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달리기를 하는 이유
10일간의 5km 달리기를 끝낸 후 바로 10km 달리기를 연습할까 고민하다, 두 배의 거리를 달리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해 3km 거리를 증가해서 달리는 8km 달리기 연습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틀 동안 8km 달리기를 연습하면서 거리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은 것을 잘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금 내 수준에서는 딱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했다.
케이던스를 높이기 위해 페이스를 빠르게 하면 심박수가 너무 올라가서 오랫동안 달리기를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폐지구력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내 마음대로 될 문제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문제도 아니기에 죽을 때까지 계속 달린다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심정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지속할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4개월 차에 접어든 요즘, 부쩍 다른 사람의 기록과 비교하는 일이 많아졌다. 얼마나 먼 거리를 달렸는지,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지를 먼저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거리와 속도에 대한 욕심이 점점 생기지만, 뱀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 되기에 거리와 속도를 쳐다보지 않는 눈 가리게가 필요하다. 온라인 러닝 크루인 부단히런의 인증 사진에서도 거리와 속도를 눈여겨보기에, 어서 빨리 눈 가리게를 해야 할 것이다.
러너에게 자부심과도 같은 거리와 속도의 기록을 멀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풀코스 마라톤에서도 '서브 3(풀코스를 3 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는 흔히 말하는 '언아더 레벨'이지만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아니며 단기간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 말 그대로 오랜 시간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면서 달리기에 공을 들여야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는 경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브 3'의 레벨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노력한다고 모두 이 레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제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예를 들었던 엘리트 선수가 아닌 공무원의 신분으로 취미활동으로 달리기를 하면서 2시간 7분대의 풀코스 마라톤 기록을 보유한 일본인 러너는 엘리트 선수 이상의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심지어 러너의 기록에만 관심을 가지지 어떤 훈련과 연습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어떤 일을 평가할 때 대부분 결과만을 두고 평가하는 일이 흔하지만, 달리기에 있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하여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어떤 과정을 했느냐에 따라 결과의 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강도'보다 '빈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달리기 세계의 법칙이다. 러너 자신에게 딱 맞는 레벨에서 빈도를 반복하면서 더 높은 단계의 레벨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몸부림이 높은 수준의 질로 응축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결과에 만족하는 것이 성장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작은 성공을 반복하면서 자주 경험하게 된다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런 과정이 녹아 있는 결과는 대부분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만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더 높은 목표를 갈망하며 성장하려는 몸부림이 진정한 러너가 되는 비결일 것이다. '찐'러너는 로마가 하루아침에 지어지지 않았듯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달리고 달린 결과, 겨우 만들어지기에 매일의 달리기를 꿈꾼다.
아직 매일 10km 거리를 달리고 내일 다시 10km 달리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루 만에 회복할 수 있는 체력이 없지만, 기본기 강화 훈련을 지속하면서 몇 달 후에는 매일 10k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조금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겠지만, 매일 10k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 지루함과 따분함과의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다른 러너와의 비교는 하지 않고 나만의 달리기를 하며, 나만의 달리기 세계를 만들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거리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달리려고 하는 의지와 힘들어도 완주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게 인정받는 공간이다. 비가 와도 날씨가 추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불굴의 의지가 최고의 덕목이다.
이 불굴의 의지는 강도가 아닌 빈도가 만든다. 먼 거리를 달리는 것보다는 짧은 거리를 매일 반복하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지루함과 따분함으로 포장된 매일의 축복을 거친 숨소리와 흘러내리는 땀으로 벗긴다면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된 최고의 축복을 누리는 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지루함과 따분함과 싸우며 꾸준히 그리고 천천히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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