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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Feb 01. 2024

인생은 기세다.

소백산의 기운을 받아 다시 일터로.

 작년에  대한민국 100대 명산 중 12개의 산 봉우리에 올랐다.  그 중 가장 높았던 곳은 설악산 대청봉이었다. 새해가 오고, 지난 주말엔 눈꽃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소백산을 다녀왔다. 산을 함께 오르는 길동무는 40년 가까이 된 친구와, 남편이다. 남편이 주로 등산에 대한 일정을 만들면, 나와 친구는 네네, 하고 따라다닌다. 남편이 이쪽 길이 낫노라고 하면 알겠다고, 그리로 가자하고, 하산할 때도 늘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우리 둘은 불만 없이 걸음을 재촉하면 그만이다. 그를 따라가 보면, 대체로 편한 길보다는, 더 험해서 힘들지만, 경관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그는 항상  우리가 만나게 된 산과 능선 같은 자연을 보며 감탄하고 있으면, 어깨가 으쓱 올라가 의기양양해 하는데  그 모습도 나쁘지 않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에게 애초에 이런 계획이 실행되기 어려운 극내향인들이라.



  분명 소백산 비로봉에  초보들도 3시간이면 오른다 했는데, 우리는 생초보인지 4시간이나 걸렸다. 나, 남편, 내 친구 중 유독 등산 초반부에 몸이 풀리지 않는 나의 경우는 몸이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데 반해, 워밍업을 하고 온 듯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가능한 최대의 잰걸음으로 빠르게 우리를 제치고 가볍게 나아간다. 그들을 따라가려 힘을 짜내어 보지만, 몇 걸음 못 가 그 자리에 멈춰 숨을 고르게 된다. 난 그들을 따라 할 수 있지만 이내 지쳐버린다. 그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3시간이면 간다는 그 길위에서도 기어이 허기를  달래야하기에 밥과 컵라면을 꺼내 칼바람을 맞으면서 그것들을 먹어치워야한다.  나는 느리게  걷는 것이 자명하다. 필시 나는 등산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 특히 날다람쥐 같은 산악회원들에 비해서 체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미끄러운 돌계단이 끝없듯 이어질 때, 바위를 넘어가려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할 때는 두려움에 쫄보가 되기도 한다.  이번엔 다녀오니 이틀 동안 허벅지, 무릎, 종아리가 부분으로 나뉘어 통증을 불러오는데, 그만 가야지가 아니라 다음엔 어디에 갈까를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토끼처럼 재빠르게, 거북이처럼 느리게,  각자의 보폭으로 나아간다. 어려움도, 기쁨도 함께한다. 게다가 길동무들도 있다. 물론 혼자일 때도.  산을 오르고 내릴때 삶에 대해 경건해지는 나를 보게된다. 가끔은 눈물도 난다. 산에 오르고 내리는게 너무 삶과 흡사해서. 다리를 만져보니 단단한 근육이 느껴진다. 나만 아는  웃음을 흘린다. 오늘도 일터에서는 단단함으로 버텨내야 한다. 몸도 마음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을 나는 지난 주말에 충전하고 온 것 같다.  이번 주 출근에서 팀장, 지점장과의 월말결산, 월초 계획에서 속사포 같이 날아오는 공격을 타격감 없이 버텨낸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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