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걱정하지 마, 실컷 마시자고. 고민도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놔. 어차피 내일이면 우리는 오늘 일을 아무것도 기억 못 할 거야."
나는 십년지기 이 친구의 말이 무척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정말로 며칠 전 이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지금처럼 친구가 이 말을 내뱉을 때부터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까지의 기억이 말끔히 지워진 적이 있어서 조금 두려웠다. 물론 다음 날은 머리가 지끈지끈한 숙취 말고 크게 변한 건 없지만 하루키 소설의 1Q84에 있던 초반 내용처럼 마치 뭔가가 뒤틀려버린 느낌에 꽤 오랫동안 거북했다. 그 날 술이 취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어났는지 궁금한 나는 친구의 그 말을 듣고는 친구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친구 몰래 술 집의 옷걸이 쪽에 고프로를 설치한다. 고프로는 웬만한 실내는 화각에 모두 들어올 정도의 광각 카메라인데 크기도 작아서 이 정도면 친구에게 들킬 일이 없다. 잠시 화장실에 갔던 친구가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건배를 한다.
"그래, 마셔보자고. 내일은 없는 것처럼!!!"
우리는 맥주잔에 섞여 들어간 위스키와 맥주를 한 번에 모두 입 안으로 털어 넣는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한 잔을 마시는 순간 나는 기억을 잃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