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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Jun 11. 2024

우리 농산물

월월 대신 메에

그들은 동물학대로 보여지는 것에 극도로 예민했다. 경매장엔 판매자와 구매 희망자들이 있었다. 주최 측에서 최저가를 정하고, 경매 참여자들은 염소를 이리저리 살피며 ‘눈치껏’ 가격을 정했다. 어떤 염소가 돈이 되고 안 되는지 토론이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직원들은 염소의 몸에 알록달록 다양한 색의 스프레이를 칠했다.  염소들의 목에는 ‘우리 농산물’이라 적힌 빨간색의 끈이 묶여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 수많은 이종들의 시선, 더운 날씨, 염소들은 서서히 지쳐갔다. 어떤 이는 메에- 하기도 하고, 어떤 이의 목소리는 성인 남성의 고함처럼 들리기도 했다. 뿔이 작은 어린 이들부터 몸이 크고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이들까지, 뒤죽박죽 있었다.      


어떤 돼지는 만두용으로, 삼겹살로 지정되듯 염소도 마찬가지였다. 성별 '암', '수', ‘약거리'


“겨울철에도 잘 나가고 여름철에도 1년 사시사철 나가는데 그 쓰임새가 조금 달라요. 겨울철에는 약용으로 여름철에는 음식으로.”     


핸드폰을 가까이 대자 어떤 이가 계속 관심을 보였다. 그는 내 손을, 핸드폰을 핥아댔다.






우리에게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던 분은 염소 키우라고 농담을 던졌다. 구매 구조. 생추어리에 염소가 있는 걸 잠깐 상상했다.      



경매가 끝나고 낙찰된 ‘상품’들은 차례로 ‘포장’이 진행되었다. 구매자가 차를 가까이 대고, 직원들은 나무 판으로 옆을 막았다. 철창의 문을 열어, 상품들을 꺼내 몰이를 시작했다. 체구가 큰 직원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염소들을 몰았다. 염소들은 겁에 질려 길을 따라 걸었고, 그렇게 구매자의 차에 실렸다. 1톤 트럭, 냉동 탑차, 도살장 앞에서 자주 보았던 한우를 싣는 트럭 등 다양한 형태의 차들이 상품을 싣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염소가 실릴까 싶은 정도의 작은 철창이 있었다. ‘식용견’을 주로 담는 용도 같았다. 냉동 탑차 같은 큰 트럭은 그저 발로 차고 겁을 주어 타게 하면 그만이었지만, 그렇게 작은 철창에는 염소를 ‘집어넣어야’ 한다. 직원은 염소의 뿔을 잡고 들어 올려 쑤셔 넣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산 후 장바구니에 담는 것 같았다. 어떤 이는 목에 밧줄이 감겼고, 사람들은 그 밧줄을 트럭 뒤에 묶었다.      


포장 과정은 지루할 정도로 오래 이어졌다. 염소들은 소리를 질렀고, 직원들은 힘들어 보였고, 구매자는 즐거워 보였다. 자기 차에 상품이 실리면 다음 차례가 다가와 차를 댈 수 있게 자리를 떴다.


주차 문제가 불거졌다.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고 직원이 소리를 질렀다. 빨리 ‘포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화를 냈다. 꽤 일찍 철창에 실려 땡볕에 노출된 이들도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과 가열된 트럭.      



흑염소 경매장을 찾은 것은, 개식용 종식 이후를 보기 위해서였다.


철창에 개 대신 흑염소.

월월 소리 대신 메에- 소리.

개고기 골목이 흑염소 골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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