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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ly Pok 밀리폭 Feb 09. 2023

요양병원에서 턱시도 입는 멋쟁이 할아버지

요양병원에서도 입소노인의 스타일은 빛이 난다.

(*알아두기: 영국에서의 요양병원(hospital)은 한 달에 몇 번씩 비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방문의사와 주야간 간호사 및 요양보호사로 운영되어 한국의 요양원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요양원에서 입소노인의 거동이 편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잘 걸을 수 있고 화장실에서 옷을 쉽게 벗을 수 있도록 벨트나 단추 대신 조이지 않는 고무줄바지를 주로 입힌다. 그리고 세탁하기 편하고 빨리 마르는 옷감을 선호한다.

 영국에서는 환자가 젊어서 근무할 때 입었던 옷, 평소에 즐겨 입던 스타일을 존중하므로 다려진 와이셔츠와 쓰리피스 정장, 원피스, 정장구두, 중절모 등으로 스타일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이면 샤워를 하고 잠옷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 대부분 하루종일 요양원 내에 머물지만 외출하는 것처럼 멋지게 차려입는다. 그들이 원해서이기도 아니기도 하다. 보통 인지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로 요양원에 입소하는데 당시에는 어느 정도 의사표현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입소당시에 선호하였던 스타일이 있으면 그들의 인자가 점차 떨어지고 말을 못 하게 되어도 유지가 된다. 아주 치매 말기의 와상 환자가 아니라면 멋쟁이 옷과 신발을 신는다. 그리고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들어온 경우라고 하더라도 보호자에게 평소에 좋아하던 옷을 사 오게 한다. 할머니의 경우에도 정장에 가까운 원피스나 분홍색 투피스를 입는 경우가 흔했다. 정장에 스타킹도 신고, 굽은 낮지만 예쁜 구두를 신었다. 진주목걸이에 팔찌, 반지를 기분에 따라 매일 바꾸기도 했다. 그래서 아침에 넥타이 찾으랴 벨트 찾으랴 팬티스타킹까지 찾느라 요양보호사는 바쁘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요양원에서 매일 정장을 차려입는 입소노인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편한 정장도  츄리닝보다 편할리는 없다. 그리고 하루종일 실내에 있어 옷을 자주 갈아입힐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최소 하루 두 번 옷을 갈아입는다. 밤에 입힌 잠옷을 반드시 아침에 매일 갈아입게 하며, 주말에는 비교적 편한 옷을 입혔다.

한국은 365일 몸배바지나 츄리닝을 주로 입히는데 이게 정말 누구를 위해서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고무줄바지를 입히는 것은 그들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의 편의 때문이기도 하다. 항상 인력이 부족하니 정장까지 입힐 시간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매일 단장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며 곧 그들의 존엄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들의 좀 더 활력 있는 하루하루를 위해서 매일 멋진 스타일로 기분 내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에 내가 요양원에 입소한 노인이라면 어떨까? 실내에서 매일 정장을 입는 삶은 좀 갑갑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도 멋지게 차려입지 않는 한국 요양원에서의 삶은 좀 서글플 것 같긴 하다. 더군다나 아직 왜 실내에 하루종일 계시는 노인에게 정장을 입히는지 이해하지 못할 한국 문화가 더 안타깝다. 내가 나이 들어 요양원에 입소할 때쯤이면 얼만큼 변해있을까?

신체비율이 모델 같아서 3피스 정장을 입으면 후광이 비치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사진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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