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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제일 좋아하는 보상

by 교실남

교실에서 초등학생이 제일 좋아하는 보상은 뭘까? 8년 동안 교직생활을 하며 아이들의 학습 동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말 다양한 보상을 제공했다. 사탕, 초콜릿, 피자, 치킨, 학급 화폐, 칭찬 스티커, 피구, 주말에 선생님이랑 산에 가기, 영화관 가기 등, 이 중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보상은 주말에 선생님집에 놀러 가기였다. 아이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와도 딱히 하는 건 없다. 피자, 치킨 등 아이들이 원하는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보드 게임 1~2시간 정도하고 헤어지는 게 전부다. 근데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선생님집에 방문한 자체만으로 자신이 특별해진 기분이 든다고 했다.


중국에서도 아이들의 학습 동기 향상을 위해 '선생님집에 놀러 가기'라는 치트키를 썼다. 보상 조건은 1달 동안 자기계발 시간을 측정해서 우리 반 10명 중 상위 4명이었다. 파격적인 보상 덕분인지, 불과 일주일 만에 우리 반 아이들의 하루 공부량은 거의 3배가 늘었다. 1달이 지나고 선생님집에 놀러 가는 약속 날짜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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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우리 집은 월세 2000위안(한화 40만원) 정도(방 2개, 거실 1개)로 집 상태가 썩 좋진 않았다. 누가 봐도 좋은 집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선생님집을 보고 선생님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까 봐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아이들은 집상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주말에 선생님집에 놀러 가서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했다.


집에서 한창 보드게임을 하다, 밖에 날씨가 좋길래 집을 나와 15분 동안 걸어서 바닷가로 갔다. 꽤 오랫동안 걸었는데도 아이들은 불평하나 없었다.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반짝반짝 거리는 아름다운 바닷가, 즐거워하는 아이들, 지금 생각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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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말에 선생님집에 놀러 가기 보상은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었다. 집 근처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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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에게 보상을 주면서 제일 걱정이 되었던 것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아이들이었다. 학급 내에서 보상 시스템을 만들면 항상 잘하는 친구가 잘하고 못하는 친구는 계속 못하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현재의 학습 격차는 그동안 공부한 시간들의 누적이기 때문에 격차를 줄이거나 뒤집기는 매우 힘들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벌어진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난 시험 점수 결과가 아닌 자기계발시간으로 보상기준을 잡았다. 지금 당장은 옆 친구보다 공부는 못해도, 이번 달 공부 시간으로는 옆 친구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격차가 발생했다. 자기계발 시간도 원래 공부 습관이 잡혀있던 친구들이 좀 더 수월하게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더 격차가 벌어지고 중도 포기자들이 나올 것이 자명해 보였다.


이를 방지하고자 자기계발 시간이 적은 아이들을 수시로 상담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했다. 반 친구들의 자기계발 시간이 적힌 엑셀 파일을 보여주며, 조금만 더 노력하면 원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힘내라고 끊임없이 북돋았다. 내가 봤을 때, 딱 한 번의 성공 경험만 있으면 이 친구들 스스로 각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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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께 보낸 문자


11월이 되었다. 드디어 우리 반의 모든 학생들이 자기계발 순위권(4등) 안에 든 경험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학습 시간은 늘었고, 수업 시간에 태도 또한 좋아졌다. 기존에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친구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반 안에 아이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든 학습 스터디도 생겼다.


학기 초, 나의 목표는 훗날 내가 없더라도 우리 반 아이들이 서로 자극하고 북돋아가면서 성장을 하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자기계발 제도의 성공으로 그 목표에 한 발자국 다가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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