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노동자
매일 출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내 밥벌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을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뭐지, 음....... 없...다.
직장인들이 끔직해 한다는 월요일 아침. 나에겐 월요병이라는 건 없다. 야호!
늦잠도 없다. 이불속 온기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느낄 시간은 내 반려견은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 아이의 생체시간은 인간의 그것보다 더 정확한지 분(分)의 오차가 없다. 7시 25분 그 아이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킬 때 만드는 소파의 마찰음과 기지개를 켜며 끙하는 소리가 들리면 이내 빼꼼히 열린 문으로 열고 쳐들어온다. 그의 사박거리는 발소리에 나는 행복한 신음이 터진다. 걔는 침대 근처 바닥에 엎드려 밤사이 인간의 생사를 확인하는 듯하더니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댄다. 오전 시간은 찰나처럼 흘러 금세 점심이 된다.
아는 지인들은 오전에 출근 안 하니 좋겠단다. 좋다.
일주일에 한 번만 사무실에 나간다. 10시부터 11시 59분까지 지점장은 교육회사답게, 영어교육의 방향성과 소비자들의 인식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교사들의 자세와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 및 상담기법등을 전원 다 같이 혹은 소그룹으로 팀을 나누어 교육을 진행한다. 화장실 갈 시간 10분의 자유를 채 다누리기도 전에 교육은 일부에서 이부로 이어진다. 지점장은 얼마 전 독감을 앓고 난 이후로 목이 안 좋아 새된소리로도 교육시간의 오차 없이 마무리하는 걸 보니 참 쉬운 일자리는 없구나. 라고 되뇌본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 참을 인(忍)을 새기며, 매 번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문장과, 화법을 사용하는 포인트에서 사뭇 놀라 입이 벌어질 정도다. 이 교육의 결론은 하나다. 학생 유출을 막고 유입을 하자. 새로운 학생을 학부모들에게 소개받도록 입을 떼라. 어느 하나 마음 대로 되는 건 없다. 떠나는 아이 붙잡는 것도, 새로운 아이 소개는 더더욱이 , 어머니가 좋은 마음에 나서서 소개해주시는 것은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동상이몽 같이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나는 소개를, 그녀는 휴회를.
“어머니, 우리 승민이처럼 영어수업 재밌게 할 친구 있으면 소개 부탁드려요. 어머니, 소개 선물도 챙겨드릴게요.”라는 문장들을 한껏 톤을 높여 입속에서 궁굴려보다가도 수업을 하고 나올 땐 그마저도 잊고 나오거나, 주뼛대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혹여 거절 당할까봐 미처 말도 못 꺼내고는 괜히 화끈거리는 얼굴을하고 웅얼웅얼 거린다. 오늘도 이 일을 때려칠 이유를 찾은거 같다. 용기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