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Jun 24. 2020

선생님,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

수업이 끝나고 한 학생이 찾아왔다. 우리 반의 모범생 진원(가명)이었다. 평소에 수업 태도도 좋고, 성적도 우수하고, 성격도 좋은 엄친아 학생이었다. 진원이가 나에게 와서 말했다.

선생님!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요...
진원: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요? 엄마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을 얻어서 행복해지는 게 살아가는 이유라고 하시는데, 이게 제가 살아가는 이유인가요? 뭔가 아닌 거 같아요. 요새 무얼 해도 재미가 없어요.


헉! 초등학생이 벌써 이런 질문이라니... 진원이를 보니 과거 중학생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생의 교실남: 엄마! 진짜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걸 알아야 공부를 하던지 뭘 하던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엄마는 무슨 이유로 살아요?
교실남의 엄마: 그냥 사니깐 사는 거지. (잠시 고민) 느그들 때문에 산다! 공부하기 싫어서 별의별 생각을 다하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공부나 해라! 

훗날 어른이 되어,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찾아보았다. 어떤 책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다. 

사람은 각자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태어난다.
그럼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선생님이 되고 나서, 나는 나의 사명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쳤고, 군대에 들어가서도 훈육조교를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훈련병들을 훈육했다. 나로 인해서 누군가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기쁨을 느꼈다. 그렇게 3년을 빡세게 보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더 이상 가르치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내 사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내 사명이라면 하늘에서 무슨 계시라도 내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1년이라는 시간을 무기력하게 보냈다. 대신 그 1년 동안 다른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지 관찰해보았다.


사람들마다 달랐다. 100억 부자가 되는 것, 평생 남을 도우면서 사는 것, 신을 평생 모시는 것, 승진을 하는 것, 그냥 지금처럼 평범하게 계속 살아가는 것, 유명해지는 것, 가족들을 지키는 것, 도를 찾아 깨달음을 얻는 것 등 다양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인간상)이 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구체적인 목표를 이루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궁극적인 해답은 없었다. '네가 살아가는 이유는 ~다.'하고 딱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었다.


다만, 사람들마다 각자 살아오면서 중요시하는 가치들이 있었고, 이들은 자신의 가치에 맞는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후, 나는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들을 살펴보았고,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이 가치에 맞는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었다. 신이 계시를 내려주어서도, 누군가 시켜서도 아닌 스스로 '나만의 것'을 창조한 것이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다가 진원이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진원아!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해진 정답은 없어.
선생님(나): 네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는 살아가면서 네가 스스로 찾아서 정하는 거야.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겠지? 선생님도 거의 20년을 찾아 헤매다가 최근에서야 찾았단다. 선생님은 '너희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때, 지금처럼 너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가 가장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진원: 뭔가 선생님은 가르치실 때 엄청 행복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어요.
선생님(나): 그래? ㅋㅋ(은근 뿌듯함.) 언젠가는 진원이도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되었니?


진원이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