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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Sep 06. 2024

나도 받았지

부러우면 3류

SNS에서 어느 초등학교 보건선생님께서

초딩 쪼꼬미에게 몽당몽당 연필을 받아

피드를 올린 것을 보았다.

2센티가 될까말까한 초미니 몽당연필이었다.

초딩 쪼꼬미가 얼마나 조물락거리며 깎았는지

거무튀튀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선물이 너무나 이쁘다.

어디에도 쓸 일이 없을 물건으로 보이지만

것을 귀하게 여겨 사진으로 찍어 자랑하는

선생님의 마음도 이뻐서 나는 샘이 났다.


그래서 나도 학생에게 받아본

기억에 남는 선물을 자랑해본다.

혹시 김영란법으로 신고하시면 안된다.


작년에 입학한 은서는 선교사로

검소한 생활을 하신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인지

평소에도 어른스러움이 있었다.


보이지도 않는 환부를 가들고와서

보건교사의 능력을 의심하며

같은 이유로 하루에도 몇번씩

보건실을 들락날락하는 것아이들이다.


그런데 은서는 어쩌다 보건실에 오게 되면

이런 일로 보건실에 와서 죄송하다며

사과부터 해서

무슨 어린애가 이러냐고 웃음이 터진 적도 있다.


그런 은서가 1학년 때는

영 학교에 정을 못 붙이는 것 같더니

올해가 되서는 회장도 하고, 아주 열심이다.


어느날 은서는 실습시간에 만든 빵을 가지고 왔다.

사실 '충전물'을 넣어야 맛있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먹어버려

충전물은 떨어졌단다.

그래도 이 빵도 아주 맛있는 것이라서

선생님 드리고 싶어서 가져왔단다.


나는 은서의 그 마음이 기뻐서

머쓱해하는 은서 앞에서 한바탕 수다를 늘어놓았다.


아~~ 속?

속 채우는 걸 충전물이라고 하는구나?

오~~ 전문가 느낌 나는데?

선생님은 아줌마잖아.

살림하잖아.

선생님이 충전물 만들어서 먹으면 되지뭐.

어떤 충전물이 맛있을까?


길어지는 내 말에 뭔가 불편해보이던 은서는

빵봉지를 뒤적뒤적하면서

이거요. 이거 있잖아요 한다.


그래서 보니 온전한 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분이 잘려진 빵이 두어개 들어있다.

응 이게 뭔데?


이거 애들이랑 맛보고 남은 거거든요.

깨끗한 거에요.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요.

선생님이 드셔주실 수 있어요?


매우매우 미안해 하는 은서를 보며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보건선생님은 이런 것도 받아주실 분이야

보건선생님은 음식을 귀하게 여기시는 분이야.

보건선생님은 이해해 주실거야


은서가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내게는 못난이를 갖다주면서,

다른 선생님께는 충전물이 든 것을 갖다드렸다며

맛보고 싶으시면

그 선생님께 가보시라고 권하는 은서에게

아냐 아냐 선생님은 진짜 이게 좋아.

선생님 잘 먹을게 했다.


나는 진심으로 행복하다.

학생이 힘들게 만든 빵이나 받아먹는 교사라고

흠잡지 말기 바란다.


어느 조직이나 이상한 사람들은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의 서투른 표현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사랑으로 보답한다.

여전히,

교육이 희망이며,

교사가 희망이다.

아이들 옆에 있는 교사를

함부로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맘껏 사랑할 수 있어서 오늘도 즐겁다.


<뱀발>


글올린 뒤 받은 것 추가합니다.

고래밥을 밥처럼 먹는 아이가 모은 건데요.

한움큼 있는 걸 자랑하더니

저를 닮았다고 하나 주고갔어요.

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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