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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May 30. 2024

고양이, 돼지, 구조


재개발구역 고양이 카레를 납치해야 하는 날이다. 오래 앓은 구내염으로 아마도 발치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아 돌보미 마음을 졸이게 했던 카레는, 오랜만에 나타났고 등장 10분 만에 포획틀 안에 들어가서 잡혔다.


탁-

자동으로 닫힌 문에 놀란 카레가 틀 안에서 발버둥 치며 화를 냈다. 미안 카레야.



돌보미와 함께 병원으로 카레를 이송하면서 많은 생각이 이어졌다.


한 명도 남김없이 살처분되어 텅 빈 그 축사 안에서, 또는 그 흙더미 안에서 누군가가 살아남아서, 내가 발견한다면 나는 그를 구조할 수 있을까? 그를 어떻게 구조해야 할까? 트럭? 구조한 후에 나는 그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까?


아직 아기라면 동거 가족을 최대한 설득해서 베란다라도 내어 달라고 해야 할까? 진저리 치며 어디 돼지를 집 안에 들이냐 할 것이다. 아빠의 채소밭에서 살게 해달라고 할까?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돼지는 무럭무럭 자랄 거고, 반년이 지나면 100kg을 거뜬히 넘어갈 테니까.


뒷 자석에서 화가 잔뜩 난 존재는 돼지가 아니라 고양이였고, 그래서 그를 병원에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었다. 병원엔 그를 위한, 답답하지만 적어도 쾌적한 입원실이 마련되어 있다. 돈을 내면 그는 꽤 괜찮은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카레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은 기쁜 일이다. 카레를 처음 본 날부터 쭉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구조된 돼지도.

아직은 상상 속에서 그려지는 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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