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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브륄레 Oct 11. 2022

나에게 의미 없는 일을 지속하는 방법

의미를 찾는 방법

'이대로는 안돼...!'


어린이집 출근 2일 차.

아직 일은 서툴러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매번 새로운 일을 하며 진땀 빼고 있었다.

아이들 놀이 지원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내가 왜 여기서 선물 포장을 하고 있지?

더군다나 나는 손재주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최선을 다 했지만 삐뚤빼뚤 포장된 상자를 보니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내가 봐도 형편없는 포장이었다. 이런 작은 일조차 제대로 못 하다니 꼭 내가 형편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마침내 이 일도 형편없어 보이기에 이르렀다.


의미가 없다. 이 일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지?

당장의 생계가 막막해서 시작한 일이라지만 나는 이쪽으로 나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더군다나 직업 특성상 이 일에서 배운 것은 다른 직종에서 쓸모 있지도 않다.

아이들을 잘 보육하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냔 말이다.


돈을 적게 받더라도 나에게 의미 있고 앞으로의 커리어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했다.


또, 안정적으로 돈을 벌 때까지는 이 일을 지속해야만 했다. 당장 그만둔다고 돈 나올 구멍은 없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이 일이 나에게 보람차지 않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겨우 출근 2일 차에 무력감과 우울함에 빠졌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


내일이 오는 게 조금 두려워졌다. 12시엔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유튜브에 들어가니 한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드로우앤드류다. 멋있게 사는 사람. 너무 눈부셔서 미치도록 질투 나고 미치도록 부러운 사람. 이번 영상에서는 내적 동기인 기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키기를 기다리기보다 딱 팔을 걷고 '여기서 내 할 일은 뭐지?' 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세가 있어요. 내가 이 팀에 뭔가를 더할(ADD) 수 있을 것인가? 기여(CONRIBUTE) 할 수 있을 것인가?"


'아 나는 이틀 동안 시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네. 나는 어린이집에 뭘 기여할 수 있지..? 잘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이 말씀하기 전에 오늘 했던 일을 해야겠다.'


"나를 위해 가는 길 중에.. 기회가 처음부터 큰 게 오지 않잖아요. 처음에는 여기 닦으라 할 수 있어요. 그거에서도 '내가 여기 닦아서 예쁘게 보이면 좋겠다.' 이런 기여의 마음을 가지고 그 길을 가다 보면 그 사람한테 더 기회가 오게 되어있어요."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의미 없다고 하는 일들은 전부 저런 허드렛일인데. 나는 거기서 어떤 기여의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예쁘게 포장해서 학부모님들을 기쁘게 해 주면 좋겠다. 과일을 잘 깎아서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줬으면 좋겠다....'


나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이왕 하기로 마음먹은 일이라면,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건 '마인드'의 변화였다.

 전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모두가 퇴사를 외칠 때 퇴사를 하지 말라고 외치던 저자. 지독하게 현실적이었던 저자는 무작정 퇴사하기보다는 이렇게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토록 퇴사를 외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 수많은 싫은 점 중에 좋은 점. 나랑 맞지 않는 일 속에서 나랑 잘 맞는 일 찾기. 그 일을 찾아서 다음 커리어에 반영하라고 했었다. 나는 당시에 이 책을 읽을 때 놀랐다. 모두가 일하기 싫은 점만 찾을 때 그 싫은 것 중에서 좋은 것을 찾으려는 태도에 말이다. 그 태도는 결국 나와 잘 맞는 일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는데 도움까지 주는 방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좋고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는 게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다.


쓸모없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속에서도 가치를 찾는 것이 필요했다. 누군가 시켜서 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스스로 한다는 생각도 필요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힘이 났다. 예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 그래 맞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지루하고 무의미하게만 보였던 일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일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봐야지.

내일은 조금 다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걱정이 사라지자 잠이 쏟아졌고 나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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