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 하는 곳에는 아주 가끔 시청에 서류 접수를 해야 하는 날이 있다. 행위허가신고 또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제대로 취업했다는 신고를 해야한다. 나는 마침 시청이 집 근처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냐하면! 시청에 신고해야할 서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일찍 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서 시청의 업무가 끝나기 전에 접수를 하고 그대로 퇴근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한 집의 위치란 말인가. 이런 날에는 평소 사무실에서 나왔어야 하는 시간에 이미 집에 도착해있다. 옛 어르신 말씀에 "직장은 집 가까운 곳에서 다녀야 한다"라는 말씀이 있다. 진짜 최고다.
오늘은 안하던 운동이라도 잠시 해볼까 싶어서 처음부터 집에 주차를 해 놓고 시청에 걸어갔다. 시청으로 가는 길에 아주 귀한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바로오~~~~ 기름에 익히는 호떡이다. 취이~ 기름에 반죽익는 소리를 뒤로하고 서둘서 시청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무도 기다리고 있지 않아서 도착한지 십여분만에 모든 일 처리는 끝났다. 이제는 귀한 기름에 튀긴 호떡을 사러가야 한다.
기름에 튀기듯 익힌 호떡은 엄마가 겨울마다 좋아하시던 간식이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바삭하게 튀겨진 것은 아니지만 요 근래에는 기름에 튀기듯 익히는 호떡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기때문에 보이면 무조건 산다. 며칠전부터 심한 감기로 목소리조차 안나와 안부 전화 자체가 미안할 지경이라 나의 사랑을 호떡에 달달하게 묻혀 간다. 호떡이 식는다고 내 사랑도 식는 것은 아니지만 따뜻한 호떡 하나 드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닭이 계란을 품듯이 호떡을 품고 엄마집으로 간다.
아프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엄마는 불도 안켜고 대통령의 상황을 알려주는 유튜브와 뉴스를 동시에 켜놓고 가만히 앉아 계셨다. 그 모습이 짜증이 난다. 전에 처럼 활기차지도 않고 힘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속상하지만 "엄마~아~~ 저리 오너라아~" 어릴적 장난스럽게 하는 인삿말과 함께 날려버린다.
그릇 뚝딱 집게 가위 뚝딱뚝딱 젓가락 호롤로로롤로 챙겨와 엄마 앞에 두 개. 나 하나. 나머지 5개는 식탁 위에 촤르르르르 빠르게 정리하고 마주 앉아 호떡을 먹는다. 바로 먹는 뜨겁게 부글거리는 설탕 속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호호 불어가며 먹는 순간이 행복하다.
행복함을 조금 더 느껴보려던 찰나 쫒겨났다. 감기 옮으면 안되니까 빨리 집으로 가라고.
엄마는 나를 내 쫓으면서 사랑한다고 표현한다.
말로 해주면 더 좋겠지만 아프니까 넘어간다.
그렇게 엄마 집을 나와도 6시 반.
그대로 동내 한 바퀴 산책을 결심힌다.
종이같은 체력이 많이 돌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다 돌아봐야 7시 반이나 되면 다행이지.
일찍 퇴근하는게 이렇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