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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도 Jan 14. 2024

그녀가 팔다리를 휘젓는 이유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사람이 아플 때 달리기를 시킨다고 한다

힘차게 달려 나가면 병의 기운이 뒤로 빠져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라나

아파 기력이 없는 사람에게 달리기를 시키다니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발상이다

그러나 육체적 병이 아닌 정서적 문제를 가진그래서 적어도 다리를 움직일만한 힘이 남아 있는 이에겐 적잖이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걱정이나 고민을 달리며 털어내 버릴 수 있지 않을까상상해 보라. 

내 몸에 덕지덕지 포스트잇처럼 붙어있던 고민들이 달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뒤로 펄럭펄럭 떨어져 나가 공중으로 사라지는 상상을!


 지인 중 수영 마니아가 있다

그녀는 마흔 언저리에 부지불식간 찾아온 우울증을 수영으로 극복하고 있노라고 고백했다.

직장에서 혹사당한 몸도스트레스로 폭발 직전의 복잡한 머리도수영을 하면 금세 잊힌다고 한다

물살을 가르면 피부에 붙어있던 골치 아픈 걱정거리들이 마치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나

운동 후 집에 돌아와 시원한 맥주로 위장까지 코팅해 주면(그녀는 분명 코팅이라는 표현을 썼다육체도 정신도 쾌적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세탁된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녀는 열심히 팔과 다리를 구르며 휘젓는 사이 하찮은 감정들을 몸 밖으로 떼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현명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내일부턴 비가 오신다는데 오늘 저녁엔 조깅-샤워-맥주로 내면의 나를 다스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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