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수경은 언제로 돌아가야 할까?
수경은 충청도 서쪽 옥계라는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마을 북동쪽으로는 그 지역 일대에서 제일 높은 산이 삐딱하게 보였고, 그 산의 줄기가 마을의 삼면을 둘러쌌던 산골짜기 마을이었다. 옥계에는 이름처럼 맑고 영롱한 계곡물이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흘렀다. 덕분에 수경과 마을 아이들은 늘 그 냇가를 본거지 삼아 놀았다. 냇가에서 쉽게 잡히던 미꾸라지의 비린내와 바위 밑에 숨어 있던 가재의 표정, 수영하다가 만져지던 돌이끼의 미끄덩한 촉감 같은 것들이 수경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렇게 하릴없이 자연 속에서 종일 놀았는데도 수경은 늘 심심했다. 늘상 심심하고 답답했다는 게 그 시절 옥계에 대한 기억의 총평이었다.
수경은 여섯 살 겨울부터 친할아버지에게서 한문을 배웠다. 수경의 언니 두 명이 그랬고, 수경의 그 많은 사촌들도, 그 동네 애들 중에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도 모두 다 수경의 할아버지 밑에서 한문공부를 했다. 유치원도, 특별한 사교육 시설도 있을 리 없는, 사시사철이 바쁜 농촌 마을 나름의 공동육아 방식이었다.
여름이면 아무 데고 나가서 놀면 되지만, 농촌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도 길었으니까. 수경의 할아버지는 방치된 농촌 아이들의 겨울방학 돌봄 선생님이었던 셈이다. 평생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이 없는 양반가의 마지막 종손, 사랑방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줄곧 책을 읽거나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의 유일한 쓸모였다.
수경의 할아버지는 그나마 어려운 한자를 이해하기 힘든 어른의 말로 가르쳤다. 수경이 커서 그 글자들을 다시 확인했을 때 뜻이 다른 경우도 허다했다. 예를 들어 ‘힘입을 뢰’라는 한자를 수경은 한사코 ‘희미벌 레’라고 읽고 외웠다. 어린 수경은 ‘벌레가 작고 색깔이 희미하구나’라고 나름 열심히 해석해가며 다음 글자로 넘어갔던 것이다.
수경은 손녀 중에 가장 어리다는 특혜로 할아버지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고,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꾸벅꾸벅 졸며 종일 요상하게 생긴 글자를 들여다봤다. 말과 글자를 일치시켜 보려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면서. 그날의 진도를 습득하지 못하면 할아버지의 따끔한 회초리 맛을 봐야 했기 때문에 수경은 무조건 외우기 능력을 키워나갔다.
한문 공부는 대부분 명심보감을 떼야 끝나는 코스였는데, 간혹 진도가 빠른 아이들은 사자소학이나 동몽선습을 이어서 읽기도 했다. 대체로 온화한 성품이었던 수경의 할아버지는 은근히 소심한 편이어서 게으르거나 말썽을 부리는 동네 아이들을 혼내는 대신 만만한 손녀들을 엄하게 대했다. 수경 역시도 난데없이 할아버지에게 고사리 손바닥을 맞거나 꿀밤을 먹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난데가 없어서 어린 수경은 늘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나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중에 머리가 굵어져서야 수경은 그것이 일종의 사람들에게 있는 분노조절 장애라는 것을 알았고, 불행히도 제 안에 그러한 피가 유전되었다고 깨달았다.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있는 날이면 으레 할아버지는 아이들 몰래 찬장에서 사탕을 꺼내어 수경에게만 주었다.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사탕을 받아먹으면서도 수경은 제 할아버지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도 조부가 자기를 귀여워해 준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으므로 할아버지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선생님이 제 할아버지라는 데서 오는 자부심도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피해만 보던 사람은 수경보다 세 살 위의 지경 언니였다. 더 이상 귀엽다고 할 수 없는, 숙녀 태가 나기 시작한 지경은 어린 수경보다 좀 더 억울한 일이 많았다.
어느 날은 유난히 말썽이 심한 어떤 아이를 혼낸다는 명분으로 수경의 할아버지가 세상천지가 진동하도록 화를 냈다. 할아버지 방 안으로 먹물이 튀고 붓과 신문지가 날아다녔다. 난생처음 겪는 조부의 횡포에 수경과 지경은 할아버지 집에서 일 킬로미터쯤 떨어진 제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자매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집에 도착했을 때, 그새 누군가 전화를 넣었는지 수경의 아버지는 제 할아버지보다 더 큰 매를 들고 기다렸다. 질겁한 수경은 제 아버지를 보자마자 거꾸로 도망쳤고, 제 아버지에게 붙들린 지경은 그날 정말 피가 나도록 종아리를 맞았다.
뼛속까지 ‘충효’가 중요했던 집구석, 어른 말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밥 먹을 때는 말없이 밥만 먹어야 하고, 말하기 전에는 세 번 넘게 생각해야 하고, 아이들과 여자들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지하게 많다고 배우던 나날. 수경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할아버지가 병환으로 몸져누울 때까지 한문 공부를 했고, 당연하게도 어른 말을 아주 잘 듣는 아이로 자라났다.
말 잘 듣는 아이라서 어른들에게 줄곧 칭찬을 받으며 자란 수경은 거꾸로 또래 아이들에게는 미움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수경 집안의 내력이었다. 고려 말 왕의 스승이었다는 경주 김 씨, 수경의 호호 할아버지는 조선 시대에 그 세력을 모두 잃고 옥계로 숨어들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수경의 아버지 형제 세 명이 그 마을에 뿌리를 내렸고, 수경이 동네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어른은 그녀의 일가친척이었다.
특이한 점은 친척들 사이에도 계파가 나뉘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수경의 고조부쯤에서 갈라졌을 다른 계파의 자손들은 수경의 집안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수경 쪽의 어른들은 언제고 그들을 ‘쌍것들’이라는 말로 싸잡아 무시하곤 했다. 양 계파의 사람들 사이에는 언제나 묘한 거리감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끼리도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다.
더군다나 수경의 아버지는 당시 그 마을에서 가장 고학력자였다. 그는 그 사실을 평생의 자랑으로 여겼고, 대놓고 그것을 드러내며 남을 멸시했다. 기골이 장대한 그는 꿈도 많아서 농사짓기를 하나의 연구 과제로 삼았다. 남들 보란 듯이 으리으리한 하우스를 지어놓고는 그 안에 멜론, 희한한 색깔의 수박과 고추 모종 등을 철마다 갈아치우며 심었다. 소박하게 논농사를 짓거나 척박한 산에서 채취에 가까운 농사를 짓던 마을 사람들은 돌출에 가깝도록 특별하고 교만한 수경의 아버지를 싫어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린 수경은 한때 마을 사람들과 다른 제 아버지가 다소 멋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제 가족을 부러워한다는 착각 속에 살았다.
수경의 어린 날에 제일 운이 나빴던 건, 제 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만철이 아저씨 가족이 바로 옆집에 산다는 거였다. 만철이 아저씨는 수경의 집안 쪽이 아닌 사람들의 대표 격이었고, 그 탓에 수경은 어린 시절 내내 만철이 아저씨를 사람이라기보다 뱀이나 족제비 뭐 그런 족속의 야만인 정도로 여기며 자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철이 아저씨의 자식 세 명 모두가 수경의 또래였다. 일 년 일찍 들어간 유치원을 수경은 그의 큰아들과 다녔고, 제 나이에 들어간 초등학교에는 일 년 빨리 학교에 들어온 그의 첫째 딸과 다녔다. 작은 학교라서 학년마다 반은 하나밖에 없었고, 때문에 수경은 초등학교, 중학교 총 구 년의 세월을 그 집의 첫째 딸과 부대꼈다. 이름도 덩치도 수경과 비슷했던 아이. 그 아이는 아주 활달했고, 심성이 고약해서 틈만 나면 친구들을 괴롭혔다. 당연히 그 대상이 수경이 될 때가 있었고, 그 어린아이가 악에 받쳐서 집요하게 굴 때는 수경이 어떻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다 커서도 수경은 가끔 당시 그 아이에게 당당히 맞서려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했을까에 골몰했다. 하지만 여전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아이와 똑같이 한없이 낮아지거나 잔인해지는 수밖에는 없었다는 생각. 돌이켜보면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수경은 그 아이의 존재가 무섭고 두려웠다.
어느 날 하굣길에 수경은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여동생과 함께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들 자매는 말싸움을 시작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욕설이 오갔고, 그 아이는 결국 제 동생을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패대기쳤다. 바닥에 나자빠진 그 아이의 동생은 울부짖으면서도 결코 제 언니에게 항복하지 않았다. 수경은 그들의 싸움의 끝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한참 뒤에야 수경은 창밖으로 두 자매가 낄낄거리며 집에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아이의 괴팍한 성미는 만철이 아저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그 아이도 역시 아이는 아이였던 지라 장난도 치고 실수도 저질렀다. 어느 여름, 그 아이는 냇가에서 놀다가 깨진 소주병에 발을 찔렸고, 수경이 사고 현장을 지나칠 때는 마침 만철이 아저씨가 그 아이를 한쪽 어깨에 메다시피 안고 발에서 유리를 빼내는 참이었다. 영롱한 청록빛의 유리 조각을 빼낸 발바닥에서는 선홍색의 피가 철철 흘렀다. 아저씨는 피를 멈출 생각보다는 그 아이를 혼낼 생각이 앞섰다. 그 아이를 거꾸로 든 채로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던 만철이 아저씨. 그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 쪽에서는 찍소리도 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수경이 선택한 그 아이와의 관계의 기술은 타협이었다. 수경도 활달한 편이었고, 그 아이도 유쾌한 면이 없지 않아서 둘이 가끔 말이 통할 때는 제법 즐겁기도 했다. 수경은 그 아이의 가장 친한 친구로 거듭나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일종의 생존전략이었다.
언젠가 한 번 수경은 그 아이와 아무도 없는 숲 속 무덤가에 누워 서로의 중요한 부분을 만져보았다. 금세 죄책감이 느껴졌고 불쾌했다. 서로만의 비밀이 생겼다고 해서, 수경은 그 아이와 한 뼘도 더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저 무료했을 뿐이었다. 수경은 그 아이와 어울리며 점점 더 대담해졌고, 남자아이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귓속말을 속삭였으며, 머리카락을 맥주에 담가 노랗게 염색하고, 친구들의 도시락을 훔쳐 먹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물론 수경이 그 아이와 친구가 된다는 건 가식이었고, 그것은 한편으로 연극 연습과 비슷했다. 그 아이와 친한 덕분에 수경은 그녀 안의 온 에너지를 밖으로 끌어내는 기술을 터득했고, 공부도 곧잘 했던 수경은 또래 서열의 최상위에 위치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까지 수경의 단짝은 누가 뭐래도 그 아이였고, 덕분에 수경은 제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수경은 속으로 썩어 곪아 갔다. 그 아이는 수경에게 일기를 쓰게 했다. 수경은 일기에 인격을 부여하고 진짜로 그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가슴속에 응어리진 욕들을 몽땅 쏟아부었다. 배설에 가까운 일기 쓰기는 수경에게 나름의 균형감각을 갖게 해 주었다.
수경의 연기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그 아이는 점점 더 수경에게 집착해 갔다. 하지만 수경은 호시탐탐 다른 아이들을 물색했고, 누군가가 자신을 그 아이로부터 떼어 놓아주기를,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사건, 어떤 구원인가를 기다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대놓고 다른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수경이 새로 사귄 친구들을 그 아이가 교묘히 괴롭힌다는 걸 알았지만, 수경은 그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지켜내지 못했다.
그날은 중학교 일 학년 가을 운동회 날이었다. 중학교에도 한 학년에 반은 네 개밖에 없었고 그나마 여자 반은 두 반이었다. 수경은 오십 퍼센트의 확률로 또 그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 무슨 일이었는지 수경은 며칠째 그 아이와 사이가 서먹했고, 그럼에도 한 팀이 되어 응원전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둘 사이에 불안 불안한 대화가 오갔고 기어이 싸움이 벌어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처음에는 수경도 대충 넘기려고 했는데 그 아이의 빈정거림이 점점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아이는 주위 친구들을 포섭해서 수경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다. 막 사춘기가 시작된 수경은 어떻게 하면 이번 운동회에서 남자아이들에게 잘 보일 수 있을지, 구경 온 부모님에게 혹은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만으로 잔뜩 고양된 상태였다. 수경은 마침 반장이었고, 맨 앞자리에서 자기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그런 잔칫날에, 하필이면 시비를 걸어오는 그 아이가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우두둑, 먼저 머리채를 잡은 건 그 아이였다. 수경이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아이는 일주일이 멀다고 어디에서건 힘자랑을 했지만, 그 대상이 수경이 된 건 처음이었다. 생각대로 그 아이는 힘이 장사였다. 하지만 수경도 덩치로는 그 아이에게 밀리지 않았고, 둘 사이에 쉽게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 아이는 갑자기 손톱을 세웠다. 수경의 이마에서 눈 주변에서 피가 튀었다. 둘은 죽자 살자 엉겨 붙었고,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들러붙은 아이들까지 난리부르스가 펼쳐졌다.
잠시 휴전 시간이 찾아왔다. 두 아이는 거리를 두고 서서 씩씩거리며 서로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그때 수경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
“내가 언제까지 참을 줄 알았어? 너, 사실 나 질투하지? 예전부터 내가 너보다 예쁘고 공부도 잘하니까 막 부러워서 미치겠지? 엉?”
수경은 일기장에 수백 번도 더 썼던 말을 무대 위에 선 것처럼 쩌렁쩌렁하게 내질렀다. 수경은 오래 참던 오줌을 눈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고, 그래서인지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그 아이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다가 순식간에 응원 소품이었던 바가지를 집어던졌다. 교실 바닥에 처박혀 누워서야 수경은 그 싸움에서 졌다는 걸 알았다.
수경은 그날 얼굴 곳곳에 손톱자국이 난 채로, 머리숱이 뭉텅이로 빠진 채로 운동회를 마쳤다. 수경의 엄마만이 얼굴이 왜 그 모양이냐고 물었다가 금세 다른 곳에 정신을 팔았다. 그날은 어른들에게도 특별한 날이었고, 평소에도 체면치레가 중요했던 수경 엄마의 눈에 셋째 딸의 비극이 들어올 리 없었다.
싸움 이후에도 수경은 그 아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둘은 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붙어 다니며 도시락을 까먹고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과장해서 떠들고 다녔다. 수경이 그 아이와 정리가 된 건 순전히 시간의 영역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수경은 그 아이와 분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옆집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므로, 수경은 그 아이와 마주치는 일이 있었다. 특히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한 시간에 한 번씩 마을에 들어오는 버스를 타러 가거나 버스에 내려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어느 날은 죽이 맞아 둘이 같이 이야기하며 걸어갔지만, 어느 날은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로 걸었다. 무려 사십 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변에 몸을 숨길 건물 하나 없는 논과 밭 사이의 아스팔트 길을. 성격이 급한 그 아이가 먼저 앞발치에서 걸어가면 수경은 일부러 세월아 네월아 뒤로 빠져서 천천히 걸었다. 그 아이의 멀어져 가는 뒤통수를 바라보며 수경은 숨이 막혔다. 어서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자신이 이곳을 완벽히 떠나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도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불혹을 넘긴 수경은 지금도 그 아이와 실랑이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꿈속에서도 그 아이는 수경에게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막막한 존재다. 수경은 옥계에서의 그 시절, 그 아이와의 관계 자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나지 못하는 지독한 꿈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수경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초등학교 사 학년 음악 시간이었다. 수경은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중이었다. 친구들의 배후에 그 아이가 있음은 당연했다. 수경은 그 아이와 화해할 수단을 간절하게 찾고 있었다. 선생님은 마흔 명 가까이 되는 반 아이들에게 일일이 독창을 시키는 중이었고, 아이들은 번호 순서대로 앞으로 나가 노래를 불렀다.
수경은 노래를 잘했다. 마침 수경의 차례가 왔고, 수경은 일부러 음정과 박자를 틀려가며 엉망으로 노래했다. 마치 광대가 된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웃었고, 그 아이는 수경이 웃음거리가 되자 그제야 웃기 시작했다. 수경은 그 아이의 웃음이 비웃음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 아이가 자기 때문에 웃었으므로 화해의 실마리가 될 거라는 희망을 품었고, 그것이 좋아 눈물까지 흘리며 노래를 마무리했다. 선생님은 평소와 다른 수경의 태도를 엄하게 꾸짖었다. 하지만 그때 수경은 선생님보다 그 아이가 더 무서웠다. 수경의 예상대로 쉬는 시간이 되자 그 아이는 수경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 진짜 웃긴다.”
수경은 그 말 한마디에 비로소 살아났다. 웃기는 아이는 우스운 아이였다. 수경은 또다시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 기꺼이 우스운 사람이 되었다. 우스운 사람도 어른이 되었고, 그 아이의 존재가 더 이상 수경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어느 날, 수경은 필연적으로 그 아이를 다시 떠올리게 됐다. 수경이 결혼하고 첫째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중학교 동창 중에 제일 먼저 결혼을 했던 윤미의 연락 때문이었다. 윤미는 수경과 고등학교도 함께 다닌 사이였다. 윤미는 곧 태어날 수경의 아이를 위해 유아책 전집을 물려주겠다고 했다. 윤미의 두 아이는 벌써 초등학생이었다.
부모가 일찍 이혼하는 바람에 시골 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왔던 아이. 바비 인형처럼 키가 크고 말랐던 윤미. 수경은 자신과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윤미가 그토록 늦게까지 자신을 잊지 않고 신경 써준다는 게 고마웠다.
윤미는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보내왔다. 손때를 많이 탔지만, 돈을 주고 사려면 꽤 비싼 책들이었다. 택배 상자 속에는 윤미 특유의 오목조목한 글씨가 든 메모가 있었다.
‘너를 원망한 적도 있었어. 왜 그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왜 혜경이 옆에 있던 너는 그때 가만히 있었을까. 그게 너무 이해가 안 돼서 너한테 따지고 묻고 싶었던 때도 있었어. 근데 지금 이렇게 결혼하고 나이 들어 생각하니, 그게 이해가 되더라. 너도 참 불쌍한 애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야.’
수경의 기억에서 지웠던 어떤 부분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한동안 자신이 윤미를 불편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일부러 윤미를 피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수경은 그때 새로 전학을 온 윤미와 누구보다 친해지고 싶었다. 수경은 기회만 엿보고 있었고, 그 낌새를 눈치챈 혜경은 마침 부모도 없고 어여쁜 그 친구를 목표로 삼았다. 어떤 명분이었는지 혜경은 그 친구를 화장실로 불러냈고, 얼결에 수경을 포함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그 옆을 에워싸는 상황이 연출됐다.
혜경은 대뜸 윤미의 배를, 그 가느다란 몸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그게 끝이었다. 사건의 시작을 말릴 수는 없었지만, 수습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수경은 멀뚱멀뚱 혜경을 따라 교실로 돌아갔다. 병신처럼. 윤미는 이십 년이 지나서야 수경을 용서한 거였다. 그때 수경은 속죄하는 마음 자세로, 윤미에게 받은 그 엄청난 양의 책을 제 아이에게 읽어주곤 했다.
옥계, 지긋지긋하게 심심하고 가난한 마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나가고 싶었던 수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곳을 떠났다. 그렇게 십 년이 넘도록 타향살이를 했지만 어쩐 일인지 수경은 결혼은 또 고향 사람과 하게 됐다. 남자는 수경에게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집이 아니라 태고부터 있었던 진짜 자기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게 했다.
결혼과 동시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 수경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와의 인연, 다 큰 어른이 된 혜경과 또다시 마주쳤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어머, 수경이 아니냐? 반갑다.”
혜경은 반갑다고 인사했다. 반가울 리가 없었지만 수경도 반갑다는 말밖에는 할 재간이 없었다. ‘너 그때 왜 그렇게 못 돼 처먹었었니?’라고 물을 수는 없었으므로, 한때 그 아이와 연대했었다는 부끄러움이 있었으므로.
혜경은 제법 여자가 된 것 같았다. 긴 파마머리를 반으로 묶고 다소 과한 화장을 한 혜경은 영락없는 시골 아낙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에도 그 아이는 덩치와 안 어울리게 리본 핀을 꽂거나 짧은 치마를 입을 때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변할 거라고 수경은 상상하지 못했었다. 오목조목 뜯어보니 혜경의 외모는 이국적인 데가 있었다. 잘록한 허리에 봉긋 솟은 엉덩이와 가슴, 길고 늘씬한 팔다리, 검은 피부, 두꺼운 입술, 넓은 코 평수, 작은 얼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간호조무사가 됐다는 혜경은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후로도 수경은 몇 번이나 더 혜경을 마주쳤다. 무방비 상태로 아이와 산책을 하다가, 머리끝까지 오른 스트레스를 잠재우느라 들어간 아무 미용실에서도, 눈에 익은 실루엣, 호들갑스럽고 걸쭉한 그 아이의 목소리를 맞닥뜨려야 했다.
불행히도 두 사람은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 살았고, 절대로 서로에게 연락하지 않을 거였지만 길거리에서 만날 때마다 서로의 연락처를 묻고 저장했다. 그리고 다시 마주치면 어색하게 웃으며 지난번 물었던 안부를 되물었다.
혜경은 수경이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방문한 산부인과에도 앉아있었다. 혜경은 임신을 축하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진달래색 간호사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라니. 그 아이의 축하는 진심처럼 들렸다. 혜경은 설마 다 잊은 걸까?
그 아이의 축하를 받은 날 수경은 꿈을 꾸었다. 수경은 일곱 살이었고, 냇가에서 혜경의 오빠인 이경과 노는 중이다. 징검다리 위였고 이경은 커다란 나무 막대를 휘두르며 첨벙거리고 있는데, 수경은 어찌 된 일인지 이경 가까이에서 얼쩡거리고 있다.
“비켜, 비키라고?”
이경은 수경에게 소리를 지른다. 수경은 설마, 설마 하며 징검다리 위에 버티고 서 있다.
‘내가 이렇게 예쁜데, 설마, 이경이 너도 나를 좋아하지? 너는 절대로 나를 칠 수 없어.’
이경이 방망이를 들고 한 바퀴 돌았고, 땅!
수경은 온몸이 젖은 채로 잠에서 깼다. 동시에 두 손끝으로 눈두덩이를 더듬었다.
수경이 대학에 다닐 때였다. 그녀는 처음 사귄 애인과 따뜻한 봄 햇살 아래에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수경의 애인은 홀린 듯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덕분에 수경의 왼쪽 눈에서 막 생기기 시작한 흰 막을 발견했다. 백내장 수술을 마치고 나온 수경에게 그녀의 엄마는 말했다.
“그때 네 동공이 까만 동자만 하게 커졌었다. 내가 그때 너를 업고 달렸는데,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못한다고 큰 병원으로 가래서 k대학 병원까지 갔었지. 그때 이장 만길이가 태워주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눈에 대한 악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경의 눈이 손상되고 얼마 후 수경의 남동생도 눈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가해 장본인은 바로 만철이 아저씨의 막내딸이었다. 그때 수경의 아버지는 하우스 옆으로 원두막을 짓고 있었고, 나무 톱밥이 쌓여 있던 곳에서 수경의 남동생과 만철이 아저씨 막내딸이 같이 놀다가 생긴 일이었다. 그 아이가 톱밥을 뿌렸고 남동생은 눈을 비비기만 했다는데 흰 동자가 찢어졌다. 엄마는 또 남동생을 업고 병원으로 뛰었다.
아이들 눈 때문에 더욱 철천지원수가 된 수경과 그 아이의 가족들. 아무리 이웃이라도 엮이지 않고 살면 좋았겠지만, 수경의 엄마는 제 남편한테 얻어터질 때마다 그 아이의 집으로 대피했다. 원수 같은 만철이 아저씨의 집 울타리가 성역이 되는 순간이었다. 수경의 엄마가 만철이 아저씨 집으로 줄행랑을 치면 수경의 아버지는 어쩔 줄을 모르고 발을 구르며 욕을 내질렀다.
“이 쌍놈의 새끼들아.”
자기 눈을 그렇게 만들어놓고도 사과도 하지 않았던 어린 이경에게, 그 멀대 같은 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당치도 않은 색기를 부리던 어린 시절 자기한테 들으라는 듯이 수경은 두 눈을 비비며 조용히 뇌까렸다.
“쌍놈의 새끼. 미친년.”
백내장 수술 이후로 수경의 왼쪽 눈은 빛을 보면 반사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됐다.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빛을 받으면 받은 만큼 되쏘아냈다. 수경은 빛을 피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나갔다. 핵심은 빛의 원줄기로부터 비스듬히 비켜서는 것이었는데, 우선 제 눈이 부셔서 터득한 기술이었다.
누구든 수경을 알게 되는 사람들은, 알게 된 지 한 달쯤 지나서 꼭 눈에 관해 물었다.
“잘못 봤나? 왜 눈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그들에게 수경은 겨우 대답했다.
“우리 좀 친해졌네? 이제부터 눈물 없이 듣지 못하는 얘기를 해주지.”
고등학교에서 수경은 비로소 혜경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것만으로도 수경은 만세를 외쳤다. 드디어 눈물의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혜경이 없는 곳에서 그녀는 더는 기죽지 않을 거라고, 더는 그렇게 비겁해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한 학년에 열반이나 되는 도회지의 고등학교에서는 수경이 정을 붙일만한 곳이 없었다. 혜경의 아우라에서 벗어난 그녀는 그저 촌 동네에서 올라온 고만고만한 아이 중 하나였고, 그녀가 어떤 집의 자식이고 어떤 아이인지 관심을 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같이 밋밋한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수경이 자극받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수경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소위 잘 나가는 아이들 틈에 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잘 나가려면 우선 공부를 잘하거나, 옷을 잘 입거나, 발라당 까지거나, 그도 아니면 아무 때고 활발하게 잘 나대야 했다. 수경은 마지막을 선택했다. 수능 공부로 열이 난 아이들 사이에서 수경은 거꾸로 체육 시간이나 학교 축제에 열을 올리며 무언가에 늘 고양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졸업이었고 수경은 당연하다는 듯이 연극 영화과에 지원하게 됐다. 연기라면 구력이 있었다. 담임도 수경의 천연덕스러움에 속아 진로 상담을 대충 해주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학교로, 겁도 없이 수경은 원서를 냈다.
수경의 부모 역시 그토록 나대는 수경이 뭐라도 될 줄 알았고, 담임이 진로 상담까지 해주는 바람에 당연히 그녀가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경은 부모와 용달차로 두 시간을 달려 대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경의 부모는 흥분상태였다. 자식이 설령 합격하더라도 그들은 등록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었지만, 낙관주의자였던 그들은 합격하기만 하면 입학금을 꿔서라도 보내겠다는 각오였다. 수경의 부모에게는 사람은 다 자기 팔자대로 사는 거라는 뚝심 하나가 있었다. 수경이 그 학교에 진학하는 것만으로도 그건 자식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되는 보증이었으며, 그건 마을의 경사이자 가문의 영광이었다.
실기시험장에서 수경은 완전히 주눅이 들었다. 이미 제 아버지의 용달차에 타면서부터 그녀는 예감했다. 자신이 합격할 리가 없다는 것을. 기껏 거실 벽에 붙은 전신 거울 앞에서 마이클 잭슨 춤이나 추던 자신이 합격한다면 그건 기적이었다. 수경은 제 운을 시험하고 있었다.
강당 안에는 수경이 텔레비전에서나 봤을 법한 아이들이 백 명 가까이 있었다. 인형처럼 예쁜 아이들이 거울 앞에서 열심히 다리를 찢고 턴을 연습했고, 멋지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곳곳에서 삑삑 낑낑 악기를 조율했다. 벌써 어떤 역할에 흠뻑 취해 뭐라고 중얼거리며 껄껄 웃는 아이도 있었다. 수경은 그들 사이에 구경꾼처럼 서 있었다. 결국 그녀의 차례가 왔고 수경은 텔레비전에서 봤던 심사위원 앞에서 준비한 노래를 소심하게 불렀다.
"내 삶을 그냥 내버려 둬. 더 이상 간섭하지 마.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세상으로……."
이어서 그녀는 틀린 대사가 잔뜩 쓰여 있는 대본을 틀린 그대로 읽다가 포기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수경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이후로 그녀의 부모는 말 잘 듣는 아이, 집안의 활력소였던 셋째 딸에게 관심을 완전히 꺼버렸다.
삼 년 후에 진짜 연극 영화과에 들어간 건, 수경이 아니라 그녀의 남동생이었다. 수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비닐 제조 공장에 취직했고, 이듬해에야 벽지에 있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경이 다니는 대학교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남동생은 그녀에게 물었다.
“누나, 예전에 공부 좀 하지 않았어?”
보란 듯이 예술대학에 합격하고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수경의 남동생은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수경이 진짜 연극 무대에 섰던 건 첫째 아이가 네 살이 됐을 때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뭐라도 하고 싶어진 그녀가 소싯적의 꿈들을 막 끄집어내던 때였다. 취미 기타를 가르쳐주던 평생교육원 강사가 마침 지역 연극 협회 배우였고, 수경은 그를 통해 극단에 들어갔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수경은 연기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다. 동아리에 들어가자마자 꿰찬 주연 역할을 수연은 별 힘들이지 않고 해냈다. 수경의 인생 처음으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을 수 있다는 걸 기쁘게 발견하던 날들이었다.
문제는 리허설 때 벌어졌다. 그날은 단원들이 진짜 무대 위에서 총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무대 조명을 받은 수경의 왼쪽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된 거였다.
“왜 눈에서…….”
총감독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수경은 다시 이경과 마주 서 있던 ‘옥계’를 떠올렸다.
그 극을 끝으로 수경은 더는 무대에 서지 않았다. 눈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고 싶었던 걸 막상 해봤더니 시시해진 쪽이었다. 이후로 수경은 남편을 설득해 대도시로 이사를 나왔고, 아이가 한 명 더 생겼고, 새로운 일도 시작하며 비로소 옥계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수경은 이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자신은 이제 겨우 자기가 선택한 사람들과 자기가 좋아하는 시간을 채워가는 중이라는 것을. 시간을 돌려 그때 옥계의 냇가에서 자신이 이경의 방망이를 부여잡았더라면, 그때 화장실에서 쓰러진 윤미를 일으켜 세우고 혜경과 제대로 맞짱을 떴더라면, 자기는 지금과 아주 다른 삶을 살았을까? 아마 그랬더라면 조금은 다른 쪽으로 눈이 부신 삶이었을까? 그래도 중요한 건 수경은 이제 더는 연극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