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이 필요한 이유

감정을 지키는 기술에 대하여

by 한끗작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나는 자동으로 휴대폰을 꺼낸다.

정작 확인할 메시지도 없고, 급한 일도 아닌데

그 순간만큼은 휴대폰 화면이 꼭 필요하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과 함께 탑승한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하나?

모른 척하는 게 실례일까?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 적당할까?


이 짧고도 긴 20초의 침묵은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겠지만

누군가에겐 감정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어색한 공존의 시간이다.




며칠 전, 사무실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가 말했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봤는데, 되게 바빠 보이시더라고요.”

순간, 나는 애써 웃었지만 속으로는 찔렸다.


그날의 나는, 말을 건네거나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어색함을 감당할 힘이 없던 하루였다.

그저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휴대폰에 시선을 숨겼을 뿐인데,

그 모습은 너무 쉽게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던 것 같다.




나는 오늘도 휴대폰을 꺼냈다.

그것은 회피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서적 보호막’이었다.

아는 척을 하지 않아도 무례하지 않게 해주는 장치,

서툰 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덧입는 한 겹.


실은 우리 모두 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을 마주치는 게 왜 그리 어색한지.

애써 미소를 지었다가 아무 반응 없을 때의 그 민망함.

그리고 그날 오후까지도,

‘내가 뭔가 이상했나?’ 하고 괜히 마음에 걸리는 그 찜찜함.




어색한 상황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작은 화면 뒤로 숨는다.

그건 때때로 비겁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오늘 나의 감정을 지키기 위한 가장 작은 기술이었다고 믿는다.


감정에도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다면,

엘리베이터 안의 휴대폰은 그 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배려’ 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무례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나만의 방식으로.


말을 걸지 않는 것도, 말 대신 건네는 방식 중 하나니까.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그 자세에도, 마음은 담겨 있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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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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