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차별이 아니라 긴장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남초 조직에서 일하는 내 모습이
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불편함은 없었고, 대놓고 차별을 당한 적도 없었다.
회식 자리에서 농담이 오갈 때도,
회의 중에 말이 끊겨도,
그저 ‘일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넘겨왔다.
그 세계에서 나는 나름 슬기롭게 살았다고 믿었다.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이성적으로,
조금 더 조용하게.
그런데 환경이 바뀌고 나서야 알았다.
그때 내가 얼마나 조심하며 살고 있었는지를.
여초 회사로 이직한 뒤
설명하기 힘든 낯선 순간이 있다.
내 표정이 오해되지 않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
처음엔 그것이 왜 그렇게 낯선지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낯섦이 해방으로 바뀌는 걸 느꼈다.
그건 단순한 ‘분위기 차이’가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미리 조율하지 않아도 되었고,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도록’,
‘예민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적당히 여성스럽게, 적당히 이성적으로’
그 미세한 선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었다.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분명히 ‘긴장’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웃어야 하는지,
어떤 어조로 말해야 덜 불편하게 들릴지,
내가 감정을 덜어내야만
상대가 덜 무거워질 거라는 걸
몸으로 계산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정을 참는 쪽이 되었고,
위로를 건네기보단 책임을 져야 했고,
‘남자니까’라는 이유로
무너지지도, 기대지도 못한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우리 삶 곳곳에 눈치채지 못하게 숨어있다.
새로운 회사와서야 눈치챘다.
여자가 여자가 아닐 때,
남자가 남자가 아닐 때,
조금 덜 조심하고,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꽤, 기분 좋은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