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마지막 조건
앞서 이야기한 돈, 시간, 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간혹 벗어난다고 해도 불편하고 어려운 일들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러면 자연스레 부정적인 생각이 따른다.
‘어쩔 수가 없다.’ 혹은 ‘유난 떨지 말고, 남들 하는 만큼이라도 하고 살자.’
물론 내가 굳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는 옳다구나 싶어 근심과 걱정을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자유는 결국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 마음을 해석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같은 일도 어떤 사람은 불행이라 여기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회라 여긴다. 삶의 조건이 바뀌지 않아도,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무게는 완전히 달라진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대신 “이 일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 걸까”로 질문을 바꿔본다. 그 질문 하나로, 마음의 방향이 달라진다. 이 일이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20대로 돌아가면 취업이 뜻대로 되지 않고, 공무원 시험도 잘 되지 않았다. 임시로 취업한 학교에서 남편을 만났다. (행운 맞겠지...) 하수처리장의 사택에 들어가는 바람에 경제 공부에 눈을 떴다. 가난의 한가운데에서 셋째를 임신했지만, 그 덕분에 청약에 당첨되었다. '어떡하지' 싶은 일들은 지나고 보면 신의 한 수였음을. 하지만 이 또한 꿈보다 해몽이었다. 스스로 좋은 결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확신이 나를 계속 좋은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음을 안다.
인도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돈이 부족했고, 날씨는 덥고, 숙소는 불편했다. 세 딸과 다니는 매 순간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게 내게는 ‘불행’이 아니라 ‘자유’였다. 선택한 결핍, 기꺼이 감내한 불편이 보답한 것은 자유. 그래서 나는 내 앞에 어떤 일이 생겨도 이 일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를 기대하게 된다.
삶은 항상 내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간다. 절대 내 뜻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나의 인생이란 원래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나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상황 때문에, 사람 때문에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일을 해석할 자유만큼은 언제나 나에게 있다.
세상이 나를 벼랑 끝까지 내몰아도 내 마음대로 해석할 자유를 빼앗기지 않는 상태. 이게 바로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지막 자유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