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 내 일을 유지하면서 만날 수 없는

병원 근무자의 손톱에 관하여.

by 달빛처럼

타 직종에 일하는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서 보게 되는 네일아트는 참 예뻤다. 자주 하진 못해도 기분에 따라 색상과 디자인을 바꾸는 건, 미용실에서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것보다 더 자주 할 수 있는 기분전환이다.


지금까지 딱 한 번-병원 일을 쉬고 있을 때-제일 저렴한 네일아트를 받아본 나로서는 그저 그림의 떡 같아 보이는 네일아트.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서 환자와 접촉하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라 규정은 없지만 다들 스스로 지키는 것 중 하나이다.


물리치료사는 특히나 환자의 몸에 손이 닿는 일이 많다. 손톱이 길다면 아마 여러 번 환자의 피부를 긁는 일이 않을 터. 또한 그렇다 보면 나의 위생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환자의 피부 각질이나 균이 나에게 전염될 수도 있는 것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 성인이 된다는 기쁨도 잠시. 친구들과 용돈벌이를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음식점이다 보니 복장 규정이 엄격했고, 그중 손톱은 절대적으로 짧아야 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대학교를 다녔고, 당연히 손톱을 꾸민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병원 실습을 나가보니 두발규정까지 있는 곳이었다. 큰 병원이라 여러 위험요소 때문에 실습생의 군기를 잡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마치 여군의 머리처럼 검은 망에 머리를 한올, 한올 다 넣기를 요구했다. 손톱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알았다. '아, 이 직업을 유지하는 이상, 네일아트는 내 것이 아니구나!' 화려한 네일을 유지하던 원무과 직원의 손끝을 보며 늘 대리 만족해야 했다.


아이를 낳고 나니 이제는 아이 때문에 네일은 언감생심. 고운 아기 피부가 상할까 봐 늘 하던 목걸이, 귀걸이도 빼버리고 몇 년을 살게 됐다. 요즘 멋쟁이 젊은 엄마들은 자신의 멋도 살리면서 아기도 잘도 키우던데, 나는 그런 융통성이 없었다. 무조건 머리는 질끈 묶었고, 손톱은 짧았다.




첫째 아이는 어느덧 자라 멋 부리는데 재미가 붙었다. 친구들과 몰려 올리브 0에 가서 사 온 첫 번째 제품도 매니큐어였다. "엄마도 발라줄게~"라고 이야기하지만

내일 출근해야 하는 엄마는 "주말에 발라줘~"라고 미룬다.

굉장히 하고 싶은 일은 아니나 '못한다'라는 제약이 붙으면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가 있다. 주말 나들이를 위해 금요일 저녁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른다. 주말 내내 손 끝이 무겁다. 없던 게 있으니 손끝도 무게를 느끼나 보다.


동네 골목에 네일숍이 두어 개 붙어 있다. 한번 가보고 싶지만 이틀만 유지하기엔 너무 아깝다. 대신 오늘도 집에서 손톱을 톡톡 가지런히 잘라본다. 일부러 손톱깎이 여러 개를 쓰고, 거칠어진 단면도 쓱쓱 줄로 다듬는다. '나만의 네일숍'이라는 생각으로 혼자 오른손, 왼손을 맞이한다. 마무리는 핸드크림으로 손끝까지 꼼꼼히 바른다. '일주일 뒤 다시 오세요' 그렇게 네일숍은 문을 닫았다.






이전 03화식당에서 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