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가 제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건 늦은 오후였다. 명태 씨의 첫마디는 “이제 망했다”였다. 그날 명태 씨는 유일한 친구인 아파트 김 씨로부터 점심을 얻어먹고, 반주를 걸친 다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아스팔트에 넘어졌다. 동네 병원에서는 오른쪽 고관절이 부러졌으니 보호자에게 연락해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고, 명태 씨는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가장 가까운 딸인 은주에게 전화한 거였다.
명태 씨의 어머니, 즉 은주의 할머니인 영자 씨 역시 고관절이 부러져 누운 채로 삼 년을 앓다가 죽었다. 은주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영자 씨의 엉덩이에서 불미스럽게 커지던 검은 구멍의 모양과 냄새를 정확히 기억했다. 당시 농사를 짓던 은주의 부모는 미성년자였던 은주를 주말마다 영자 씨 곁에 두고 일하러 나갔다. 영자 씨는 육 남매를 낳았고 아들이 다섯이나 됐는데 웬일인지 영자 씨 곁을 지킬 사람이 은주밖에 없었다. 육 남매 중 다섯째인, 대놓고 ‘나 효자요’라고 떠벌이기 좋아하는 명태 씨가 만든 수작이었다. 은주는 까탈스러운 영자 씨의 병시중을 들며 수능을 준비했다.
명태 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주 병원 신세를 졌다. 은주의 엄마 애란 씨와 이혼하고 근 이십 년을 술과 담배로 연명하던 명태 씨는 두 달 전 대동맥이 부풀어 혈관 수술을 받았다. 엑스레이 사진 속에 명태 씨의 대동맥은 대장처럼 구불구불 늘어져 있었다. 혈관도 노화가 된다고 말하던 의사는 뻔한 조언을 진지하게 했다.
“환자분은 배 속에 시한폭탄을 갖고 다닌다 생각하시면 돼요. 지금처럼 술, 담배 하시면 대동맥이 언제 다시 부풀어서 펑 터져버릴지 모릅니다.”
의사가 손으로 펑하는 모양을 흉내 낼 때 은주는 명태 씨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펑하고 터져 피가 솟구치는 장면을 상상했다.
명태 씨는 자다가 코피가 터져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그때 명태 씨의 유일한 동거인인 은주의 손위 언니, 민주가 전해준 말은 충격적이었다. 한밤중에 곤히 자던 명태 씨 코에서 갑자기 피가 어마어마하게 터져 나왔는데 트라이 반소매 속옷을 다 적시고 이부자리 위로 말캉말캉한 피 건더기가 마치 선지처럼 쌓이고 그러고도 피가 멈추지 않아 119를 불렀다고 했다. 은주는 그때도 다시는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명태 씨의 병원비를 처리해 주었다. 그 일이 해결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일이 생기니 은주는 미치고 팔짝 뛸 심정이었다. 명태 씨의 인생이 끝장났다는 생각부터, 운이 없으면 영자 씨처럼 오래 누워 지내며 자식들 등골을 다 빼먹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은주를 압도했다.
빨리 이동할 병원과 수술 일정을 정해야 했다. 은주는 명태 씨를 잠깐 기다리게 하고 막내 주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주에게는 상의할 사람이 주연밖에는 없었다. 큰언니인 현주는 세 아이를 놔두고 한창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었고 명태 씨와는 태곳적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술 더 떠 둘째 언니 민주는 고주망태 아버지도 부모라고 의지하며 명태 씨 집에 얹혀살았는데, 언젠가부터 사이비종교에 빠져 세상과 완전히 단절됐다. 다섯 남매의 희망이던 은주 바로 밑의 동생이며 명태 씨의 하나뿐인 아들, 기영은 한국에 없었다.
은주의 부모가 이혼할 때쯤 기영은 호주로 떠났다. 호주에서 여행업을 한다는 기영은 정작 식구들 하나도 초대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기영은 중국인 교포와 결혼하고 아이도 하나 낳았지만 은주는 SNS를 통해 그 소식을 접할 뿐이었다. 기영을 쏙 빼닮아 눈이 크고 코가 둥그스름한 조카를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은주는 가늠할 수 없었다.
“주연아,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고관절이 부러졌대.”
은주는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갔다.
“뭐라고? 왜? 어쩌다가? 또 술 드신 거야?”
은주와 주연은 젊은 시절 한때를 서울에서 함께 살았다. 서울에서 가장 방값이 싸다는 동네의 주택 반지하에 살며 휴학 중이던 은주는 아르바이트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주연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인생에서 가장 예쁠 나이에 두 자매는 햇빛도 없는 곳에서 밀린 월세를 걱정하며 지냈다. 늦은 밤에나 두 자매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맥주를 홀짝이며, 자신들의 암흑기가 어서 지나가기를 기원했다.
은주가 주연과 같은 학원에 다니던 중학교 동창 병철을 만나 연애를 하고, 지방공무원이 된 병철을 따라 고향에 내려가고,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사는 동안 주연은 서울에 혼자 남았다. 은주는 가끔 주연이 혼자 그 캄캄한 방에서 견뎠을 긴 시간을 생각하다가 아득해졌다.
주연은 일 년 전 자신보다 열두 살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 동대문에서 제법 큰 잡화점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주연이 그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전화했을 때 은주는 반대했다. 나이 차가 많은 부부 관계는 망가지기 쉬웠다. 은주의 부모가 그랬고, 일찍 결혼한 은주의 친구들이 그랬다. 은주의 결혼 기준은 늘 자기 자신이었다. 중학교 동창과 적당한 시기에 결혼해서 이만하면 됐다 싶은 4인 가족을 이룬 지금의 자신이, 지금까지 생각해 온 보통의 결혼이었다. 은주는 결혼이라는 게 결국은 생존의 한 방식이고, 타인과 오랜 시간 서로를 견디며 살기 위해서는 취향이 비슷해야 한다는 신조가 있었다. 취향이 비슷하려면 무엇보다도 나이가 비슷해야 했다.
“주연아, 처음에는 잘 안 보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사람과의 세대 차가 얼마나 나는지 느낄 거야. 내 주변에도 그것 때문에 만날 싸우는 부부가 있어. 나중에는 그 사람의 주름과 질병들이 구질구질하게 보일 때가 온대. 지금 그 사람이 이룬 것들만 보면 안 된다 너. 그 정도 나이 남자라면 누구라도 그 정도의 재산과 명망은 가질 수 있는 거야.”
주연은 은주의 태도에 길길이 날뛰며 대응했다.
“어떻게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그렇게 얘기해? 언니는 그 사람이 궁금하지도 않아? 그래서 언니는? 형부는? 그 나이에 그러고 살아? 그 나이면 그 정도는 다 가지고 있다고 누가 그래?”
은주는 주연의 마지막 말에 대꾸하지 못했다.
주연은 연애한 지 육 개월도 되기 전에 그 남자와 결혼했다. 가족 모두가 반대했던 그 결혼은 그가 식구들을 만날 때마다 쓰는 돈과 선물에 점점 호의로 변해갔다. 특히 은주의 엄마, 애란 씨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열아홉에 열 살이 많은 명태 씨에게 시집와서 평생 찍소리를 못하고 살다가 그 분풀이를 딸들 앞에서 바가지로 퍼붓던 애란 씨는, 주연의 연애 소식을 듣자마자 거품을 물었다가 어느새 “다 사람 나름인 것 같더라. 주연이 저것도 성격이 비뚤어져서 저 이뻐하는 나이 차 많은 남자도 괜찮은 것 같다. 안 그러면 주연이 곁에서 못 버틴다”라는 등 하루가 다른 감상평을 내놓았다. 주연은 남편이 쥐여 준 서울의 작은 아파트와 외제차를 마치 처음부터 자기 것이었던 양 자연스레 흡수했다.
은주와 주연은 우선 명태 씨를 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데 합의했다. 돈이야 어떻게든 마련될 것이다. 명태 씨는 그즈음 보험회사에서 다니면서 근근이 아는 사람들에게 운전자보험을 팔며 용돈벌이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마저 운전자보험 하나만 달랑 가입해 놓은 상태였다. 젊은 날 농사를 연달아 망하고 농협 대출금을 갚지 못해 개인 파산 상태였기 때문이다.
명태 씨는 환갑이 넘어 용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보험사에 취직했다. 보험사에 취직한 날 명태 씨는 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오랜만에 성취감이라는 걸 만끽하는 명태 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은주는 씁쓸히 웃었다. 명태 씨는 보험을 판다는 게 인간관계에서 파생되는 모든 이해관계의 총합이며 감정 노동의 최고봉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명태 씨의 포부는 남달랐다. 슬하에 오 남매가 있으니 자식들을 시작으로 자식들의 배우자와 가까운 친척까지, 금세 보험 왕이 되고도 남는 시나리오였다. 한술 더 떠서 한동안은 은주를 보험회사에 끌어들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은주야, 너는 학교 다닐 때부터 친구도 많았지? 지금도 그럴 거고. 너 같은 애가 해야 하는 게 이 보험이다. 여기 아주머니들 우스워 보여도 억대 연봉도 많단다. 너도 일찌감치 여기 한번 알아봐라.”
명태 씨는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마치 천기누설이라도 해주는 양 은주에게 소곤거렸다.
명태 씨가 보험사에 취직한 그해 첫 명절을 은주는 잊을 수 없었다. 종갓집 거실에 철퍼덕 엎드려서 오가는 친척들 전화번호를 일일이 적고 있는 명태 씨의 모습은, 부모의 이혼 이후로 겪는 두 번째 치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 든 고향 사람들에게는 은주 부모의 삶이 언제나 이슈 거리였다.
“네 엄마는 어디에서 사니?”
“네 엄마하고는 연락하고 지내니?”
“작은엄마, 잘 계시지?”
“아직 혼자 사니?”
은주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애란 씨가 집을 나가서 재가한 게 꼭 자신의 허물인 것만 같았다.
명태 씨는 자신의 맏딸인 현주의 시아버지 장례식에서도 보험 영업을 했다. 현주의 시아버지는 식도암 판정을 받고 딱 삼 개월을 투병하다 죽었다. 현주 남편의 가족은 혼자 남은 어머니 걱정에 너도나도 눈치 싸움 중이었다. 재산이라도 많이 남겼더라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정반대의 상황에서 장례식장 안 그 누구도 말을 아끼고 있었다.
장례 둘째 날 은주와 주연이 모였다. 비슷한 시간에 맞춰 명태 씨와 민주도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오랜만에 은주의 네 자매가 모인 자리였다. 은주는 하루가 멀다고 이혼 얘기가 오가는 현주 내외가 한편이 되어 손님들을 맞고 있는 게 낯설다고 생각했다. 음식이 나오자 명태 씨는 며칠을 굶고 온 사람처럼 밥을 먹기 시작했다. 후루루 소리를 내며 연신 육개장을 퍼먹는 명태 씨의 입과 턱 주변에 벌건 기름이 번들거렸다. 은주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살폈다.
명태 씨는 앉은자리에서 소주 한 병을 다 비우고, 육개장 국물도 두 번이나 더 갖다 달라고 했다. 제 아버지가 얼마나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는 줄 아는 터라 네 자매는 숟가락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 눈빛에는 아주 오랫동안 그들이 견뎌온 공공의 수치가 들어있었다. 식사를 마친 명태 씨는 곧바로 휴게소로 나가 조문객들의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 은주는 명태 씨의 추태를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더 바쁘게 현주를 도왔다.
은주가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때 명태 씨는 6인실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옆으로 어정쩡하게 누워 있었다. 명태 씨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명태 씨의 몸은 더 거대해진 것 같았다. 전날 밤 명태 씨의 응급실행을 도운 병철은 구급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명태 씨가 심히 고통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얼굴을 잔뜩 찌푸린 명태 씨는 조금만 건드려도 우는 소리를 냈다. 한숨도 못 잤다는 명태 씨의 말에 은주는 부아가 났다.
“아버지, 또 술 드신 거죠?”
“술은 무슨!"
명태 씨는 얼굴을 찡그리며 주변 사람 눈치를 봤다. 그제야 은주 눈에 다른 환자들이 들어왔다. 명태 씨는 은주를 가까이 오게 하더니 겨우 얘기했다.
“반주한 거 얘기 들어가면 안 돼. 보험금 안 나와”
은주는 그때 처음 자전거 사고도 운전자 보험에 들어간다는 걸 알았다. 명태 씨나 은주나 역시 제일 큰 걱정은 병원비였다.
“잠바 오른쪽 주머니에 지갑 가지고 현금인출기로 가서 카드 세 개에 있는 잔액을 하나로 모아봐라. 총 얼마가 되나. 이거 보통 일이 아닐 거다. 끙. 아파트 일 층 김 씨한테 오백만 원 빌려준 것도 갚으라고 했으니까 조만간 갚을 거다. 그거 합쳐서 병원비는 어떻게 융통해 보자. 끙”
대학병원 일 층 현금인출기 앞에서 은주는 명태 씨의 전 재산이 총 삼백오십만이천사백칠십오 원임을 확인했다. 아파트 김 씨가 오백만 원을 갚지 못한다면, 아니 갚더라도 명태 씨는 조만간 알거지가 될 운명이었다.
다음 날 은주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명태 씨의 집으로 갔다. 명태 씨의 입원 물품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90년대 초반, 지방 소도시 중심에 처음으로 생겼던 5층짜리 아파트의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지저분했다.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졌고 창문에는 배달 음식점 스티커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층계 역시 이가 나가 들쑥날쑥했다.
민주는 그새 교회에 갔는지 집에 없었다. 민주는 명태 씨에게, 아니 정확히는 명태 씨의 집에 기대 간신히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명태 씨를 부양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하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기침 소리와 방귀 소리를 들어가며 인기척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위안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민주의 생각도 틀린 건 아니었다.
명태 씨는 아예 방 청소를 안 하고 사는 듯했다. 바닥에 깔린 이불은 누렇게 얼룩져 본연의 무늬를 알 수 없었고, 말라비틀어진 사과껍질, 이쑤시개, 재떨이 같은 것들이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방구석에 뭉텅이로 쌓여있는 명태 씨의 옷가지들을 들추니 흙이 쏟아졌고, 명태 씨 특유의 구릿하고 시큼한 땀 냄새가 올라와 은주는 잠시 숨을 멈춰야 했다.
명태 씨가 챙기라고 한 제1의 물건은 책이었다. 고려 시대 어느 스님의 일대기였는데 꽤 두꺼웠고 무려 세 권이나 됐다. 제대로 누워있지도 못하는 명태 씨가 이 책을 어떻게 읽겠다는 건지 은주는 한숨이 났다. 은주는 명태 씨의 여생에 그나마 책 읽는 취미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그 많은 책을 읽고도 이 모양으로 사는 걸 생각하면 화딱지가 났다.
은주가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살던 집의 한쪽 벽에는 글씨가 세로로 박힌 두꺼운 책이 가득했다. 소년소녀세계명작도 아니고 한자가 반인 그 책들은 어린 은주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고 위압감만을 주었다. 명태 씨는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책들에 대한 감상평을 떠들기를 좋아했다. 은주는 그런 명태 씨를 보고 자라며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은 도끼다’라는 말이 다 헛소리라는 걸 알게 됐다. 사람은 무엇을 보고 접하든 다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어 있다는 게 은주의 지론이었다. 책을 믿느니 차라리 사주팔자를 믿는 게 백배는 나았다. 그러면서도 은주는 자신이 문학을 전공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그 의문은 아주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결혼 초 사회초년생이던 병철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술을 퍼마셨다. 그런 병철과 사네 못 사네 하던 은주는 한창 상담센터를 찾아다녔다. 알코올 중독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는 은주가 아무리 병철의 흉을 봐도 은주의 내면만을 궁금해했다. 은주는 억울했다. 병철을 병원에 가두고 전기충격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왜 자꾸 자신에게만 이것저것을 묻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상담사는 은주가 술을 좋아하는지, 은주의 부모는 술을 먹었는지, 은주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묻고 또 물었다.
“은주 씨, 많이 힘든 거 알아요. 남편하고 연애할 때는 술을 마셨나요?”
“네, 그때는 술친구였죠. 평소에는 아주 조용한 편인데 남편은 술에 취하면 아주 재미있어졌어요. 그런 면에 속았던 것 같아요.”
병철은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포장마차를 찾아다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다고 했다. 은주는 결혼 전 잔뜩 취한 병철이 홀로 소주병 앞에 고독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한때 은주는 병철의 그런 면이 참 어른스럽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은주 씨, 제가 왜 알코올 중독을 공부했을 것 같아요? 저도 술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지 않나요? 공부도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 같아요. 저도 친정아버지가 술고래였어요. 남편도 마찬가지로 고주망태였고. 근데 그거 알아요? 은주 씨, 대부분 술고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녀들이 더 술도 많이 마시고 배우자도 꼭 술로 만난다는 거. 그렇게 싫어하는 거면 자기는 안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꼭 그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왜?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익숙하니까요. 사람은 자신이 익숙한 환경에 있어야 편안하대요.”
그 무엇도 될 자신이 없던 열아홉 살 은주는 대학 입시 전형에서 자석에 끌리듯 국문과를 선택했다. 다른 학과들은 너무도 낯설었으므로. 사람은 너무 쉽게 자신이 익숙한 것만을 선택하고 또 선택한다. 그것이 함정인 줄 모르고. 그 이후로 은주는 더는 상담센터를 돌지 않았다.
오전 햇살이 들어온 명태 씨의 방안에는 은주가 움직일 때마다 뿌옇게 먼지가 일었다. 은주는 혹여나 자기 몸에 명태 씨의 체취가 묻은 먼지가 붙을까 불안해하며, 짐을 대충 챙기고 집을 빠져나왔다. 명태 씨가 꼭 챙겨 오라는 스위스 명품시계도 잊지 않았다. 기영이 선물한 그 시계는 명태 씨의 유일한 귀중품이었다. 귀중품을 가져오지 말라는 병원의 주의사항이 있었음에도 명태 씨는 자신의 병상 맡에 꼭 그 시계를 올려놓았다.
명태 씨는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자주 신음했다. 신음 사이로 명태 씨의 뜨거운 입김이 쏟아져 나왔는데 가히 지옥 밑바닥 냄새라고 할 만했다. 은주는 그때마다 숨을 참았다. 명태 씨 배 밑으로는 누런 오줌이 모여 소 염통처럼 늘어져 있었다. 담당의는 정확히 명태 씨의 오른쪽 고관절이 박살 났다고 말했다. 명태 씨의 부러진 고관절을 발라내고 인공 관절을 넣어야 하는 대수술은 이틀 뒤에 잡혔다. 은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아버지에게 죽을 떠먹였다. 누워서 간신히 죽을 받아먹는 명태 씨의 처절한 입 모양이 이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었다.
그때 명태 씨의 최대 난관은 바로 대변이 마려울 경우였다. 누워서 똥을 싸야 하는 그 사태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명태 씨는 최대한 조금만 먹었다.
은주는 간호사를 통해 간병인을 알아보았다. 어린아이 둘을 돌보며 오후에는 방과 후 교사로 일하는 은주가 명태 씨 곁을 지킬 수는 없었다. 어차피 기나긴 싸움이 될 터였다. 하루에 십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갔지만 명태 씨의 현 상태에서 가히 아깝다고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간병인은 은주의 어머니 애란 씨와 같은 나이의 조선족 여성이었다. 벌써 간병인이 된 지는 5년이 넘었다고 했다. 은주는 하필이면 병실에서 가장 중환자인 명태 씨의 간병인이 된 그 아주머니에게 괜히 미안했다. 그래서 은주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따로 간병인을 불러냈다.
“아주머니, 잘 좀 부탁드려요. 곧 알게 되시겠지만 아주 고약한 영감이에요. 알아서 잘 견뎌주세요.”
은주가 건네는 음료수를 받으며 간병인 아주머니는 조선족 특유의 말투로 “아아 그래요오.”하며 화통하게 웃어 주었다.
명태 씨의 수술은 두 시간이나 걸렸다. 은주는 여전히 병원비가 걱정돼 오 남매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명태 씨의 현 상태를 알렸다. 현주는 ‘아버지 술 또 마신 거지?’라고 했고 민주는 ‘네가 고생이 많다’고 했고, 주연은 ‘주말에 내려갈게’ 했다. 기영은 연락이 없었다.
부모가 아플 경우를 대비해 오 남매가 돈을 모으던 때가 있었다. 각자 한 달에 삼만 원씩 모으던 그 통장도 은주가 관리했고 어떤 이유로 흐지부지된 건지 은주는 기억하지 못했다. 다들 각자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사느라 챙기지 못한 거였겠지만 이렇게 큰일이 터지고 보니 결국은 부모에 대한 의무감이 자신에게만 지워진 것 같아 은주는 속이 상했다.
뻔한 얘기지만 은주의 부모 역시 어려서부터 하나뿐인 아들 기영에게만 올인을 했는데, 은주는 부모가 하도 가난했기 때문에 크게 서운하지도 않았다. 이혼하고도 은주의 부모는 은주에게 번번이 해외 송금을 부탁했다. 호주로 떠난 기영이 자리 잡을 때까지라는 명분으로. 은주는 그로 인해 명태 씨는 명태 씨대로, 애란 씨는 애란 씨대로 더 가난해지는 꼴을 지켜봐야 했다.
“그 잘난 아들한테 책임지라고 해!”는 현주가 자주 하는 말이었다. 명태 씨의 소식을 들은 애란 씨는 “아이고, 이제 하다 하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기나 하고 이제 네 아버지 어떡한다니? 이제 아주 못 일어나는 거 아니니? 곱게 죽어야 할 텐데, 아주 그놈의 술 때문에 끝까지 속을 썩여요.”했다.
담당의는 수술이 잘 끝났다고 했다. 한참 뒤 명태 씨의 육중한 몸이 실려 나왔다. 아직 마취 상태인 명태 씨의 허여멀건 한 얼굴을 보며 은주는 명태 씨가 이제는 진짜 할아버지가 다 됐다고 생각했다. 담당의는 명태 씨가 회복될 때까지 한 달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고, 집에 부양가족이 없으면 요양원에 가서 재활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요양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은주는 정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주는 병원에서 추천해 주는 요양원 리스트를 받아 들고 병실로 들어갔다. 간병인 아주머니가 명태 씨에게 빨대로 장 요구르트를 주고 있었다.
“변비가 심하세요오! 방귀만 계속 뀌시고오”
간병인 아주머니가 자리를 피해 주자 은주는 명태 씨에게 현실을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다.
“아빠, 여기에서 한 달 지내다가 요양원 가서 재활치료 해야 한대요. 그래서 걸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빠 의지에 달렸고, 어차피 앞으로 아파트 5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하지도 못할 거랍니다. 어쩌자고 이 사달이 나게 해요? 그 아파트 내놓을게요. 그거 팔고 고물차도 다 팔고 요양원비 대야죠, 뭐. 김 씨 아저씨가 돈은 보냈대요?”
“끙”
명태 씨는 눈을 감고 아무 말이 없었다. 은주는 명태 씨의 짓무른 눈가와 앙다문 입술, 불룩한 배 위로 벌어진 환자복, 그 환자복 사이로 보이는 누런 트라이 반팔 내의 등을 보지 않기 위해 창가로 눈을 돌렸다. 잠시 후 명태 씨가 말했다.
“김 씨도 그거 아파트가 팔려야 돈을 갚을 텐디…….”
“아빠, 그러니까 왜 돈을……. 아빠 사고 난 날도 김 씨 아저씨랑 점심 드신 거죠? 김 씨 아저씨 전화번호 좀 주세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명태 씨는 가만히 휴대폰을 가리켰다. 김 씨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은주는 최대한 공손하게, 되도록 불쌍하게, 명태 씨의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일주일 안으로 돈을 마련해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명태 씨는 이 년이 넘도록 속을 끓여 온 거였다. 은주는 다음 수순으로 병철에게 전화를 걸어 아파트를 내놓고 중고차도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은주는 명태 씨가 근무하던 보험사에 전화해 상담을 예약했다. 보험사는 그 지역 핫플레이스 건물에 떡하니 자리했는데 명태 씨 자리는 화장실 앞 맨 구석 자리였다.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무실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책상 위에는 은주 눈에 익은 명태 씨의 책 몇 권이 놓여 있었고, 명태 씨의 글이 분명한 프린트물들이 쌓여 있었다.
명태 씨의 취미로는 독서 말고도 글쓰기가 있었는데, 명태 씨는 오래전부터 어려서부터의 기억, 신문을 읽고 난 뒤의 시사 비평, 독후감 등 그때그때의 영감과 단상들을 기록해 왔다. 그동안 손 글씨로 쓰던 것을 이곳 보험사에 취직하고부터는 컴퓨터에 독수리타법으로 기록했는데, 명태 씨가 용을 쓰고 출근하는 이유는 바로 그 창작열이었다. 그동안 은주에게 넘겨준 자료만 합쳐도 책 몇 권은 너끈히 만들 수 있을 분량이었다.
은주가 지방 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을 때부터 명태 씨는 의도적으로 은주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기록을 큰 선물을 주듯 넘겨주곤 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은주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레퍼토리였는데 제목만 봐도 은주는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특히 명태 씨가 나고 자란 동네 어떤 집안이 태곳적부터 저질러온 범죄나 개인의 도덕적 결함, 은주의 엄마 애란 씨에 대한 험담, 한 종류의 신문만 평생 읽어온 명태 씨의 정치철학 등 도저히 읽기가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런데도 은주는 명태 씨의 글을 받아 따로 모으고 있었다. 언젠가는 명태 씨의 글들을 정독하며 이 문제적 인간의 삶에 대해 써보리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명태 씨의 유일한 낙인 글쓰기에 단 한 명의 독자가 되어보자고 일찍이 다짐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명태 씨는 은주의 삶 전반에 대한 평가를 A4 용지 세 장에 걸쳐 적어준 적이 있었다. 은주는 난생처음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받아본 터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글을 읽었다. 거기에는 은주가 익히 알고 있는 자신의 흑역사들이 나열됐고 은주를 키우고 관찰하며 느낀 명태 씨의 부정도 조금 담겨있었다.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은주는 명태 씨가 창고를 짓고 있을 때 옆에 와서 재잘대다가 명태 씨가 깨고 있던 돌에 맞았다. 돌을 이마에 맞고 쓰러진 어린 은주는 잠시 의식을 잃었는데……‘아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살아서도 병신이 되지는 않을까? 나는 순간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그 순간 은주가 눈을 떴다’…… 은주는 소름이 돋았다. 명태 씨가 내렸을 끔찍한 결정이 충분히 상상됐기 때문이었다. 평생 자식을 부모에게 소속된 재산쯤으로 생각하던 명태 씨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것 말고는 은주는 대체로 명태 씨에게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딸이었는데 몇 차례의 거짓말과 실수로 부모를 실망시키고 가끔은 가슴도 아프게 한 지극히 평범한 아이라는 게 결론이었다. 은주는 싱겁게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명태 씨는 지금까지 은주의 삶을 해피엔딩으로 보고 있어 다행이었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잘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았다. 그것이 지극히 오해라는 걸 알면서도. 그때부터 은주는 아주 귀찮았지만 명태 씨의 글을 비웃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사실 명태 씨는 은주에게만 글을 주는 게 아니었다. 명태 씨는 명절 때마다 말이 좀 통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젊은 조카들이나 며느리들에게 자신의 글을 주고 그 자리에서 읽게 한 다음 감상평을 물었고, 보험사에서도, 노인 회관에서도 친분이 생기는 사람마다 명태 씨의 선물 폭탄은 쏟아졌다. 사람들은 처음에 “와, 이거 아저씨(혹은 작은아버지, 혹은 할아버지) 글이에요? 대단하시다.” 하다가 두 번째에는 “또 쓰셨네요. 고맙습니다.” 했다가 “저는 근데 글을 잘 몰라서…….”하다가 결국 명태 씨를 슬슬 피해 다녔다.
“아이고, 우리 명태 형님 따님이세요?”
정장을 차려입은 나이 든 남자가 나타나 은주에게 알은체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제가 통화한 여기 팀장입니다. 명태 형님 고향 후배예요. 따님은 잘 모르죠? 셋째라고요?”
팀장은 은주를 위아래로 훑으며 명함을 내밀었다.
“네.”
명함을 받아 들며 은주는 준비 없이 자신의 집안과 어린 시절을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참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때문에 고생이 많죠? 그놈의 술 때문에…….”
팀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은주는 마지막 희망마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여기 직원이기도 하고 고향 형님이니까 이번에는 도와드리려고 해요. 앞으로는 안 된다고 전해주세요. 여기서도 늘 점심에 약주를 하셨는데 보통 드셔야지. 그러시다가 큰일 나요.”
팀장은 평소 명태 씨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은주에게 쏟아냈다. 은주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보험사 구석자리에서 한심한 글 나부랭이를 쓰며 꾸역꾸역 점심을 얻어먹고 약주까지 하는 나이 든 직원이 회사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안 봐도 뻔했다. 은주는 도망치듯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요양원에 가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다는 은주의 염려와는 다르게 명태 씨는 생각보다 빨리 회복됐다. 수술 후 이 주일이 지나자 명태 씨는 목발을 짚고 간신히 화장실에 갈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명태 씨는 그새 간병인 아주머니와 친해졌는지 농담을 주고받았고, 넉살이 좋은 아주머니는 틈만 나면 보조 침대에 이불을 깔고 누워 쉬기도 했다. 오가며 과일도 잘 깎아준다며 명태 씨는 마치 회복이 되면 간병인 아주머니에게 청혼이라도 할 것처럼 얘기했다.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 새까만 얼굴에 걸쭉한 목소리를 가진 간병인 아주머니를 곁눈질하던 은주는 아주머니 같은 사람이 진짜 명태 씨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요양원이었다. 명태 씨는 퇴원하고 집에 가기를 원했지만 당장 걷기도 불편한 상태에서 식사와 안위를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아파트 5층까지 혼자서 오르내릴 수가 없으니 한번 올라가면 감옥에 갇히는 꼴이었다. 그렇다고 병원비가 얼마가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은주 월급과 맞먹는 요양원비를 혼자 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답답해진 은주는 단체 대화방에 사정을 남겼다. 오 남매는 우선 싼 요양원을 알아보자는데 동의했고 주연은 자신이 검색한 요양원들을 몇 군데 첨부해 주었다. 은주는 요양원에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요양원들은 가격대가 확실히 비쌌고 단순히 식사와 돌봄만 가능한 요양원은 도처에 널려있었다. 은주는 명태 씨와 합의해 은주의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합리적인 가격의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병원비는 정확히 명태 씨의 통장잔고를 바닥냈고 은주 통장으로 들어온 김 씨의 돈만이 명태 씨 재산으로 남았다.
최신 장비의 재활치료와 다양한 물리치료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던 전화 내용과 달리 요양원은 말 그대로 말년의 환자가 요양만을 하는 곳이었다. 가격이 낮은 12인실은 은주가 영화에서 본 전시의 환자 수용소 같았다. 온몸이 하얀 노인들이 넓은 방 침대 곳곳에 누워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은주 일행을 쳐다보느라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마치 침대에 매달린 나무늘보들 같았다. 당황한 은주와 명태 씨의 표정을 살피던 코디네이터는 급하게 말을 바꿨다.
“여기 말고 6인실도 있어요. 거기는 아버님과 말이 통할 분도 몇 분 계실 거예요. 사실 요양원이라는 곳에는 아버님보다 한 열 살은 많은 분들이 오시거든요. 재활을 목적으로 단기만 이용하는 분들이 별로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6인실로 가보시겠어요?”
코디네이터는 병실 안 환자가 안 보이는 것처럼 큰 소리로 말했다.
일반 병실처럼 생긴 6인실에는 새로운 사람을 보려고 침대에 일어나 앉는 환자도 있었다. 명태 씨가 거동할 수 있을 때까지 한두 달 견딜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은주가 생각했을 때 갑자기 문 앞의 노인이 소리를 질렀다.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 다 때려치워!”
코디네이터는 6인실 문을 급하게 닫았다.
“저분이 가끔 저런 소리를 하시는데……계속 저러시지는 않아요.”
난감한 표정의 코디네이터를 뒤로하고 명태 씨는 은주에게 속삭였다.
“여기가 얼마라고?”
“2주에 40만 원이요.”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다.”
명태 씨는 은주의 다섯 살짜리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할 때의 표정을 지었다. 은주는 잠깐 흔들렸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집에 가면 아빠 밥은 누가 차려주고? 내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을 봐줄 순 있겠지…… 집이 하도 좁아서 움직일 곳도 없이 방바닥에 누워만 있을 텐데……그냥 여기에서 목발 짚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때까지만 계세요.”
은주는 명태 씨의 입원 수속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나오며 병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병철은 일이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은주는 전화기를 한참 쳐다보다가 막상 전화를 걸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은주는‘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나쁘면서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이라는 어느 책의 구절을 떠올리며 신경질적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은주 눈가에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가 금세 사라졌다.
명태 씨는 요양원에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갔다. 시설은 낡았어도 공간은 넓은 편이었는데 명태 씨는 숫제 돌아다니질 않았다. 재활치료실, 응접실, 텔레비전 관람실, 어디를 봐도 호호 할머니뿐이었다. 그들의 특이성은 모여 있으면서도 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간혹 무슨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건 앞에 앉은 사람과의 대화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웠다. 명태 씨는 그들을 보며 어머니 영자 씨를 떠올렸다.
명태 씨의 부모는 종갓집 구조에서 평생 각방을 썼는데, 영자 씨가 거주하는 안방 문풍지에는 영자 씨 앉은 키에 맞춰 손바닥만 한 작은 유리창이 나 있었다. 영자 씨는 늘 그곳을 통해 바깥을 내다봤다. 영자 씨가 보는 바깥세상은 종갓집 안마당이 전부였지만 영자 씨는 언제나 그곳을 골똘히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고, 딱히 누구에게가 아닌 혼잣말을 했다. 영자 씨가 뒷간에 갔다가 넘어져 병원 신세를 지기 시작했을 때가 공교롭게도 딱 지금 명태 씨의 나이였다.
은주는 명태 씨를 살피러 일주일에 한 번 요양원에 갔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때도 있었고 병철과 함께일 때도 있었다. 명태 씨가 요양원에 있는 한 달 동안 주연이 딱 한 번 왔고, 현주와 민주로부터는 전화 한 통화가 없었고, 멀리 타국에서 기영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 같았다. 명태 씨는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했고 더는 요양원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초라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도 명태 씨는 제집으로 가고 싶었다. 은주가 집을 내놓았어도 그 집이 팔릴 리가 없었다. 시내 외곽으로 우후죽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마당에 언제 재개발이 될지 모를 낡은 아파트는 시에서도 처치 곤란이었다. 간혹 그 아파트로도 이사 오는 치들이 있었는데 가난한 젊은 부부이거나 일용직 근로자 서넛이 함께 월세를 쓰는 경우였다. 그럼 낡은 포터는 어쩔 것인가? 은주는 그걸 팔면 돈 백만 원이 될 거라고 했다. 그게 그래 보여도 명태 씨가 농사를 지을 때부터 든든하게 자신의 곁을 지켜준 인생의 동반자나 다름없는데, 헐값에 그걸 넘길 생각을 하니 명태 씨는 명치가 욱신거렸다.
“은주야, 그거 차는 그대로 놔둬라.”
요양원에 들른 은주에게 명태 씨가 말했다.
“차? 아빠 그거 이제 못 타요.”
“왜 못 타냐. 곧 타지.”
“아빠, 지금 한 푼이 새로운데, 아빠 이제 빈털터리예요. 누가 산다는 사람 있으면 팔아서 현금으로 가지고 계세요. 앞으로 차 기름 값이며, 유지비는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너희들이 좀 도와주면 되잖냐?”
“네?”
은주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렇지 않아도 은주는 며칠 전 주민자치센터에서 명태 씨 생계를 위한 복지제도가 있는지 알아봤다. 정부에서는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았는데, 명태 씨는 노인에 가난뱅이가 확실했지만, 명색이 둘째 딸과 동거인으로 되어 있었고, 자식 다섯이 버젓이 살아있고, 사위들까지 연봉이 책정돼, 부양가족이 충분한 능력자라는 결론이 났다.
“은주야, 내가 너 고생하는 것도 알고, 참 염치가 없는데, 너 아버지 도와드리는 거 나는 싫다. 그놈의 술, 담배라도 끊는 의지가 있어야 도와드리고 말고 하지, 언제까지 애처럼 우리가 아버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니? 벌써 몇 번째니? 너한테 힘이 되지 못해 미안하지만 이제 나한테 아버지 일로는 전화하지 마.”
며칠 전 돈을 모으기 위해 은주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현주가 한 말이었다.
“아빠, 이번 일을 겪고도 아직 모르겠어요? 이제 아버지 쓰러져도 도와드릴 자식이 나 하나야!”
은주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했다. 누워 책을 읽던 명태 씨는 책을 가슴에 내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병원 생활 두 달 동안 얻은 거라면 명태 씨의 블룩한 배가 쏙 들어간 거였다. 명태 씨는 곧 일어나 앉았다.
“나 이제 집에 갈란다.”
은주와 병철은 명태 씨를 부축해 간신히 아파트 5층에 올랐다. 집을 치워놓겠다던 민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제부 고맙습니다. 매번 감사해요, 정말. 은주야 걱정하지 말고 이제 올라가. 아버지는 내가 잘 모실게.”
먹을 것 위주로 잔뜩 장을 봐온 병철의 짐을 낚아채듯 가져가며 민주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은주는 잠자코 짐을 풀고 명태 씨가 내복으로 갈아입는 걸 도왔다.
“이제들 올라가라. 자네도 고생했네. 나는 한숨 자야겄다.”
명태 씨가 힘겹게 자리에 누웠다. 신발장에 쭈그리고 운동화를 신던 은주에게 민주가 말했다.
“나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하는 중이야. 내가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우리 아버지인데 모른 척할 수 있니? 혼자 화장실 가고 식사하실 수 있으니까 집이 더 나을 거야.”
“그래, 언니, 좀 잘 도와드려. 부탁할게.”
“은주야, 염치없지만 네가 좀 자주 들러서 반찬거리 같은 건 사다 줄 거지? 내가 아직 소득은 없으니까. 내가 자격증 따서 돈 벌 때까지만 부탁하자.”
은주는 문밖에 서 있는 병철을 놔두고 거칠게 현관문을 닫았다.
“언니, 나는 뭐 부자야? 내가 어떻게 매번 이런 걸 다해? 언니가 아빠 옆에 있어서 꼭 좋기만 한 것 같아? 언니가 동거인으로 잡혀있어서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거 하나도 못 받는 건 모르지?”
은주는 명태 씨가 듣거나 말거나 흥분했다.
“너도 힘들지……. 그래도 은주야. 아버지 옆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 나라도 있으니까 더 낫지 않니? 너 형편 되는 대로 해. 힘들지. 너도 애를 둘이나 키우는데……. 그러니까 아버지! 이제 술, 담배 진짜 안 할 거죠? 아주 각서를 써놔야 해. 이참에. 어? 지금 말해요. 사위도 있는 데서!”
민주는 안방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다. 요 위에 누운 명태 씨는 미동이 없었다.
“아빠, 언니 말대로 저도 더는 힘들어서 못 해요. 진짜 이번에는! 어? 술, 담배 한다는 소리 언니한테 들려오면 저도 이제 이 집 발길 끊을 거예요. 아셨죠?”
은주는 문이 부서져라 현관문을 닫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계단에서 지린내가 훅 올라왔다.
명태 씨는 퇴원하고 2주 만에 아파트를 하루에 딱 한 번 오르내렸다. 당분간 민주가 있는 데서는 담배도 술도 금지였기 때문이다. 아파트 김 씨는 극구 말렸지만 명태 씨는 술과 담배가 없는 인생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소주 한 잔이 목을 타고 들어가면 일순간 시원해지며 정신이 또렷해졌고, 소주 두 잔이 들어가면 배속이 훈훈해지며 ‘이 세상도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잔이 들어가면 ‘제까짓 것들이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며 이 세상이 조금은 만만해 보였다. 그래서 명태 씨는 자식들 몰래 하루에 소주 딱 석 잔,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로 작정했다. 그 정도로는 민주에게 들킬 염려가 없었다. 명태 씨는 먹다 남은 소주와 담배를 슈퍼마켓에 키핑 해두었다.
명태 씨가 현관문을 쾅 닫으며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민주는 처음부터 명태 씨가 그 몸으로 운동 삼아 아파트 5층 계단을 내려간다는 걸 믿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긴 한데 어쨌든 집안에서 술, 담배를 하지는 않으니 다행이었다. 명태 씨가 자기 발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장하다는 생각이었다.
명태 씨가 앞으로 이 집에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은주가 집을 팔아버린다고 했을 때 민주는 눈앞이 캄캄했다. 아주 오랜만에 당장 살 곳을 찾아 나서야 하는 위기였다. 그렇게 큰일을 자기와는 일체 상의 없이 은주 부부가 정하는 걸 보면서 민주는 부르르 떨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생활비 한 푼 내지 못하는 형편에 괜히 은주 눈 밖에 났다가는 당장 방을 빼야 할지도 몰랐다.
명태 씨가 다시 술, 담배를 입에 대더라도 민주는 은주에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독립해서 나갈 수 있을 때까지는 방법이 없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하면서 자신이 살 집을 구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앞으로 얼마 간의 시간이 필요할까를 생각하다가 민주는 까무룩 낮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