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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Jun 01. 2023

사춘기 아들 vs 사춘기 딸들

가정과 직장 둘 다 안드로메다

출근하자마자 학생들이 들이닥친다.


아차차 오늘 조회시간에는 1학년 교실을 찾아가서

2주 뒤로 예정된 건강검진 문진표를 나눠주려고 했는데

완전히 까먹고 말았다.

깜빡깜빡 하는 일이 많지만,

까먹지 않았어도 오늘은 틀렸다.


1명의 밥을 먹고 오지 않은 학생이

빈속에 먹을 수 없는 약을 요청하길래

편의점에서 사 온 스팸김밥

반씩 나눠먹고 약을 주었다.

또 1명의 학생과는

꽤 오랫동안 해결되기 어려울 가정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다가

1교시 요양증을 끊어주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들어온

엉엉 우는 1명의 학생과는

진짜로 아파서만 운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혹시 부모님께 연락하면

전화는 받으실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약도 먹이고, 포도당 캔디도 먹이고

침대위에 뉘였다.

내가 준 사탕의 맛이 어떠냐고 묻자

배시시 웃으며 맛있어요 한다.

안심이 된다.

그래서 오늘은 문진표를 나눠주지 못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도전해야 할 것이다.

담임선생님들께 드리고

걷어달라고 부탁하면 되겠지만,

겨우 13만원의 담임수당을 받는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들을 챙겨야 하는 지라,

되도록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과 직접 해결하려고 한다.

내일 아침에도 또 한 명의,

그리고 또 한 명의 아이들이

연이어 온다면,

결국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지난 밤에는 고1 아들 녀석과

사춘기 실갱이를 하느라 잠을 설쳤다.

출근해서는 근무하는 여고,

딸들의 사춘기 실갱이가 내 일의 일부이다.


아프다고 학교 못가겠다고 한 아이를

구슬렸든, 야단을 쳤든

그래도 학교만이 희망이라

학교로 보낸 부모님을 생각해서

나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있어보려 한다.

하지만 이미 아이 눈빛에는

나는 집에 가고 말거야.

학교밖으로 나가고 말거야.

보건실을 들러서

수업을 안들어서

내가 정말 아팠다는 것을 증명하고 말거야.

이렇게 아픈 나를

학교에 꾸역꾸역 보낸

엄마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말거야.

엄마가 후회하게 하고 말거야.

등등등 다양한 메세지가 읽힌다.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 엄마로서,

특별히 사춘기 아이 엄마로서

내 학생들의 부모님께 빙의하여

최선을 다해본다.


지난 밤 내 아이는

체험학습에 내야 할

3천원을 달라는 얘기를 하려고

두 시간을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든 나를

새벽 1시에 깨웠다.

요즘들어 돈쓰는 재미가 붙은 아이는

부모가 주는 용돈이

하찮고 적어서 불만이다.

그러니 단돈 3천원도

꼭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하찮고 적은 용돈을 주는 어미이다보니,

잠으로 온 갱년기임에도

힘들게 든 잠을 깨야했다.

낮밤이 바뀌고,

밥먹는 시간, 자는 시간, 씻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것에 익숙해진 내 아이는

그 시간에 아침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 다녀와서 푹 잤으니

정신이 매우 맑았을 것이다.

참외 하나를 감자칼로 쓱쓱 깎아먹고

악의없이 생각난 김에 말하자며

자고 있는 부모의 방에 들어와

제 필요를 말하고서,

늘 하던대로 기분좋게

친구들과 실시간 축구게임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2주 이상 그 생활을 보며

몇번이나 마음을 다져먹어야 했기에,

새벽 4,5시가 아닌 1시라는 사실에 화가나서

당장 불끄고 자라고 세게 말했다.  

아이는 엄마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뭐라고 한다며 궁시렁거렸고,

나는 참다참다 터졌으니

하고 싶은 말의 반은 해야겠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이는 엄마때문에

일부러 공부를 안하는 것이라고 했고,

나는 노느라 바빴던 아이가

일부러 공부를 안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속이 상하지도 않았다.


사춘기 아들 덕에 학교의 딸들을 이해한다.

학교의 딸들을 보기에

사춘기 아들을 기다려보려 한다.

나의 갱년기는 안드로메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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