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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일은 없다.

- 세상 속으로 6 화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긍정주의자들은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나 또한 정말 마음을 잘 먹으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아오긴 했다.

 

 그 마음먹기가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 학창 시절이나 미혼 시절에 마음먹고 했던 일들은 어느 정도 내 뜻대로 되었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노력하면 그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니 나에게는 호 시절이었다.


 결혼하고나서부터는 이상하게도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으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오랜 기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나이는 한해, 한해 들어가고 시험관 아기 시술의 실패 횟수도 늘어갔다. 착상이 잘 되고 어느 정도 성장하여 심장이 보이던 아가도 뱃속에서 사망하기를 두 번, 어쩔 수 없이 죽은 아가들을 꺼내는 시술을 받아야 했다.


 7번의 시술만에 드디어 임신에 성공했다.

 그런데 세 쌍둥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왜소한 몸에 세 쌍둥이는 무리라며 한 아기를 희생시키는 선택 유산을 산부인과에서 권유하였다.


 만일, 내가 의료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세 아이를 다 키우겠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신체를 잘 알았고 이런 작은 몸에 세 쌍둥이를 키우면 세 아이 모두 잃을 확률이 높은 것이 예상이 되었다.

 다행히 출산을 하더라도 뱃속 환경이 나빴던 미숙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여러 가지 수술을 받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아와서 인지 아기들이 고생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산부인과의 권유를 따랐다.


 문제는 선택 유산을 한 이후의 임신 내내 임신 유지 상태가 매우 불안하였다. 

 5 개월에 양수가 터져 그때부터 병원에 입원해 병원 침대에서 화장실도 못 가고 절대 안정( Absolute bed rest, ABR) 상태로 누워 있어야 했다.

 대, 소변을 침대에서 보아야 해서 나의 반려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하여 방광과 장에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진료 중인 그를 호출하고는 했다. 그가 바로 오지 못하는 경우는 생리현상을 참아야 했다.


 7개월부터는 자궁의 조기 수축이 와서 마그네슘(자궁 수축 억제제)을 주사로 맞아가며 임신 주수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자궁의 조기 수축은 옥시토신(oxytocin, 자궁을 수축하는 호르몬으로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이라는 물질이 밤에 주로 분비되어서인지 밤마다 가진통처럼 일어났다.


 밤마다 시작되는 통증에 7개월 이후에는 밤마다 잠을 자지 못하고 힘들어 앉아 있다가 새벽이 되면 나도 모르게 까무룩 수면에 빠지곤 했다. 

 겨우겨우 임신 주수 8개월 반을 넘기고 어느 정도 아이들의 생후 생존율이 높아져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쌍둥이들은 보통 9 개월에 태어나니 그래도 많이 버틴 셈이었다.


 큰 아이, 2.3 kg, 작은 아이 1.8 kg. 나의 출산 후 체중은 39 kg. 

 나도 임신 기간 내내 고생한 탓에 저체중, 아기들도 둘 다 미숙아에 저체중이었지만 큰 아이는 큰 문제없이 퇴원할 수 있었고 작은 아이도 중환자실에 한 달 정도 입원 후 별문제 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퇴원 후 작은 아이는 늘 우유를 토하고 식욕부진 증상이 심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한 끼에 두 시간씩 밥을 겨우 먹이고 나서 밥상을 들고 뒤돌아 나오면 어느새 토하곤 했다.


 자궁 안에 상태가 다른 엄마들의 상태와 달라서였을까?

 작은 아이는 태어나서 밤마다 울었다.

 우는 아이를 밤마다 안아 달래기도 하고 너무 힘들 때는 하는 수 없이 공갈 젖꼭지를 물려 우는 소리를 잠재우려 했다. 우는 아이 옆에서 귀마개를 하며 단잠을 자는 반려자가 그때는 정말 미웠다.


 어릴 때부터 약하던 아이들이 그래도 큰 잔 병 치르지 않고 자라주어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항상 감사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둘째 아이가 치른 논술 고사에서 모두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직장에서 낮에 마음 졸이며 확인을 했더니 모두 입학 예치금을 내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아직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어두운 목소리로 전화를 하였다. 엄마 언제 오냐고...


 수험번호를 모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가 어느새 자신의 결과를 알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귀가를 하였다.

 아이 목소리에 놀라서...

 

 다행히 아이는 자신의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고 옆에는 저녁으로 시켜먹은 배달 음식 찌꺼기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 저녁 먹고 난 쓰레기 좀 버려라. 벌레 생겨..."

라고 말했다.


 아이가 조금 후 자신의 방에서 쓰레기를 들고 나오면서 씩씩거린다.

 자신의 친한 친구 중 자기보다 못하는 친구는 합격했고 자신은 떨어져서 속상하단다.

 "아.. 그래. ㅇㅇ 붙어 잘 되었네."

 나는 아이 속 긁는 소리만 내뱉고 말았다.

 "잘 되긴 뭐가 잘 됐어요?"

 아이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재수해서 의대 갈 거야..."

 

 '아! 그래... 제발 이제 좀 정신 차리고 공부 하기를...'

 나는 하고 싶은 말의 10% 도 못하고 올 한 해를 보냈는데 내년에도 그래야 될런가보다.


 왜 이리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을까?

 내가 워킹맘이라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친구 아이들도 직장 동료들도 잘만 넘어가는 일을 난 왜 이리 어려울까?

 남들 다 하는 임신의 기회를 한 번도 얻지를 못해 시험관에서 아기를 만들어 내질 않나...


 오늘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마취도 겨우겨우 조심조심해야 했다.

 내 사심으로 실수할까 봐 더 조심하면서 환자들을 보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니 내가 그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나 보다 라고...


 2010년에 네덜란드에 갔을 때 크륄러 뮐러 미술관이란 곳에 간 기억이 있다. 이 미술관은 원래 국립공원이었던 곳에 크륄러 뮐러라는 독일 여인이 수집한 19, 20 세기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하여 네덜란드 정부에 기증하면서 공원 안에 이 여인을 이름을 딴 미술관을 지었다고 한다.


 원래 국립공원이었던 곳 한복판에 미술관을 지어 입구부터 미술관까지 꽤 멀었다. 

 우리 가족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고 30년 만에 시골길을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그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미술관 안에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도 꽤 여러 점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고흐가 권총 자살로 사망하기 며칠 전에 그린 '영원의 문'이란 작품이었다. 

그 작품 안에 절망과 슬픔이 잠긴 노인이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인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취하게 될 자세인 것 같아 마음에 와 닿는다.

 노인은 빈센트 반 고흐 자신일까?

 그의 죽기 전 심정과 상태가 보이는 작품이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려왔다.


 이번 달 26일에 이 그림의 이름을 딴 고흐의 전기를 담은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라는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다. 빈 센트 반 고흐 역인 윌렘 대포의 연기가 볼 만하다고 하는데 꼭 한번 보고 싶은 영화이다.




 

제목: An der Schwelle der Ewigkeit (영원의 문, 빈센트 반 고흐 작, 1890, 네덜란드 오테를로 크뢸러 뮐러 미술관 소장)


 1882년의 석판화를 바탕으로 1890년 빈센트 반 고흐가 생레미에 거주할 때 유화로 완성한 작품이다. 권총 자살 하기 불과 며칠 전에 완성하였으며 절망과 슬픔에 잠긴 채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감싸고 있는 노인으로 자신의 죽기 전 힘든 상태를 표현하였다. 그림 자체는 매우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했음에도 '영원의 문'이란 제목으로 고흐가 죽기 전까지 신과 영원에 대한 믿음을 고수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미국의 신학자인 캐슬린 파워 에릭슨은 말하고 있다. 고흐 연구가인 헐스커는 이 그림이 고흐의 최후의 정신적 붕괴를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출처: 위키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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