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기섭의 마음( 13화)

by 김작가

"사라졌던 윤기섭을 봤다는 사람도 있더라고. 그때 교회에서 내가 자기편을 적극적으로 들지 않았다는 데 대해 보복이라고.”


경선은 자신이 보았던 윤기섭의 단정하고 진실된 모습 때문에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자식을 잃고 무슨 생각이 안 들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도대체 왜? 그렇다고 교회에 불을 지를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 교회에 원한이 있을 사람들이 대체 누구란 말이야?"


경선은 치수가 누구보다 타인에 평가를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목사라는 체면이 중요한 사람. 그랬기에 신도들과도 별다른 마찰이라는 게 있을 리 없었다. 그가 직접 나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까지는 아니어도 척을 질 사람은 더욱이 경선이 아는 한 없었다.


화재 당일 새벽 3시 17분.

교회 뒷문 근처 방범 카메라가 한 남성의 실루엣이 잡혔다.

비틀거리던 걸음, 모자를 깊게 눌러쓴 실루엣, 손에 든 낡은 휴대용 가스통.

지문이 묻은 라이터 뚜껑


윤기섭은 처음부터 불을 내려다보았다. 창틀 너머로 검은 연기가 퍼지고, 예배당의 벽이 갈라질 때 그는 뒷문 근처 어둠 속에 웅크려 있었다. 아무도 억울한 토미를 보호해주지 않는 이웃에 대한 분노였다.


"제 아들을 조롱한 이 장소가 더는 찬송을 담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내 아들을 악으로 만들려 한 그 입들. 나는 그 불꽃 속에서 정의를 구했다.”


윤기섭은 조용히 읊조리고 주변을 살피며 자리를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예배당을 지키는 이들의 마음이 악한 것인가, 그들 역시 이민 와 고생하며 성실하게 살아내려고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기섭은 그들을 오해했다. 아들을 잃은 기섭을 위로했지만 뒤에서는 토미에 대한 이상한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해'라는 말은 상대방에게 닿을 듯 닿지 않고 '용서'라는 말은 상대방에게 쉽게 뿌리를 내지지 못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셈이다. 경선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치수와 통화 한 저녁에 잠은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밀려오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느라 씨름을 할수록 삶이 어렵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책을 두어 장 넘기기 도 전에 깊은 잠에 들었지만 그날은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퀭한 눈을 하고 출근을 하자, 팀장이 차를 한 잔 내오며 면담을 요청해 온다. 수업을 그만 둘 학생 수가 애초에 보고한 학생보다 두 명이 더 늘어났다. 한 명은 신학기 전에 영어수업을 중단하고 학원에 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아이 엄마에게 사정을 물어보니 보내려 하는 곳은 아파트 단지 앞 상가의 N교습소인데, 원장의 영어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무엇보다 주 5회 수업이라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물론 수업 후 피드백도 만족스러워 아파트에서 인기가 있는 학원이란다. 경선은 당분간은 아이가 영어 수업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도록 방문수업과 병행하면 좋겠다고 권했지만 아이의 엄마는 교육비 부담을 이유로 거절했다. 다른 아이는 대형 D어학원이다. 광고에도 자주 나오는 프랜차이즈 학원이다. 매일 원어민과 함께하는 수업이 인기가 있다고 평판이 나 있었다. 아이의 엄마 말로는 보내려고 계속 대기를 걸어놨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고 학원 차를 타고도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꼭 그리로 보내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경선은 자신이 필요하면 회화 수업을 강화해 줄 수도 있으니 생각해 보라고 했지만 여러 면에서 학원이 더 낫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 아, 이거 곤란한데요, 휴회할 학생이 자꾸 이렇게 늘면."


컴퓨터 모니터에 눈을 고정한 그의 얼굴에서 복잡한 마음을 읽고 경선을 입을 열었다.


"팀장님, 두 학생의 다음 달 교육비는 제가 부담할게요."


" 경선샘, 괜찮으시겠어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경선을 바라보며 손을 잡는다.



어느덧 연재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어 집니다. 경선의 이야기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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