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 월급은 나쁘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7년을 꼬박 같은 회사를 다녔다. 7년동안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각한번 안하고 열심히 성실하게 돈을 벌었다.
꼭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야 서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7년동안 퇴근하고 그림도 배우러 다니고 미술관도 다니고 휴가때는 다이빙도 다니고 남편이랑 결혼도 하고 반전세로 신혼집도 구했다. 빚을 내서 이제 아파트를 사고 아기를 가지면 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같은 팀에서 일하던 언니가 퇴사를 하고 세계여해을 떠났다.
부럽고, 설레었다.
그때부터 틈만나면 여행 블로그를 들어가고 세계일주 바이블 책을 사서 읽었다. 7년동안 지쳤던 몸과 마음에 활력이 도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남편에게 매일 세계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남편은 처음엔 그냥 하는 말인가 보다, 하더니 내 진심이 느껴졌는지 그럼 돈을 모으자고 했다.
그래서 매달 우리는 각자 월급에서 150만원씩 모아서 월 300씩을 모아나갔다.
세계여행을 가서 쓸 돈과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구직활동을 할 기간동안 쓸 생활비는 모았다.
나는 기꺼이 돈을 남편에게 송금했고, 남편은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나갔다.
그렇게 2년 후를 목표로 우리는 긴 여행을 준비했다.
우리 부부는 전세로 살던 신혼집을 팔고 서울 근교의 작은 시골마을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면단위의 시골로 들어오니 집값이 부담이 안되서 마음이 편했다. 회사에서는 차로 오십분정도의 거리라 피곤하긴 했지만 출퇴근은 가능했다.
술자리는 줄이고 주말엔 등산을 가거나 큰돈을 들이지 않고 놀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그냥 목적없이 돈만 벌다가 세계여행이라는 꿈이 생기니까 항상 마음이 들떴다.
7년간 반복되 온 지겨운 일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좋았다.
평소에 무덤덤한 남편은 여행이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업을 관두고 몇달씩 떠난다는 게 실감이 안나는 눈치였다. 자꾸 설렘을 주입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드디어 부장님을 회의실로 불러 퇴사소식을 전했다.
너무나 짜릿한 순간.
남편도 사직서를 내고 퇴사를 했는데 남편의 회사는 남이 퇴사하고 두달뒤에 망했다.
떠날 날을 2주 남겨놓고 남편과 퇴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