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르세데스 Oct 25. 2021

육아를 잘 하고 싶을 때

《위대한 유산》 《소중한 사람에게》를 읽고


부모가 된다는 것아이를 양육하는 태도     


  부모가 된다는 것이 뭘까? 한 생명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무한한 사랑과 관심으로 한 사회의 건강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길러내는 일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을까. 대학 신입생 시절 복지 공부를 할 때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이라는 과목에서 ‘사회복지의 목표’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세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첫째가 ‘인간다운 생활 보장’이고 둘째가 ‘자립적 생활 추구’. 셋째가 ‘사회통합’이었다. 그 중 ‘자립적 생활 추구’는 다른 복지 관련 강좌를 수강했을 때도 많이 강조된 목표였다. 그 이후 난 인간의 성장을 떠올릴 때 ‘자립’이라는 목표가 상기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부모가 되면서 내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구나 싶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직 부모로 산 지 8년 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역할의 무게는 아이가 자라날수록, 사회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 맺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무거워짐을 느낀다.      


이미지출처 : yes24



  부모가 자신을 위해 살면 아이도 자신을 위해 산다양육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좋은 부모가 되는 것아이가 부모를 좋아하는 것아이는 올바른 사람을 따라 하지 않는다좋아하는 사람을 따라 한다. (...) 아이만 잘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어른이라고 잘난 척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되자그래서 나는 아이의 자존감보다 부모의 자존감이 먼저라고 생각한다.《위대한 유산, 181쪽》 


  큰아이가 2021년 3월, 유아기의 딱지를 떼고 초등학교에 갔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 자립하길 바라는 엄마로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그런 내 마음을 담아낸 문장을 만났다. 바로 나를 ‘책 읽고 글 쓰고 실천하기’라는 뜻을 담고 있는 ‘책쓰천’의 세계로 안내해 준 한혜진 작가의 세 번째 책 《위대한 유산》 이란 책에서다. ‘책쓰천’이란 말도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말이다.      

  더불어 좋은 엄마가 아니라, 내 아이가 좋아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어준 한 문장을 만나고서 나의 성공의 기준이 달라졌다. 아이가 날 존경하고 닮고 싶어 한다면 엄마로서 성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에게



  다른 일을 하다가도 엄마를 꺼내어 생각할 때면 마음이 따뜻해져. (...) 엄마가 없으면 온통 엄마 생각으로 가득 차고마음에서도 엄마를 불러그때 난 알게 되었어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만그 엄마의 아이가 언제나 엄마를 떠올릴 때 늘 웃을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 (...) 난 엄마가 정말 좋아표현하기 힘들 만큼언제까지나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의 생각을 존중하며 엄마의 마음을 닮아 가고 싶어.(201쪽)


  위 문장은 《소중한 사람에게》 를 쓴 전이수 작가의 책을 통해 만났다.      

  두 책은 저자의 나이와 글을 쓴 목적, 배경 모두 다르지만 내가 보기에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다. 한혜진 작가의 《위대한 유산》 이 ‘일관성, 접촉, 공감, 재미, 제한, 기다림’이라는 아이를 위한 부모의 태도, ‘기억, 자존, 안목, 공부, 균형, 어울림’이라는 부모 자신을 위한 태도, 즉, 부모가 갖춰야 할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전이수 작가의 《소중한 사람에게》 는 아이의 눈으로 본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육아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 때 만난 전이수 작가의 책은 ‘참 올곧게 잘 자랐다. 저 아이의 엄마는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아이를 저렇게 잘 키웠을까?’ 생각할 만큼 책 속에 담긴 깊이 있는 생각과 삶을 대하는 자세,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 등 과히 초등학생 때 썼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웠다. 책은 또한 이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도 같이 실려 있는데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가 가진 성품을 우리 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도 저자의 책을 여러 번 읽어줬다. 특히 똑 닮길 바라는 태도는 더욱 강조해서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읽었다. 책 속의 모든 문장을 씨앗 삼아 우리 아이 마음 밭에 심겨주고 깊은 곳에 뿌리 내려 바르게 자라게 하고 싶지만, 무리란 걸 알기에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들만 뽑아 보았다. 또한, 《위대한 유산》 에서 말하고 있는 12가지 태도에서 겹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태도에 대한 설명을 저자의 문장으로 대신해보고자 한다. 내가 아이 양육을 하면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인격적 유산을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소중한 사람에게》 초반에 나온 이야기 중 삼촌과 이수의 대화를 옮겨 와봤다. 기운없이 축 늘어진 삼촌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묻자, 삼촌은 “어떨 땐 그냥 슬프고, 마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갑자기 힘이 빠질 때가 있어. 이렇게 주저앉아 넋을 놓게 되기도 해”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러자 이수는 그럴 땐 혼자 있기엔 겁이 날 것 같다며, ‘힘든 일보다 더 힘든 건 혼자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 주기만 해도, 슬며시 기댈 어깨를 빌려주기만 해도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고 말하는(16쪽) 그의 말에서 한혜진 작가가 강조하는 ‘어울림’을 보았다. “혼자 우뚝 서서 관심의 중심이 되는 것보다 더불어 어울려서 관계의 동심원을 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263쪽)고 말하는 이수만의 따뜻한 어울림이다.      

  아이들에겐 해소되지 않은 호기심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자신도 그렇다고 한다. 

  아직 궁금한 게 많고들여다보고 싶은 게 많아서 자주 이것저것에 손이 가기도 하고입에서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두 다리로 소파 위로 올라가서 펄쩍 뛰어 보고도 싶다하지만 나는 잠시 멈추어야 한다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약간의 이해와 배려로 이런 어린이의 마음을 너그러이 봐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면 나는 고마운 마음을 안고 커서 이 모든 것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어른이 될 것이다.(24쪽)


  위의 에피소드는 아이가 사회에서 인간답고 평화롭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남의 생명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 규칙을 안 지키고 뻔뻔한 아이가 아니라자기 조절을 거뜬히 해내고 당당한 아이로 키우자.”《위대한 유산, 100~101쪽》 라고 하는 《위대한 유산》 에서의 ’제한‘에 대한 이야기와 접목할 수 있다. 이수는 덧붙여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자제하고 남을 배려하는 보이면서도 어른들에게 아이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봐주길 바란다는 생각을 나타낸다.      


  엄마는 나무라지도다그치지도명령하지도 않는다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엄마는 내게 얘기해 주었다너도 예전에 지금 동생들의 모습과 똑같았다고그러니 잠깐 기다려 주자고.

(...) 엄마는 항상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알아준다가끔 난 다른 사람의 일에 지적하는 말을 할 때가 있지만 그런 나조차도 나를 발견하지 못한다오늘 나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그게 답답하다고 말하지만 기다려 주어야 해너도 그랬잖아!”《소중한 사람에게, 29쪽》

  자기와 달리 엄마가 동생들이 밥을 시간 내에 먹지 않고 장난쳐도 짜증 내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는 것을 보면서 ’기다림‘에 대해 생각하는 이수. 


  “자녀가 알아서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한탄하지 말자아이들은 아직 우리의 전두엽을 필요로 한다스스로 잘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도 해주고 시범도 보여주어야 한다.《위대한 유산, 133쪽》 는 문장은 아이를 차분히 기다려 주지 못하고 채근하고 꾸짖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했다.      


  자신의 눈으로만 보는 사람은 고집이 세다자신의 생각이 다 맞는다고 생각한다그래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그것은 곧 성장할 수 없다는 말이다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를 되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귓구멍이 퇴화되어 점점 작아져 바늘구멍처럼 변하지 않을까그땐 내 말만 많이 하는 큰 입만 도드라져 보일 것이다.《소중한 사람에게, 55쪽》


  나를 포함한 친정 식구들은 대체로 고집이 세고 제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물론 남의 말도 잘 듣지 않는다. 예전엔 그런 면이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에게 그런 성향이 있었고 나에게서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난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자기 생각만 옳다고 보는 아이의 습성을 바로 잡아주고 싶다. 겸손한 자세로 성장하는 아이가 되길 원한다.    “안목을 가진 자는 심안이 발달되어 있다그래서 똑같은 것을 보아도 깊고 넓은 해석을 할 수 있다결국 그들은 인생을 남다르게 살 수밖에 없다삶은 해석하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유산, 198쪽》 라는 말처럼 깊고 넓은 해석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우리 집 큰아이는 태어나고 백일 이후부터 교회에 다녀서 사회성이 좋다. 교회 어느 집사님께서 우리 아이들은 서열이 명확하다고 얘기하며 “아기들도 서열이 있지 뭐야. 기어 다니는 아기는 누워만 있는 아기를 ’내가 네 한 수 위야‘하는 듯 쳐다보고, 설 줄 아는 아기는 앉아 있는 아기한테 ’네가 너보다 형님이다.’라는 듯 쳐다봐.”라고 우스갯 소리를 하셨다. 그 말은 일리가 있었다. 우리 아이도 자기보다 큰형님 앞에서는 까불지 못하면서 본인 아래로 동생들이 생기자 ’힘의 논리‘에 입각하여 동생들의 장난감을 자유자재로 만지고 아이들을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 사회에서 자연스레 서열과 규칙 및 질서를 배우지만 혹시나 얘가 ’강한 자‘ 앞에서는 꿈쩍도 못 하면서 ’약한 자‘ 앞에서 강한 척을 하는 아이로 자랄까 봐 염려하던 중, 이수의 말은 내 가슴에 꽂혔다. “진정 큰 힘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강함에 있지 않고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바르게 쓰는 데 있는 것 같다.”(57쪽) 자신의 동생 우태가 또 다른 약한 동생을 지키려고 힘이 세 보이는 큰 삼촌에게도 꿈쩍하지 않고 대항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는 마음의 힘을 길러 그 힘으로 다른 사람에게 바른 용기를 주며 직접 모범이 되어 보일 거라는 고백은 엄마 관점에서 매우 흐뭇한 고백이 아닐 수 없다. 이수는 ’강인함‘을 무슨 상황에서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듯하다.          



잘 양육받은 아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부모가 가진 최고의 특권이다.”《위대한 유산, 213쪽》라는 말을 인증이라도 하는 듯이 이수는 정말 넓은 안목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 사회로까지 관심사가 확장되어 있다. ‘플라스틱 세상’이라는 제목 아랫글을 보면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 금세 바다의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질 거라는 상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 조금 불편해도 살아가는 작은 습관을 바꾼다면 더 중요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고그 불편은 금방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우리가 살아갈 시간들을 함께 지켜 가면 좋겠다.(71쪽) 

  사람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이야기하며 창조물을 세상 사람들이 균형을 깨고 부수지 않았으면 한다.”(79쪽)고 얘기하는 말속엔 환경을 살리고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가 보여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내가 한편으로 부끄러웠다.      


  내가 그리는 그림들로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멀리 나의 친구들을 위해 손을 뻗고 싶다모든 것은 함께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그곳에 부족한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다우리는 함께 살아가니까.”(91쪽) 지구 반대편 친구들은 먹고 쓰고 입는 모든 것들이 부족해서 힘들어하고 심지어 아파서 죽기까지 하는데, 자신은 이렇게 잘 먹고 부족함 없이 살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이수의 타인의 어려움을 깊이 공감하는 그 세심한 마음이 느껴져 이수의 그림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이제 갓 중학교를 들어가는 나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이수는 선한 영향력이 무엇인지 그 본보기를 보이는 큰 사람이다. 그를 더욱 근사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력이 부족한 게 아쉽다. 엄마로부터 사랑이 뭔지, 배려가 뭔지, 살아가는 것이 뭔지 배웠다는 그를 보며 나도 우리 자식들에게 ’지식적인 앎’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내가 되어 ‘사랑, 배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아이를 양육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고 양육해야 하는지 기본기를 다잡게 해준 한혜진 작가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순수하고도 진지한 아이만의 시선을 경험하게 해준 정이수 작가에게 지면으로나마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위대한 유산》, 한혜진, 북하우스, 2018

《소중한 사람에게》, 전이수, 웅진주니어, 2020            



* 사진 출처

Taryn Elliott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이전 07화 엄마 또는 나로서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고 싶을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