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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지 Dec 22. 2021

밤과 낮


1. 밤이다. 끝은 다시 시작이 되고 거대한 시소 위에 올라 오르락내리락. 수평은 맞춰지지 않고.

가끔 견딜 수 없어 뛰어내려보리라 하는 결심은 꼭 졸음을 몰고 와 나를 재운다. 해는 발끝에서부터 떠올라 발을 동그랗게 말고 중심을 잡아보면 살이 닿는 곳마다 부지런히 살아있음이 느껴져 감사해야지 감사해야지.  


2. 숲을 그린다. 나무를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물을 그리고 나와 우리를 그리고.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엔 무서우니까 몇 발자국 떨어져 땅을 딛고 선다. 나무처럼 곧게 편 허리를 만져보고 꽃잎과 줄기의 곡선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떠올린다. 햇빛을 마시며 충분히 상상하고 용기를 흡수하고 기억을 숙성한다.


3. 그렇게 그려지기 때문에 그렇게 그려진 것이다.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만 그릴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자신을 믿어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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