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고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두운 방 안에서 하는 것이라곤 아무런 영상을 틀고서 멍하니 듣기만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항상 대학생 시절, 혹은 고등학생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직장인 되고 나서는 바보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더 이상 생각하는 게 참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한 번 하려면 정말 천 근 만 근 한 몸을 움직여 겨우 산책을 할 뿐이고, 그것에 대한 과한 대가는 탄산음료와 짱구 스낵, 컵라면이다. 그리고 살은 조금씩 조금씩 알게 모르게 쪄간다. 그리고 거울을 잘 보지 않아서 어느 날 문득 살찐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겉으로 사회생활을 열심히 할 뿐이지 어쩌면 나는 직장인 히키코모리일지도 모르겠다. 사회생활에서는 늘 밝은 얼굴을 가면으로 쓰고 와서 마음을 소진하고, 집 안에서는 나만의 동굴로 파고든다. 탈진. 어쩌면 그 말이 그간의 내 마음을 잘 묘사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마주치는 수많은 웃고 있는 모습 뒤에는 남들이 모를 슬픔이 서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마다 숨고 싶지만 어른이니까 참고 버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최근 이사를 하고는 예전보다는 밝게 지내려고 하고 있다. 이사를 하고 나서는 예전보다는 방을 밝게 하고 있다. 창에 비친 훤한 풍경 덕분인지 커튼을 내리는 것보다는 올리는 게 이제는 더 좋기 때문이다. 수영도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물이 두려웠던 나는 어느새 수영을 제법 잘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호랑이 수영강사님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운동을 꾸역꾸역 하긴 한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나만의 굴로 숨고 싶기도 하다.

이런 걸 보면 어쩌면 내 천성은 히키코모리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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