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과 자료관리
J 전화번호를 겨우 찾았다. 종이 귀퉁이에 씌어 있었다. '010'으로 시작되어야 할 번호가 '0D0'으로 적혀있었다. 무시하고 010을 누른다. 거대한 자석 같은 힘이 버튼을 못 누르게 내 손을 저지하는 것 같았다. 그 힘을 거스르며 사력을 다해 숫자를 눌렀다. 마침내 번호를 다 입력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전화기를 귀에 바싹 붙여본다. 아주 작은 소리로 음악이 흐르고 있다. J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의 사후 서가에서 발견된 서류 뭉치는 실로 기괴했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던 거예요. 모든 서류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었고, 그에 따라 책의 형태로 묶여 있었는데, 그 분량이 수백 권을 웃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