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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5. 2024

경험이라는 자산

최고 기록을 경신한 기쁨

 요즘 11월 3일에 참가 예정인 마라톤 대회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마라톤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것이라 마라톤에 대한 아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연습한 것이 있기에 내심 잘하고 싶고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목표는 두 가지인데 완주하는 것과 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은 충분히 문제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 시간 안에 들어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최고의 기록이 1:00.03이기에 아직 한 시간을 벽을 깬 적이 없는 초보 러너의 입장에서는 괜히 목표를 크게 잡은 나 자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질책하기도 한다. 목표를 수정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불편한 마음 때문에 단순히 마음이 편해지기 위한 목적만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싶지는 않다.


 원래 목표라는 것이 달성 가능한 수준의 것만 계획한다면 절대 성장의 단맛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목표는 선 듯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지만 목표를 달성하려는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한다면 달성할 수도 있을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설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달성 가능한 것은 목표이기보다는 순리라고 여기는 편이 맞을 것이다. 물론 인생을 순리대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역사 속 항상 있었던 불가능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 때로는 큰 발전을 이루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달리기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경험을 맛보기 위해 더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연습할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매일의 달리기 습관을 만들기 위해 피곤하고 힘들지만 매일 달렸던 것과 달리 이번 달에는 회복의 시간을 누리며 내 몸이 오늘의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회복이 덜된 상태로 달리기를 지속하면 결국 기록 저하와 부상까지 올 수도 있기에 회복이라는 관점을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단 회복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매일의 달리기 기록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의 달리기 흔적은 공유할 수도 있겠지만 망각의 산물인 나를 위해 남겨놓은 흔적이다. 어제의 흔적을 보고 조금 더 노력할 수는 없었는지를 반성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더 타당하고 효율적일 것이다. 가끔 구간대별 페이스를 보고 어제의 달리기를 분석할 때가 있는데 기록을 위해서는 이 페이스를 단축해야 10km를 한 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다.


 어제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새벽 기상을 했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기 전 평소보다 더 많이 스트레칭을 하면서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충분히 풀어주었다. 또한 잠깐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바람막이를 입기보다는 러닝 베스트를 입고 몸이 예열된 후 겉옷이 거추장스럽게 짐이 되지 않도록 가볍게 입고 밖으로 나갔다. 대략 15도 정도 되는 날씨라 쌀쌀함을 느꼈지만, 5분 정도만 달려도 온몸에 땀이 날 것이라 이 정도의 추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가민을 보고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지금까지 처음 보는 100% 준비 상태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가볍게 5km 정도만 달리려고 했던 계획을 10km 달리기로 변경했다. 대신 여유를 부리면 출근하는 데 지장을 줄 수도 있기에 평소보다 서두르자고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주 사전 답사를 다녀온 마라톤 대회 코스는 거의 평지이기에 내가 연습하는 코스와 달리 오르막길의 고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오르막길을 달릴 때면 잠시 멈춰 숨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다양한 코스를 달린 경험이 필요하기에 꾹 참고 달릴 뿐이지만 가급적 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평소 연습하던 달리기 코스 중 평지만을 골라 달렸고, 구간대별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6분 초반대의 페이스로 달렸지만, 한 시간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최소 5분 중후반대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기에 심박수가 증가하는 것을 점검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이를 위해 지난주부터 연습해 온 인터벌 훈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찾아왔고 3~5km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렸던 경험이 숨이 차오르지만 거리가 늘어나지만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7~8km 구간대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페이스 저하 현상도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물론 초반보다는 페이스가 느려지기는 했지만 거리가 늘어날수록 페이스의 저하 폭이 감소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리고 가장 기뻤던 것은 달리기 인생 최초로 10km 달리기를 한 시간 안에 주파했다는 점이다. 하늘을 날 듯이 기뻤지만 출근 시간의 압박으로 간단하게 쿨다운을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군대에서처럼 2분 만에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는 길, 여전히 기쁨으로 가득 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이 몇 번 더 반복된다면 마라톤 대회를 걱정하는 마음도 줄어들 것이고, 대회 당일 완주는 물론 한 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위법적이지 않은 것을 빼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떠오르며 달리기 인생 가운데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나도 초보 러너가 아닌 중수, 고수 러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엘리트 교육을 받은 선수들처럼 잘 달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달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매달 1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며 일상 속 모든 것에 달리기를 중심에 두려고 하는 변화를 본다면 후천적인 노력도 재능 이상으로 중요함을 느낀다. 달리기 시작한 지 이제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보 러너가 가당치도 않은 꿈을 꾼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꿈이 나를 더욱 달려야 할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 준다.



 점심을 먹으며 어제의 달리기 구간대별 기록을 보니 모두 5분대의 페이스를 유지했음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연한 것이겠지만, 출근 시간의 압박이 기록 향상에 일조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상상과 함께 대회 전까지 몸 관리를 잘하고 회복에 초점을 맞춰서 꾸준히 연습해야 함을 느꼈다. 이번 주말에 있을 런데이 문고리 마라톤에서 난생처음으로 가상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도 두렵기는 하지만 초보 러너의 겸손함으로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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