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오리 May 12. 2024

전통




광주의 한 시장을 방문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전통’이 존재하는 곳. 한 활동가의 말에 의하면, 이곳에는 유치원생들도 ‘견학’을 온다고 했다. 살아있는 닭과 오리를 바로 잡아서 주는 이런 곳이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외임에도 심한 냄새가 났다. 도살장으로 향하는 트럭은 비인간을 '배송'한 후, 깨끗하게 소독되어 나온다. 그렇게 매번 청소가 이루어지는 트럭과 달리, 이 뜬 장은 오랜 시간 그대로였던 것 같다. 




여러 고객들이 와서 생명을 사 갔다. 내가 그곳에 있는 동안 뜬 장에서 도살 공간으로 잡혀들어간 이들이 꽤 되었다. 상인이 뜬 장의 문을 열고 안에 있던 오리를 끌어냈다. 상인은 문을 열어 둔 채 일을 봤다. 훤히 열려 있는 문인데도 남아 있던 오리는 나오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고 한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닭과 달리 오리들은 모두 일부가 개방된 곳에 감금되어 있었다. 칼 가는 소리, 동족이 죽을 때까지 지르는 비명, 불로 지지는 소리, 수많은 이종의 시선. 




‘전통’ 시장의 많은 것들은 '인권'이란 이름으로 개선되었다. 어릴 적 엄마를 따라갔던 시장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시장에는 거대한 지붕과, '현대식' 화장실이 생겼다. 전동 휠체어를 타는 이가 있었다. 


뜬 장에 있는 장애를 가진 닭에겐 화장실도 없었다. 전통 시장이 ‘현대식’으로 변화하는 긴 시간 동안 동물의 권리는 여전히 멈춰 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하지 못했던 애도를 마쳤다. 목이 뜬장 밖으로 내려온 이, 문이 열려 있어도 도망가지 못한 이, 오랜 시간 감금되어 정신병을 가진 이. 집중하다가도 다른 생각으로 흘러 들어가곤 했다. 나는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런 것일까. 비당사자이기에, 고통 받는 이들을 촬영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의 일상 비질 참여 기록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감금 지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