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병원에 환자가 오면?
병원도 마찬가지다. 비가 오는 날보다 맑은 날 환자가 더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한다.
1. 몸이 아프니 궂은날 나가는 게 귀찮다.
2. 날이 궂은날 몸도 함께 찌뿌둥해서 뜨뜻한 집에 누워있는 게 더 낫다.
두 번째 병원에서 일을 할 때였다.
좀처럼 눈이 오지 않는 우리 지역에 눈이 한바탕 휩쓸고 갔다.
버스도 제대로 운행되지 않았고, 길은 막히고 난리였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야 오는 버스를 겨우 끼여서 탈 수 있었고, 늦게 출근했다.
병원에 도착해보니 이미 환자 한 명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직원은 병원 근처 기숙사에 살고 있는 선배만 출근한 상황이었다.
"우와 저 환자 어떻게 왔데요?"
"어차피 회사에 정시 출근 못하는 거 치료나 받고 간데~"
당시 우리는 마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병원에서는 '有비無患' 즉,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말로도 쓴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물개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 오는 날은 맑은 날보다 환자가 현저히 적은 것을 보면서
선배들이 괜한 말을 지어낸 게 아니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비 오는 날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당시는 직원식당에 모여 다 같이 밥을 먹었는데,
농담 잘하시는 내과 원장님이 자리에 앉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원래 유비무환(有비無患) 아니가~, 근데 오늘 같은 날 오는 사람들은 진짜 '우중중환(雨中重患)'이다"
'비 오는 중에 오는 환자는 정말 많이 아픈 환자'라는 뜻이다.
'유비무환'이후로 또 한 번의 물개 박수를 쳤다.
비가 심하게 쏟아지는 날, 바지가 허벅지까지 젖어가며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이 치료받고 나가시면 침대시트는 물론이요 베개피까지도 싹 교체한다. 꿉꿉한 느낌을 다른 분들이 받으면 안되니 말이다. 어떤 날은 지팡이 짚고 오는 분들이 우산을 쓰고 그렇게 오시는 분도 계신다. '오늘 같은 날은 좀 쉬시지.'라는 생각과 '얼마나 아프면 이런 날도 오겠나?'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그런 분들이 진정한 '우중 중환'이다.
매일 아침, 날씨 예보를 체크한다.
비가 오는 날은 여유 있게 책을 하나 챙긴다.
아무래도 다른 날보다 바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비 오는 오늘은 과연 어떤 분들이 '우중 중환'의 리스트에 오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