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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11. 2022

그렇게 우린 선생님이 된다.

교사에게는 인턴 기간이 없다.

교사에게는 인턴 기간이 없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거나, 대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교사에게는 수습기 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력을 빨리 쌓고 교사로서의 혜택을 바로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시작과 함께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점은 여러모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내가 교원자격증을 받고 학교로 처음 출근하는 날 교사라는 직책은 내 코앞에 있었다. 그에 따른 책임도 내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근하고 울리는 첫 수업 시작 종은, 마치 경주마에게 출발을 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어제까지 졸업생, 예비 교사 등등으로 불리던 나는 그 종소리와 함께 선생님이 되었다. 종이 울리기 전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학생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나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는, 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된다.     


첫 한 달간은 우당탕탕 수업이었다. 우당탕탕이라는 의태어 보다 그 모습을 더 잘 표현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수업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루를 정리할 시간이 되면 내가 뭘 하고 살았는 지도 잘 기억이 안 났다. 그저 매 수업 시간을 버티고 수업 사이에 존재하는 쉬는 시간의 존재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냈다.     


당연하게도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나와 교사라는 직업이 맞지 않나?’하는 생각도 점점 많아졌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교실에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과 만나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믿고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나는 올바른 선생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심도 점점 늘어갔다. 출근하는 날이 되면 학생으로 학교를 다닐 때 보다 더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가지 않으면 피해를 받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폐를 끼치기 싫다는 생각이 내 몸을 움직였다.     


그때는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다 보니, 학생들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혹시 학생들에게 폐를 끼친 것은 아니었는지 걱정이 된다. 학생들에게 내 수업이 도움이 되었는지, 혹시 나의 미숙함 때문에 상처받은 것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그때도 내 나름의 최선이었고, 돌아간다 해도 더 잘 해낼 자신은 없다. 그래도 능숙하지 못했던 그때의 내게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생 때 수업 주제로 만났던, 임용고시 때 토의 주제로 만났던, 교사 인턴제라는 제도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마주하는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정교사가 되고 나서였다. 경력이 쌓인다면 인턴처럼 지낼 기회가 있었던, 없었던 별 차이 없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것이다. 하지만 첫해에 느꼈던 불안감과 압박감을 생각한다면, 학교 안에서의 준비 기간이 처음의 어려움을 지혜롭게 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에게뿐만 아니라 내가 처음 만난 학생들에게도 보다 준비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서 나도 경험이 쌓여간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첫해와 비교하면 발전이 있었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교사에게 학교 현장 안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라는 생각은 대학교, 임용고시 시험장, 지금 교실에서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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