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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Oct 15. 2024

레이먼드 카버처럼 글쓰기

마늘단편 - 맛없는 맛집 소설 







 나는 삿포로의 한 낯선 바에 와있다.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었다. 캐주얼하거나 지나치게 나이 많은, 혹은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찾는 바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빈티지 한 느낌에 꽤 오랜 시간 정성스레 요리를 만들어온 냄새가 배어있는, 두 명의 친절한 스태프와 오픈형 바 키친에 살짝살짝 얼굴이 보이는 셰프가 있는. 나는 이번 여행에 내가 어릴 때 즐겨 읽던 카버와 쇼펜하우어의 책을 가지고 왔다. 여행을 할 때는 늘 책을 가지고 다니지만 늦은 밤 술을 한 잔 하며 책을 읽기 좋은 바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바에도 큰 기대가 없었다. 책 두 권을 들고 찾은 이 바 elska에, 아니, 정확하게는 레스토랑,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다이닝바, 들어서는 순간 나는 이곳이라면 정말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리에 앉아서 까바 한 잔과 곁들여 먹을 치즈를 주문했다. 낮까지 읽었던 카버의 책을 다시 펴서 읽기도 전에 카버 스타일로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지금 바로 카버 스타일로 글을 써보면, 


 그녀는 오늘 그가 죽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그녀가 들으라는 듯이, 그리고 당연히 잠을 설쳐 다음날 출근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를 코를 곯았다. 늘 똑같은 패턴이었다. 그는 매일을 배달 일과 이후에 추가로 2시간 정도 가능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밤 12시 전후까지 싸구려 위스키와 맥주를 섞어 마신 뒤 잠이 든다. 그리고 새벽 6시, 혹은 7시에 일어나 똑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그와 결혼한 이후, 그리고 아이가 생긴 이후 그들 둘만의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녀는 무언가의 변화가 필요했다.

"당신, 잠깐 일어나 봐요. 제발."

"어, 무슨.... "

"제발 일어나보라고요!"

"무슨 일이냐?"

결혼 후 어지간해서는 그의 잠을 깨운 적이 없기에 그는 조금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냐니까."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이가 좋지 않아요."

그녀의 남편은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찬장을 열어 iw happer를 꺼내 아까 물을 마시던 유리컵에 부었다.

"어머니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어요."

"오, 이런. 어쩌다가."

그는 작은 물 잔에 반 정도 부어놓은 위스키를 한 번에 들이켰다.

"아버지가 상처가 심한 것 같아요. 괜찮다면 내일이라도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러 가야 할 것 같아요."

"나도 같이 가면 좋을까?"

"아니요, 아직은 내가 먼저 가서 상황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그가 마시는 위스키를 그의 잔에 다시 따라 한 번에 들이켰다. 

"어차피 끝난 거라고요. 사실 끝난 거라고요."

그녀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는 그의 잔에 다시 위스키를 따랐다. 그리고 한 번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그녀가 울음을 그치고 빨리 자길 바랐다. 







삿포로 elask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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