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넘기
어릴 적 눈이 내리면 눈밭에서 뛰어놀 생각에 마냥 설레고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눈이 흔하지 않은 대구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김이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을 뭉치기 힘들 정도의 적은 양이 내릴 때입니다. 자동차 본네트(후드?)와 담벼락 위의 눈까지 알뜰하게 끌어모아 보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모름지기 한 두번의 작은 수고만으로 손아귀에 담뿍 모아질 수준은 되어야 눈싸움할 밑천도 마련되고 눈사람 형태라도 잡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 사람의 대다수가 6개월 이내에 운동을 그만둔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운동으로 ‘재미’를 못 본 경우입니다. 운동으로 컨디션이 좋아졌다거나 체력이 좋아진 경험까지 도달하지 못한 이유일 것입니다. 운동으로 말미암아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거나 허리 사이즈가 줄어드는 가시적인 효과를 보았다면 손아귀 가득 눈이 모아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때부터는 마음껏 눈을 뭉쳐 눈싸움도 즐기고 눈사람 만들기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제 아이들은 생수보다는 끓인 물을 좋아합니다. 특히 보리와 구운 옥수수의 조합으로 우려낸 옥수수보리차를 좋아합니다. 따뜻할 때 홀짝이며 마시면 구수한 맛이 제법 좋습니다. 두 가지 원료를 50대 50의 비율로 맞추어 인덕션에 올려두고 식탁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보다 보면 어느새 주전자가 들썩들썩 반응을 보입니다. 자 여기서 퀴즈입니다. 지금 이 상황의 주전자 속 물의 온도는 몇도 일까요? 그렇습니다. 100도씨입니다. 이처럼 물은 섭씨 100도씨 라는 끓는점, 즉 임계점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끓기 시작하며 주인장이 알아챌 수 있게 반응을 보여줍니다. 운동도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어서야 재미도 있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납니다. 비록 처음이 힘들고 지겹더라도 ‘임계점이 얼마남지 않았다’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자신을 위해 투자해봅시다. 운동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정직합니다. 움직인 만큼 효과를 보여주고 노력을 기울인 만큼 건강을 가져다줍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쇼핑 욕구를 자극하는 각종 운동기구가 팔리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외모의 모델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시범을 보이고 있죠. 쇼핑 호스트는 큰 노력없이 기계에 몸만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움직여주어 특정 부위의 살을 빼준다며 시청자의 외모를 향한 욕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체육교사인 저로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는 순간입니다. 과학적 근거가 전무합니다. 터무니없는 과장 광고인 것이죠. 인간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운동에 준하는 만큼 칼로리를 태우는 경우는 호르몬 이상에 의한 질병 외에는 없습니다. 기계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특정 부위의 살을 빼준다면 그 개발자는 노벨상 수상은 따놓은 당상일거라 확신합니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스스로 몸을 움직여야만 합니다. 탄탄한 몸매와 매력적인 외모를 유지하고있는 그들은 분명 노력을 기울이고 고통을 감내했을 터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운동에 관한 한 매우 정직하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No pain, no gain.' 이라는 말, 틀린 말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