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일기 3
니가 있어야할 곳은 여기야
복직하고 10일이 지났다.
첫주에는 아기가 아파서 정말 내리 울면서 다녔는데
아기가 회복한 이후에는 더이상 눈물은 없다.
이번주 화요일, 결혼할때부터 계셨던 회사건물 경비아저씨께서 말을 거셨다. "애기 낳기전보다 더 행복해보이세요~ 더 밝아지셨어요" "육아 하느라 여기저기 신체는 온전치 못해요"웃으며 대답했는데 하루종일 그 분의 말을 곱씹게됐다.
애기두고 울면서 나왔던 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단 3일 만에? 출근길에 느낄 수 있었던 아침 공기, (집에서 애기만볼때 비하면)그래도 차려입은 옷과 손질한 머리, 화장한 얼굴. 아직은 100% 돌아오지 않은 일머리로 모니터 앞에 하루종일 앉아있는나. 동료들과 함께하는 맛있는 점심과 커피 타임.
회사생활의 가장 큰 낙 아니 인생의 낙을 다시 찾았다.
"아 맞아 이게 원래 내 일상이였지"
돌아온 일상에 나도 모르게 행복했나보다.
뭔지모를 상쾌한 기분, 행복감을 아저씨에게 들켜버린 기분이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들켜버린게 아니다.
대학교 졸업후부터 8년동안 직장인의 삶을 쭉 살았는데 이게 더 편한고 익숙한게 당연할지도..,
내가 있어야할 곳이 여기 회사였나?
엄마랑 떨어지는 시간이 아직은 힘든지 통잠자는 아기가 일주일내내 새벽에 깼다. 깨서 다가가면 마치 강아지 새끼 처럼 내 품에 쏙 안겨 엄마가 곁에 있음을 확인하고 다시 잠을 청하는 아들.
고작 15개월 아기에게 엄마없는 낮. 이런 환경을 적응시킨다니 너무 가혹한가? 스스로 자책하게 됐던 새벽 시간. 아기는 깼다가 빨리 잠들었지만 오만가지 생각에 쉽게 다시 잠들지 못하고 몽롱한 상태로 출근을 준비했다.
퇴근하면 빠르게 환복하고 놀아주는데 일찍 자는편인 아기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 찰나를 촬영해 출퇴근길 보고 또 본다. 집에 있을땐 하루종일 너를 기록하기 바빴는데..., 지금까지 샀던 교구, 책들이 마치 잠들어 있는듯 했다.
정리가 잘되어 있는 평온한 거실, 잠든 아기를 보며 떠올린다.
내가 있어야할 곳이 여기 우리집인가?
마음을 다잡고 생각해보니 결국 둘다 내가 있어야할 곳. 회사에 돌아오니 벌써부터 해결해야할 프로젝트들이 눈에 보인다. 주어진 상황에서 머리를써서 일해야하는게 회사에서의 내자리. 내역할. 그리고 퇴근 후, 집에 오면 아기를 보고 최소한의 집안일을 해야한다. 이것도 엄마로서의 내역할.
직원으로서 일하는 회사도, 엄마로서 역할을 다하는 집도 내가 있기로 결정한 곳이고 있어야하는 곳이다.
그 결정은 오로지 내가 한 선택.
일머리가 100% 돌아올때까진 당장은 뭣이 더 중한데~ 크게 경중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날 그 시간 내자리에서 집중하는 것이 만이 살길.
결론, 저 이제 울지않고 웃으며 잘 다녀요 회사!
(언제 다시 또 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