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늘 Oct 06. 2022

배짱이의 최후 3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더 열심히 살아야지!'

그는 통장의 잔고를 보며 떠올렸다. 얼마 전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가 그에게 말씀하셨던 것도 떠올랐다.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꾸준하게 담배를 피우며 오래 사시기 위해 노력하셨고 결국 할머니의 말은 평생 그의 마음속에 남게 되었다. 

'그래,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든 건, 내가 더 노력을 안 해서야.'

그는 굳게 다짐한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다시 침대에 살짝 걸터앉았다. 

'아니야. 나는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다구. 정말 감기 걸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잖아. 그런데 여기서 뭘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거지?'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것봐. 나도 모르게 침대에 앉았다가 일어서면서 스쿼트도 한 번을 하게 된 거잖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하지만 왜 아직도 이 모양인 거냐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또 스쿼트가 1회 더 늘어났다고 생각을 했다.

'아니야, 겸손해야 해. 더 겸손해져야 한다구. 결국 내가 이렇게 된 건... 내가 원하는 대로 무언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결국 내가 노력을 더 안 한 거야. 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한 자에게만 기회가 오는 거라고.'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 두 번의 스쿼트가 완성되었다고 그는 속으로 생각을 했다.

'아니, 어젯밤을 새웠다고. 밤을 새워서 자료를 정리하고 그림도 그리고, 내가 쓰고 싶은 글도 충분히 쓰고 홀로 퇴고를 거듭하고, 어제 뿐이 아니잖아. 이 일이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구. 그런데 이제는 돈까지 떨어졌어.

커비어나 트러플이 올라간 파스타,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훌륭한 와인이 아닌 게딱지가 들어간 라면과 소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구. 이제는 더 이상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야. 운도 있어야 하고 여기저기 빌어먹을 곳이 있으면 손이건 발이건, 몸을 팔건 어디든 붙어먹어야 한다구.'

그는 다시 침대에 살짝 걸터앉았다. 이제 다시 일어서면 스쿼트를 약  세 개 하는 셈이다.

'그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글러먹었어. 지금까지 낮에는 배달 일도 하고, 술도 대신 마셔주고, 걷기 app을 켜고 열심히 걸어서 하루에 1불 정도 벌고 있고, 낮잠도 열심히 자고, 내 개인 작업도 무척 부지런히 하고 있잖아. 더 노력을 하면 반드시 기회는 나에게 올 거야. 그래서 올해 개종까지 했잖아? 분명 신이 있다면, 아니 신이 없어도 이 정도 노력이라면 돌아가신 우리 증조할아버지라도 와서 나를 도와줄 거라고.'

그는 다시 벌떡 일어났다. 

"셋!"

그는 힘차게 소리를 외쳤다. 

'그래, 건강하자. 건강해야 하는 거야. 일단 스쿼트 100개를 채우자.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그는 갑자기 스쿼트를 시작했다. 의지와 끈기로 100개를 넘기고 열 개 정도를 더 하고 난 뒤 침대에 누웠다. 

'그래, 이렇게 열심히 산다구. 이렇게 부지런하다고. 이렇게 노력한다구. 기회는 반드시 나에게 올 거야. 그러니 잠도 충분히 푹 자야 해.'

그는 눈을 감았고 이윽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작가의 이전글 로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