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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 Jun 19. 2024

집을 나설 땐 세수를 하게 된다

다시 아이처럼..

엄마랑 드라이브하면서, 감천이랑 19번지 돌고 왔어.
좋아하시네.


힘들었어도 젊었을 때...
그 시간이...
배달일 하면서...
고생했지만... 추억이지.


지나간 것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지금의 나를 헤치지 못니까.  희뿌옇게 바래 갈수록 더욱. 지긋지긋했던 현실이 돌고 돌아 그렇게 그렇게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나 보다



'드라이브 한 바퀴'란 말에 옷을 챙기신다.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검색하고서, 환장할 것 같은 산디를 엑셀을 쎄리 쎄리 밟으며 올라본다.


구불구불한 이 길을 기억하실까?


연일 높아지는 기온이라며 안전문자가 날아 오지만, 춥다고 겉 옷을 그새 입는다


마음이 그만큼 서늘해져 온다.


조금씩 위치와 시간이 달라지기억을 붙잡고, 어김없이 했던 말 또 하고 뒤돌아서 또 하고 또 하고..


근데 이 것 또한 그리워질까 봐...


쭉쭉 뻗은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냅다 소리를 지른다. 쭉~ 어리기만 할 아이에게는 풀어놓지 못할, 언뜻언뜻 비치는 그 답답한 속이 좀 풀렸습니까?




刈麥謠 / 李達 (예맥요 / 이달)

田家少婦無夜食(전가소부무야식)

雨中刈麥林中歸(우중예맥임중귀)

生薪帶濕烟不起(생신대습연불기)

入門兒子啼牽衣(입문아자제견의)


시골집 젊은 아낙은 저녁밥이 없어

비 오는 가운데에도 보리 베어 숲사이로 돌아온다

쌩 땔감은 축축하여 연기도 일지 않는데

문에 드니 어린아이는 옷을 끌며 울먹이네



나의 가족에게 가기 위해, 나를 기를 집에서 일어난다.

바리바리 쌓여진 보따리엔 죽순 나물이며 삶은 계란이며..


괜히 세수 한번 하게 된다.


나오지 말고, 들어가셔요


실랑이하며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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