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스터리한 일상(1991) 와카타케 나나미
[세계 추리문학전집] 35/50
'미스터리'와 '일상'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다.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는 주로 로맨스, 드라마, 학원물로 분류된다. 반면 '미스터리'로 읽는 사람도 있다. 숨은 비밀이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구성 때문이다. 엇갈리는 오해와 깨달음은 일상 어디에든 있다. 따라서 '미스터리'와 '일상'은 가장 잘 어울리는 관계의 단어일지도 모른다. 일본에는 이처럼 본격과 사회파 말고도 '일상의 미스터리'에 집중하는 사조가 있다. 제목부터 상징하는 바가 큰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대표적.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건설 컨설턴트 회사에서 일하는 제1 주인공 와카타케 나나미는 사내보를 만드는 일을 맡게 된다. 얼떨결에 편집장이 된 그는 선배 사타케에게 매달 짧은 소설을 써 달라고 청탁한다. 선배는 거절과 동시에 지인을 추천한다. 한 가지 조건은 익명으로 싣는 것. 신학기와 벚꽃이 출발을 알리는 4월을 시작으로 실화 같고 허구 같은 오묘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경쾌하거나 감동적이거나 스산하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이야기 열두 편은 한 인물과 연결되어 있다. 동떨어져 보이는 이야기도 있지만, 의문은 '편집 후기'에서 풀린다.
제2 주인공이자 진짜 주인공은 소설 속 '나'다. 나나미의 편지에서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유유하게 살아간다고 묘사된 선배처럼 '나' 역시 '초연함'이 짙은 인물이다. 그러나 추리가 필요한 순간에는 번득이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점이 매력이다. 영웅 혹은 초인 탐정이 아닌 '가끔 탐정 흉내를 내는' 사회인 캐릭터는 일상 미스터리 분야에 잘 어울린다. 책의 큰 줄기와 관련이 없는데 작가가 굉장히 공들여 쓴 사보의 구성과 차례에도 독특한 읽는 재미가 있다. 싱그러운 장난기를 느낄 수 있다. 역시 일상 미스터리답다.
국내에서 와카타케 나나미의 인지도는 일본의 다른 스타 미스터리 작가에게 비하면 다소 낮을 수도 있다. (물론 그는 거장이다) 그러나 한 작품이라도 읽는다면 작가를 사랑하게 된다. 참신한 구상, 설득력 있는 전개, 간결하지만 깊은 표현이 매력의 원천이다.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 7월 소설 「상자 속의 벌레」에서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폭포처럼 쏟아내는 문예부원들의 대화는 일상 미스터리의 특성 중 하나인 디테일함을 반영한다. 또한, 결국 작가의 길을 걷게 된 한 평범한 직장인이 구체화하고자 한 '이토록 특별한 평범함'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책을 향한 애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