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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Oct 22. 2020

저주받은 인형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그녀는 한 달째 잠을 못 자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얼마 전 놀이터에서 주워 온 작은 인형 때문에. 한 달 전 그녀는 퇴근길 그녀 집 앞 놀이터에서 작고 귀여운 아기 인형을 발견했다. 쇼핑 바구니에 담겨 있던 그 인형은 옷도 깨끗하게 다림질되어있고 때 타지 않은 작은 바구니에 담겨 있어 마치 새 인형 같았다. 마침 그녀는 빌어먹을 남자 친구와도 헤어지고 슬슬 외로워지려 하던 터라 그녀는 그 인형을 주워 바로 집으로 가져왔다. 어릴 때 하던 인형놀이도 생각나고 해서 집에 오자마자 인형을 씻겨주고 아직 아이라 숯이 많지 않은 머리도 그녀의 빗으로 꼼꼼하게 빗겨주었다. 그녀는 잠이 들기 전에 그녀의 머리맡에 작고 예쁜 그녀의 인형을 (그녀가 지어준 이름은 두콩이다.) 놓고 잠을 청기 시작했다. 새벽 한 시 즈음되었을까? 그르륵 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깨어난다.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자신의 방 머리맡에서 낯선 인형을 발견한다. 자기 전 머리를 빗겨주고, 깨끗하게 씻겨 주었던 두콩이. 인형 두콩이의 입은 살짝 벌려져 있었고 그 안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귀를 가까이 대보니 분명 트림 소리였다. 게다가 그 인형은 트림을 하며 말까지 하고 있었다..

"소화를 꺼억 시켜꺼억 주세요오꺼엑, 소꺽, 화를..."

그녀는 무척 놀랐지만 그 작고 귀여운 인형이 불쌍했다. 그래서 인형을 주어온 그 날부터 매일 밤 인형을 소화시키고 자느라 생긴 다크서클 때문에 회사 사람들에게 팬더곰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그녀가 보살펴야 할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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